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노동·창의성의 대전환

by 동쟌


[ 소중한 시간을 아껴친절한 요약 ]

AI가 반복 업무의 자동화 뿐 아니라, 인간의 고유영역인 창의성과 감정 노동 분야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생계 수단을 넘어, 개인의 자아 실현과 사회 속 자신의 위치를 정의하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인간만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노동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지 묻는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 본문 ]


노동은 오랫동안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다.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있어 노동은 중심에 있었다.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그 전제 위에서 인간은 자아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회와 연결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 그 당연함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수행해온 다양한 업무를 자동화했고, 이제는 단순한 육체 노동을 넘어, 사고력과 감정까지 기계가 일부 대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AI는 반복적 계산과 분류는 물론, 텍스트 작성, 이미지 생성, 감정 응대와 같은 고차원적 작업까지 가능해졌고, 이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성과 정서적 교류조차 재정의하게 만든다.

이 변화는 노동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은 이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절박한 질문으로 바뀌었다. 단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반복 업무의 자동화가 가져온 구조적 재편, AI의 창의적 역할 확대, 감정과 돌봄 노동의 기술 대체 가능성, 그리고 자아실현의 방식이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동시에, 노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인간의 정체성이 이제 어떤 전환점에 서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4.1) 반복 업무가 사라진 시대

반복적 노동의 자동화

산업 현장과 사무실을 막론하고, 반복적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공장에서는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거나 패키징을 진행하고, 사무실에선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일정 양식을 기계적으로 작성하거나 전산 시스템을 대신 조작한다. 예컨대 인사 부서에서 매일 수행하던 급여 정산이나 서류 입력처럼 사람 손으로 하던 단순 작업이 로봇 프로세스에 의해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인간 근로자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자리의 재편과 새로운 과제

하지만 같은 현상이 ‘일자리 축소’라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기계가 대체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기존에 단순 작업으로 생계를 잇던 이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유지·운영·관리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그 직무들이 기존 단순노동에 종사하던 이들에게 즉시 대체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재교육과 재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정 계층은 일자리 상실의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인간의 가치 재발견 가능성

반면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는 덕분에,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로봇이 단순 생산과 행정 프로세스를 맡아주니, 인간은 의사결정, 기획, 고객 상담 등 고차원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직 운영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인적 자원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난다는 기대가 있다. 결국 반복 업무의 대규모 자동화는 인간 노동의 의미를 되짚고, 근로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를 예고한다. 기업·정부·교육계가 함께 협력해 새로 태어날 직무와 재교육 모델을 고민하지 않으면, 과도기적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동화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그 속에서 인적 자본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보완할지가 곧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4.2)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진입한 AI


AI가 창작의 문턱을 넘었다

최근 몇 년 새 AI는 단순 반복 작업은 물론, 예술이나 디자인처럼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파고들고 있다. 텍스트 생성 AI인 ChatGPT는 문학적 표현이나 논리적 설명을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해내고, 이미지 생성 모델은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독특한 작품을 뚝딱 만들어낸다. 과거엔 “AI가 그려낸 그림은 어딘가 어색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요즘엔 사람이 조작하지 않았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예술·디자인계 입장에서는 “기계가 창작해낸다고 볼 수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되며, 일부 작가들은 경쟁 의식을 느끼거나 심지어 기계가 만들어낸 작품을 자신의 작품과 구분하기 힘들어 불안을 느낀다.


이미지·음악·텍스트 창작 사례

이미지 생성 AI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분석해, 그에 부합하는 그래픽 아웃풋을 창출한다. “바닷가 저녁노을 풍경, 고흐풍의 붓 터치, 푸른 불빛” 같은 요청만으로도 꽤나 예술적인 그림을 생성해낸다. 이는 오랜 연구로 축적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해, 특정 스타일과 질감을 재현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음악 분야에서도, 멜로디나 장르 스타일을 입력하면 AI가 비트와 악기 구성을 조합해 완성도 있는 곡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장기간 갈고닦아야 할 ‘악곡 구성’이나 ‘화성 진행’ 기술을 기계가 단숨에 흡수한다. 글쓰기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소설의 초고를 써주거나, 기사의 초안을 작성하고, 문장을 다듬어주는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예술·디자인계의 반응

