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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새 Jun 23. 2024

19. 그림 슬럼프 극복하기(2)

완벽함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해요

유명한 작가나 선수들은 한 번쯤은 큰 슬럼프를 겪는 것 같습니다. 작가도 아니고 프로 선수도 아니지만 저 또한 그림을 취미로 그리면서 크고 작은 슬럼프를 경험했습니다. 집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그림은 당연히 뒷전이 되었고요 회사일에 치여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면 자주 그랬지요. 이러다가도 그림이 그리워 다시 연필을 들었어요. 절로 그렇게 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연필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그림 슬럼프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함께 그리기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그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해도 그림은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 시간은 때로 비교와 열등감으로 보기 싫게 얼룩지기도 하지요. 이럴 땐 어찌 극복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어요.

 


- 완벽함에서 벗어나 일단 작게 시작하기


동아리 활동 중 중급 코스를 밟고 있었을 때 전시행사가 있었습니다. 연습작품은 그런대로 그렸는데 막상 내 그림을 그리려니 정말 어려웠습니다. 선 하나가 뭐라고 지금까지 애써 그려왔던 그림을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몇 시간을 쩔쩔매기도 했답니다.


어색하게 그린 내 그림을 마주하고 있자니 짜증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애썼는데 결과가 이따위... 나한테도 실망하고 그림도 보기 싫어졌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림을 완성시킬 사람은 오직 나뿐라는 것을요. 다른 사람들이 조언은 해 줄 수 있어도 최종적으로 붓을 들고 조화롭게 그려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뿐입니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선 한 개부터 과감하게 그어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다시 고칠 수도 없는 색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처음 스케치와는 다른 그림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표현력도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은 노력이고 연습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어요. 차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지요.  덕분에 나답게, 내 생각대로 그려도 괜찮다는 자기 긍정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완벽한 선을 그을 때까지 붓을 들지 않았다면 어떤 그림도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림 그리기에 실패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줍니다. 나쁜 그림이란 없다고도 하고요. 그저 작은 실수만 있을 뿐이고 실수는 바로잡는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요. 혹시 지금 눈앞의 그림에 실망했다면 더 만족할 만한 그림을 그리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임을 기억하도록 해요. 예술가들조차도 실수를 덮기 위해 반복적인 덧칠을 했다고 합니다. 정밀조사를 해 보면 위대한 작품 속에서도 수많은 밑그림이 보인다고 해요.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했을 때 이렇게 속으로 외쳐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그림과 앞으로의 그림은 다를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고치면 된다. 고치기가 어렵다면 다시 그리면 된다.’     


처음부터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아요. 컴퓨터처럼 정확한 그림은 너무 멋지고 경이롭지만 좀 답답해 보이기도 해요. 실수가 보이는 자신의 그림에서도 여유와 멋이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수채화를 하다 보면 물의 농도에 따라 그림의 맛이 달라집니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효과로 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답니다. 완벽해지려는 욕구에서 벗어나면 더 자유롭게 그림 그리기를 즐길 수 있어요.


작지만 과감하게!


<이른 봄 1> 완벽함에 집착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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