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멍도르멍 3기, 함께라는 말의 무게

by 블리

주스멍도르멍 3기,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가 가장 또렷해진 시간이었다.

아침을 여는 강의부터 걷고, 줍고, 나누고, 웃고, 결국 울기까지. 이 여정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이어지는 과정 그 자체였다.


둘째 날 오전은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 대표의 강의로 시작했다. SNS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니 괜히 더 집중하게 됐다. 제주 바다의 쓰레기 현황, 단체가 이어온 활동, 해양 쓰레기를 새활용하는 프로젝트까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가 자주 끄덕여졌다.


제주는 아니지만 영도에서 꾸준히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표의 말은 개인적인 울림으로 다가왔다. 쓰레기를 줍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애초에 만들지 않는 삶이라는 것.


플로깅 후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늘 되새기는 문장이 있다.


작은 실천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더라도, 개인의 변화는 결국 선한 영향력이 되고, 그 영향력은 지역을 지나 더 멀리 퍼진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믿으며 오늘도 개인의 실천을 이어간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팀별로 ‘지속 가능한 플로깅 캠페인’을 기획했다.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줍게 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는 밀도 높았고, 정리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바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현실적이었다.


이어진 친환경 리스 만들기 시간은 또 다른 방식의 배움이었다.
이면지를 활용해 만드는 작은 리스 하나가 자원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청소년들과의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재료만 있다면, 쓰레기는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후에는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플로깅을 진행했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였지만 모래를 조금만 파도 담배꽁초와 생활 쓰레기가 끝없이 나왔다. 포대 한 자루를 채우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겨울에도 이 정도라면, 여름의 바다는 어떨지 상상하게 됐다.

결국 답은 단순했다. 버리는 것보다 만들지 않는 것, 새것보다 오래 쓰는 것, 필요 없는 것은 나누는 것. 그런 선택이 자연스러운 사회를 바라며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섰다.


10코스, 산방산과 송악산 둘레길.
흐린 날씨였지만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사계해변에서는 잠시 멈춰 바다만 바라보고 싶어졌다. 작게 숨어 있는 해변들을 지나며 언젠가 혼자 다시 걷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길 위에서 하루가 저물었고, 운동 후라 더 맛있게 느껴졌던 저녁으로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셋째 날은 1코스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 스탬프를 찍고 준비운동을 마친 뒤 걷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이어지는 오름 두 개에 긴장했지만, 정상에 오르자 긴장은 금세 사라졌다. 흐린 날씨 속 성산일출봉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그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오름을 내려와 골목으로 접어들자 제주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벽화, 무료로 나눠주던 귤, 느긋한 골목길. 여유를 부리다 결국 뛰게 되는 순간조차 웃음이 됐다. 점심으로 먹은 시흥 해녀의 집 전복죽과 조개죽은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 맛이었다.


다시 걷다 들른 카페에서는 유채꽃과 성산일출봉이 함께 들어오는 풍경을 마주했다. 잠깐 열린 파란 하늘 아래 사진을 남기고, 바다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끝을 향해 걸었다.


1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제주올레길과 산티아고가 만나는 표식이었다.

100km 이상을 걸으면 공동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크게 울렸다. 5년 안에 반드시 산티아고를 완주하겠다는 다짐. 올레길을 먼저 끝내고, 공동완주증은 산티아고에서 받겠다는 계획이 자연스럽게 세워졌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광치기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마주했다. 늦게 도착한 덕분에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스탬프를 찍고 단체사진을 남기는 순간, 뿌듯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게 3일의 여정이 저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밤. 가장 뜨거운 시간은 언제나 끝에 찾아온다.

파티, 마니또, 웃음과 눈물. 이번 3기의 중심에는 ‘마니또’가 있었다. 서로를 챙기고, 용기를 건네고, 마음을 내어주는 밤. 누구 하나 먼저 자리를 뜨지 않았고, 모두가 끝까지 그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장면들.
따뜻했고, 진심이었고, 그래서 오래 남을 시간.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연결되었고, 바다처럼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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