이런 변화에 대해 예술·디자인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일단 작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점에선 호평도 많다. 디자이너가 간단한 콘셉트를 입력하면 AI가 시안을 여러 개 생성해주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추가 작업을 하는 식으로 업무 효율이 뛰어나다. 문제는 어디까지 인간의 고유 영역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칫 ‘AI가 그린 그림’을 몇 번 수정만 해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니, 미술계에서는 창작 행위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음악 쪽에서도 “AI가 만든 곡”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 대중은 굳이 인간 작곡가의 작품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조성과 협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인간과 AI의 협업 시대라고 부른다. AI가 대량 생산과 반복 작업, 빠른 프로토타입 생성을 맡고, 인간이 최종 디테일과 감성적 요소를 보완하는 식이다. 그렇게 ‘영감’을 얻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기발한 발상을 떠오르게 할 기폭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기계가 생성한 결과에 의존하면 인간의 예술적 상상력이 점점 무뎌질 것”이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예술 분야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서사를 담고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AI 창작물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본질적 창조성”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새로운 창의성의 의미’로 귀결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침투한 AI는 인간이 그토록 강조해온 창의성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초개인화된 취향 분석으로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모델도 가능해지면서, 예술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복무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생긴다. 이 모든 흐름은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AI를 어떤 도구로 삼느냐, 그리고 사회가 기계 창작물에 얼마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줄지에 달렸다. 어쨌거나 AI가 창작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건 사실이므로, 예술·디자인계는 거부감만 표시하기보다 새로운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4.3) 정서 노동 vs. 로봇 보조


간호·돌봄 로봇의 등장

돌봄과 감정 상담 등 사람 간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업무에도 로봇이 투입되는 시대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배치된 간호 보조 로봇은 간단한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말벗 로봇이나 상담 챗봇은 기본적인 대화와 정서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노인이나 환자가 기계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낯설긴 하지만, 적어도 24시간 상주하며 무거운 일을 보조하는 점에서 환영받는 면도 있다.


감정이입의 문제

그러나 로봇이 진짜 인간처럼 공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AI 챗봇이 아무리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해도, 실제 사람 간의 정서 교류가 지닌 복합적 뉘앙스를 완벽히 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이용자는 로봇이 꾸며낸 위로나 칭찬이 오히려 기계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또 반대로, 충분히 사람 냄새 나는 대화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게 결국 프로그래밍된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미묘한 감정이 들 수 있다.


정서 노동의 미래

그렇다 해도 간호·돌봄 분야에서 인간 노동자들이 겪는 과도한 감정 소모나 신체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가벼운 운동 보조나 건강 체크, 말벗 기능 정도는 이미 로봇이 꽤 잘 수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정 인식 기술이 발전해 표정·음성 톤을 분석하며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어떤 균형점에서 인간 노동과 로봇 보조를 결합할지, 그리고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적 교감이 얼마나 대체 가능한지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볼 수 있다.




(4.4) ‘노동’의 의미 변화


생계 수단에서 자아실현으로

과거엔 노동이 주로 생계 수단이었다. 농경사회든 산업사회든, 땅이나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구조가 당연했다. 그러나 자동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내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욕구가 한층 강해졌다. 많은 이들이 예전처럼 평생 한 직장에서 승진만 바라보지 않고, 개인 발전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가치관을 바꾼 것이다.


기술 진보가 바꿔놓은 직무 환경

이러한 인식 변화는 자동화 시대와 맞물려 더 두드러진다. 단순 반복 업무가 사라지면, 남은 일자리는 “사람이 꼭 필요한 일”—창의적 기획, 문제 해결, 대인관계나 설득 같은 인간관계 기술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머리를 쓰거나,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일”이 미래 직업의 주류가 된다는 얘기다. 조직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할 인재를 찾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주어진 업무만 성실히 수행하는 기존 근로 모델은 줄어들고, 스스로 다양한 프로젝트나 협업을 주도하는 ‘자기 주도형’ 노동 형태가 부상할 수 있다.


