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437km 완주하다

by 블리
2024년 2월 14일, 나는 첫 번째 제주올레길 437km 완주를 했다.


2023년 10월 100km를 걸었고, 12월에는 주스멍도르멍을 통해 또래 청년들과 다시 올레길을 걸었다. 그 시간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마음이 식기 전에 결심했다. 제주에서 살아보며 올레길을 끝까지 걸어보자고.

한 달 살이를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12월 19일부터 2월 15일까지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지내며 틈틈이 길을 걸었다.

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제주에 머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스태프 근무 일정을 조정해 길을 나서려 하면 눈과 비와 바람이 번갈아 찾아왔다. 계획은 자주 틀어졌고, 발걸음은 자주 멈췄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제주의 자연을 바라보며 머무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 위의 일부가 되었다.


올레길을 걷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

“가장 예뻤던 코스가 어디예요?”

가파도 10-1코스, 송악산 둘레길이 이어지는 10코스, 정방폭포가 있는 6코스, 그리고 하추자도 18-2코스. 분명 떠오르는 이름들은 있다. 그런데 솔직한 답은 늘 같다.


모든 코스가 다 아름답다.

바다, 오름, 숲, 마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같은 길이라도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 같았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사계절의 올레길을 모두 걷고 싶다는 욕심.


나는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완주’라는 목표를 향해 실제로 행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여행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나에게 제주올레길은 또 하나의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나만의 길.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완주를 마친 뒤, 완주자 한마디를 남기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적었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허물고,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소개해왔는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걸었던 온전한 내 시간에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길을 오래도록 걸으며 꿈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올레길을,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걷고 싶다.


437km를 걷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은 완주는 끝이 아니라 태도의 변화라는 것. 더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걷는 것.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도착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다시 길 위를 걸으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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