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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사탕 Aug 13. 2020

회사 1. 이력서를 쓰는 마음

대학교 간판으로 난 취업에 성공할 수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랑 담을 높게 쌓아 올렸고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가고 싶은 대학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지 않았고 수능은 끝났고 결과는 뻔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공부하지 않았으니 결과가 좋을 수 있을까? 나의 성적으론 솔직히 4년 제라고 불리는 대학조차 갈 수 없었다.


재수를 하고 싶었고 

아빠는 나에게 언제까지 뒷바라지를 해야 하냐며 집에서 술을 마시며 침대로 들어가 누우셨다.

난 할 수 있다고 아빠한테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욕심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에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에 입학 했다.  


 2년제 대학에 들어갔고 편입을 하기 위해 정말 아침저녁 공부만 했다. 

물론 성적은 좋게 받았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암기만 열심히 했다.  공부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고 나의 위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여기서 내가 멈춰 시간을 버린다면 난 더 이상 아무 곳에서도 설 수 없다는 조바심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곳이면 이력서를 쓰기시작했다.


그때 당시 정규직은 바라지도 않았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뿐이고, 졸업하고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들을 자신이 없어 내가 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이력서를 써냈다. 

그때 당시 난 이력서를 제출할 뿐 그 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디든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이면 난 그곳에 가 평생 일할 생각이었다.

처음 내가 이력서를 넣은 곳은 

내가 살고 있었던 원룸과 가까운 커피전문점이었다.

 또다시 난 겉모습에 혹에 그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그곳에 대해 아는 게 난 하나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다.


두 번째 이력서를 넣은 곳은 내가 은행은 갈 수 없지만 증권사에는 들어가 보조업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원했고 면접도 봤고, 합격이라는 말과 함께 유니폼을 받았는데 그다음 날 연락이 왔다. 합격이 취소가 되었다고 유니폼을 반납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마음은 씁쓸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밝게 인사하고 유니폼을 반납하고 나왔다.

나에겐 내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걸 그래서 내가 그곳에 갈 수 없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이력서는 공공기관에서 인턴 2명을 뽑고 있다는 걸 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곳이 공공기관 인지도 몰랐다

단순하게 그곳은 자취하는 곳이랑 걸어서 10분이었고 일하기에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면접을 보러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서였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내가 면접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잘해서 합격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말에 조금은 기뻤다. 내가 판을 뒤집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났고 그곳에서 나의 자리가 어디라도 그곳에 일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난 정말 행복했다.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지만 일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그곳뿐이라고 행복했던 그 순간도 잊어버릴 만큼 그곳에서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이유 이제부터 하나씩 알아가 보자.


그토록 받고 싶었던 월급이 전부가 아니었고, 행복했던 곳은 더 이상 행복한 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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