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참 부럽더라. 그림은 배워보고 싶은데 난 그쪽으로 타고난 게 없어서...”
그럼 바로 대답하지요.
“배워보세요. 관심만 있으면 그리실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의 대화는 큰 웃음소리와 함께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아요.
할 수 있다는 말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믿기 힘든 말일 수도 있지요.
그림 그리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요. 남들에 비해 못 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재능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며 시도하지 않거나 도중에 포기해버리기도 해요. 처음엔 누구나 그런가 봐요. 세계적인 스타 비틀스도 처음에 결성되어 활동했을 때는 들어줄 만한 밴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충분히 연습했고 연주를 계속했고 드디어 세계적인 밴드가 되었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결코 나아질 수 없는 것이 그림 그리기입니다. 화가 나 직업인이 아닌 그저 취미라고 할지라도 창작활동을 계속해 나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요.
그림에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이들입니다. 연필만 쥐어주면 뭐든 그립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정말 용감하지요. 반면에 어른들은 고려할 게 많아요. 용감해지고 싶어도 일단 자신의 성향을 살피고 새로운 뭔가를 시작했을 때 미칠 영향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직장인으로, 엄마 아빠로, 가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어른들의 취미생활은 사치일 수도 있어요. 솔직히 가끔씩 말이지요... 어쩌면 늦은 나이로 실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는 그림과 끙끙대며 살고 있는 내가 철이 덜 든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림이 좋은걸요. 남들이 뭐라든 그냥 그림과 친하게 지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보니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중간중간 슬럼프도 있었고 사정이 생겨 그림 그리기를 쉬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하고 에너지가 다소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리기를고민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왜 그림을 계속 그리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어요. 아마도 그 정도 어려움은 감당할 만큼, 껴안고 갈 수 있을 만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거기다 지치면 일어나라고 보듬어주고, 가끔씩은 가슴 뛰게도 하고, 함께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림은 좋은 친구였네요. 오랜 친구 사이에 인정받고 칭찬받고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림이 편했나 봅니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듯 그림에게도 말 한마디 걸어보면 어떨까요. 처음엔 그냥 인사말 정도면 충분해요. 별 기대 없이 작게 시작해 보세요. 수첩과 연필 한 자루에서부터 말이지요. 그러다가 관심이 계속 간다 싶으면 시간을 좀 더 내보는 거예요. 수첩 귀퉁이에 끄적거리다가 한 바닥을 다 채워보면 뿌듯하지 않을까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재료를 구하러 화방도 가고 그림 여행도 가보고 그러는 거죠. 저 또한 별생각 없이 그냥 그리다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살짝 힘을 줘 보았습니다. 열심히 그려보기로 한 계기는 다음에 얘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