사회적 소통의 변화

노동이 단순한 소득 창출을 넘어 자아실현과 사회적 소통의 장이 되면, 직장과 개인의 관계도 달라진다. 업무 성과 못지않게 팀워크, 조직 문화,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해지고, 조직이 이를 제공하지 못하면 인재가 쉽게 떠나는 현상이 생긴다. ‘잡 호핑(짧은 기간에 이직을 반복하는 경향)’이나 ‘긱 이코노미(자유계약·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일자리 구조)’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자유롭게 직장을 옮기며, 일 자체가 인생의 성취이자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트렌드는 결국 자동화와 함께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개인은 과거보다 더 주체적인 시각으로 ‘어떤 직무를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4.5) 창의성은 과연 인간 고유의 것인가


AI 작곡·그림 그리기, 어디까지 왔나

예술·음악 창작 분야에 AI가 등장하면서, “창의성은 정말 인간만의 영역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제 인공지능은 일정 규칙에 따라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문학적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클래식 악보 수천 장을 학습한 모델이 작곡한 결과물이 ‘사람이 들으면 상당히 수준 높은 곡’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림 역시 특정 예술가의 스타일을 분석해, 새로운 작품을 뽑아내는 모습이 빈번해졌다. AI 이미지 생성기는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풍경화부터 추상화까지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인간 창의성의 본질

그렇다면 AI가 만들어낸 이런 결과물을 ‘창의적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인간 창의성이란 단순한 규칙·패턴의 조합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반론이 강하다. 인간 작가는 삶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에 고유한 스토리를 담고, 그 서사적 가치가 공감대를 형성해온 역사가 있다. 반면 기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받아 새로운 조합을 뽑아낸다는 점에서, 진짜 의미의 ‘창작’이라기보다 ‘엄청난 속도로 맞춤형 변형을 가하는 것’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가령, AI가 ‘슬픔’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반문도 제기된다.


예술가들의 시각

예술가들 사이에도 시각이 나뉜다. 한쪽은 “AI는 결국 아티스트에게서 영감을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데이터를 학습해 결합한 결과물일 뿐”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또 다른 쪽은 “도구는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를 돕는 역할을 해왔다. AI도 또 하나의 강력한 도구일 뿐, 인간이 창조자로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변함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일부는 “AI가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 인간이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가능성”이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결국 이 논쟁은 ‘창의성’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 그리고 AI에 어느 정도 예술적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창의란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창의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행위인가, 아니면 기존 요소를 재조합하는 과정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AI가 이미 존재하는 예술 양식과 기법을 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이는 어느 정도 ‘재조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예술가는 거기에 개인적 정서와 맥락을 녹여내며, 작품 속에 내러티브를 부여하고 감정을 이입한다. 기계가 데이터 패턴을 조합해 만든 창작물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감동이 “창작자의 진정성”에서 오는 감동과 같은 차원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공존과 향후 전망

AI가 음악·미술·문학 등 창조적 영역으로 급속히 확장됨에 따라, 창작 활동이 사실상 공동 작업의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기반이 되는 감정과 기획을 설정하고, AI가 빠른 속도로 수많은 시안을 만들어내며 그중 몇 가지를 골라 인간이 다시 수정·보완하는 식이다. 이 협업 모델이 점차 일반화되면, “창의성이 과연 누구의 몫인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감정과 서사가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결정하는 한, AI가 그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대신 인간·AI 협업이 예술 창작의 새 물결을 일으켜, “창의성”의 정의와 경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4.6) 디지털 노마드와 긱 이코노미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노동

노동이 디지털화되면서 등장한 흐름 중 하나가 ‘디지털 노마드’와 ‘긱 이코노미’ 현상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작가 등이 세계를 여행하며 원격으로 작업을 맡는 식이다. 긱 이코노미는 우버(Uber) 기사나 배달 라이더처럼 플랫폼과 개별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건별로 일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들은 기존의 ‘정규직 고용’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일하지만, 동시에 안정된 소득과 사회적 보장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 수요와 개인의 선호

오늘날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빠르게 인력을 조달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 결과,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한다”는 개념이 점차 옅어지고, 개인은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화하는 삶을 택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자유로운 근로 시간과 장소가 보장되지만, 반대로 정규직에 비해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연금·보험 등 복지 혜택을 놓치기도 한다.

디지털 노마드나 긱 워커들은 “내가 일하는 시간과 방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떤 플랫폼 계약이 언제 끊길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도 끼고 산다. 따라서 이런 노동 형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는 근로 안전망과 규정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4.7) 교육 패러다임 전환


AI 보조 학습과 개별 맞춤 교육

노동이 자동화와 디지털화로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교육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AI 보조 학습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진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심화 내용을 추천한다. 과거엔 교사가 모든 학생을 일괄적으로 가르쳤다면, 이제는 개인별로 다른 학습 경로와 자료를 설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 학생은 수학의 특정 단원을 빠르게 이수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다른 학생은 그 단원에 오래 머물며 보충 문제를 푼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습 데이터 분석과 적응형 교육 기술이다.


