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원정대원으로 길 위를 걷다 (1)

by 블리

2023년 5월 26일부터 31일까지,
5박 6일간 걷기 원정대원으로 선발되어 길 위를 걸었다.


부산에서 시작해 통영, 남해, 순천, 보성, 장흥까지.
남파랑길을 따라 남쪽 바다를 끼고 걷는 여정이었다. 원정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이 고르게 섞여 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이도, 사는 곳도, 살아온 방식도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걷는 걸 좋아한다는 것.


첫날,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원정대 선포식이 열렸다.
그곳에서 남파랑길 1코스 일부와 3코스 일부를 걸으며 여정이 시작됐다. 코리아둘레길은 크게 네 구간으로 나뉜다. 남파랑길, 해파랑길, 서해랑길, 그리고 DMZ 평화의 길. 대한민국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길이다.
한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이 길을 전부 걸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도 있었다. 막연한 꿈처럼 느껴졌지만, 이렇게 일부라도 직접 걷게 될 줄은 몰랐다.


5월 말의 길은 걷기 딱 좋았다.
날씨는 과하지 않았고, 옷차림은 가벼웠다. 길은 푸릇푸릇했고, 색은 알록달록했다. 걷는 내내 ‘걷는 맛’이 살아 있었다. 원정대원으로 참여하며 조별 숏폼 영상을 제작해 SNS에 올리고, 블로그에 활동 기록을 남기는 미션도 함께 주어졌다. 특히 2030세대가 길 걷기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걷기 문화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느꼈다.


부산과 통영 구간은 날씨가 좋아 걷기 수월했다.
하지만 남해와 순천에 접어들자 비가 내렸고, 땅은 축축해졌다. 그럼에도 숲길을 걸을 때의 흙냄새, 비 냄새는 좋았다. 내가 언제 남해를 걷고, 언제 순천을 이렇게 걸어보겠나 싶었다. 색다른 풍경 앞에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발을 내디뎠다.


기존에 걸어왔던 서울둘레길, 부산 갈맷길, 속초사잇길과는 또 다른 결의 길이었다.
이번에는 해안을 따라 걷고, 국토의 가장자리를 몸으로 느끼는 길이었다. 우리나라 길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걸, 지도나 사진이 아니라 내 발로 걸으며 알게 됐다.


5박 6일 동안 하루 평균 15km 이상을 걸었다.
휴가를 내고, 일을 잠시 내려두고, 사람들과 길 위를 걷는 시간이 과연 쉬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편안했고, 하루하루가 평화로웠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일이 버겁고 힘들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 원정대 여정은 더 의미가 있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 걸을 힘을 얻는 시간. 길 위에서 보낸 5박 6일은 분명한 힐링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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