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원정대원으로 길 위를 걷다(2)

by 블리

5박 6일의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은 몰랐다.
문득 돌아보면, 내 생애 또 이런 특별하고 행복한 ‘길 위의 만남’이 있을까 싶다.


부산에서 시작해 통영, 남해, 순천, 보성, 장흥까지.
총 80km의 거리를 걸으며 처음 든 생각은 단순했다.
‘걷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는구나.’


길 위에 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더 먼 길을 떠올리게 됐다.
언젠가는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
혼자라면 쉽지 않겠지만, 시간과 여유가 허락하고 두 다리가 지금처럼 나를 지탱해준다면, 완주라는 목표를 조용히 마음에 적어두기로 했다.


원정대원으로 선발된 순간부터 묘한 자부심이 생겼다.
‘길 위를 걷는 사람’이라는 이름 하나를 얻은 것 같았다.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 특별했고, 연령과 지역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방향을 향해 함께 걷는 장면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길을 청소년들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어떨까?


비록 내가 만난 원정대의 연령대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길 위에서 느낀 연결감과 연대의 감각은 분명

청소년 ‘원정대’ 혹은 ‘대장정’이라는 이름의 활동으로 확장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걷는 경험은 단순한 체력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관계를 새롭게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우리는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길 위에서 또 만나요.


길 위에서 만난 우리가, 다시 길 위에서 만나길 바라는 마음.

그 짧은 인사가 괜히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동거동락했던 6일은 충분히 행복했고, 무엇보다 길을 걷는 동안 가장 ‘나다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될 시간이었다.


혹시 다시 한 번, 모두가 함께 길 위를 걷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떠나고 싶다.
걷는다는 행위 안에서 또 한 번의 내면의 변화를 마주하고, 이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을 마음으로 기억하며.


우리, 길 위에서 또 만나기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2화코리아둘레길 원정대원으로 길 위를 걷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