교사의 역할 변화

이런 시스템이 확산되면, 교사의 역할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지식을 전달하고 시험을 출제하는 과정이 주였다면, 이제는 AI가 기본 개념 설명과 문제 제공을 대다수 맡을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살피고, 심화 논의나 프로젝트를 지도하며, 인성·사회성 등을 길러주는 쪽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부분을 진짜 공부해야 할지,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멘토 역할이 강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I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낙관론은 위험하다. 실제로 AI 기반 교육이 개인 취향을 지나치게 편향시키거나, 학습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지역·계층 간 디지털 격차가 심해지면, AI 학습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교육 패러다임 전환은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없고, 교사·학부모·사회가 함께 새 학습 모델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4.8) 일자리 소멸과 기본소득 논쟁


대량 실업 공포와 새로운 일자리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운송, 생산, 행정, 판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존 노동자들이 대거 실업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일부 미래학자는 “인간 노동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는 극단적 전망을 내놓고, 또 다른 쪽에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며 반론을 편다. 문제는 자동화로 생성되는 일자리와 사라지는 일자리의 성격이 다르고, 과거와 달리 변동 속도가 훨씬 빠른 탓에 구직자들이 즉시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본소득 논쟁의 부상

자동화 시대에 노동 기회가 극도로 줄어든다면, 사회 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 주목받았다. 기본소득이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조건 없이 지급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생계 안정을 위한 강력한 안전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미 노동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접어든 만큼, “어차피 대부분 사람이 일자리를 갖기 힘들다면 국가가 어느 정도 뒷받침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한다.


찬반 양측의 입장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들은 기술 혁신이 낳은 이득이 사회 전체에 재분배돼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과 AI가 만들어낸 막대한 부가 특정 기업이나 소수 계층에게만 몰리면, 거대한 불평등이 촉발돼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사람들은 생계 압박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반대파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대로 일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온다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거나 세수 부족으로 국가 파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또한 고용 안정망이 필요하다면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황과 미래 시나리오

몇몇 국가와 도시에서 기본소득을 실험적으로 도입했지만, 아직 결론적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 일부 사례에선 개인 행복도와 건강 지표가 좋아졌다고 보고됐고, 다른 곳에선 특정 집단의 근로 시간이 줄었다고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그 규모가 사회 전체로 확대됐을 때 나타날 재정·고용·물가 등 종합적 영향이다. 실제로 대규모 기본소득을 지원하기 위해선 세금 인상이 불가피할 텐데, 그 부담을 기업과 고소득층이 기꺼이 감내할지 미지수다.

결국 기술 발전으로 인한 대량 실업 가능성과, 이에 맞선 기본소득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AI가 산업 구조를 급변시켜 일자리 기회를 급감시킨다는 비관론이 현실화되면, 국가가 노동 시장을 대신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한편으론 “새 직무와 창의적 분야가 생길 것이니 성급한 공포”라는 낙관론도 있다. 어느 시나리오든, ‘일자리 소멸’과 ‘사회 안전망 강화’라는 주제가 노동 현장의 뜨거운 이슈로 남게 될 것이다.




(4.9) 노동·창의성의 미래를 그리다


기술·인간 협업 체계의 확산

자동화와 AI가 기존 직무를 대신하면서, 인력 재배치와 교육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 반복 업무나 계산 업무를 로봇·알고리즘이 맡고,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과제에 투입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공장에서는 로봇이 조립을 하지만, 설계나 생산 전략은 여전히 사람이 담당하고, 사무직에선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서류 업무를 소화하지만, 대내외 커뮤니케이션과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람이 주관한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기계” 협업 체제가 보편화되면, 노동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지고 지식·인간관계 기술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자아실현과 사회적 가치 추구

AI가 높은 생산성을 제공한다면, 인간은 일에서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기여를 찾는 욕구를 더 크게 드러낼 수 있다. 취미·예술·봉사와 같은 활동이 비즈니스 세계와 접목되는 형태도 늘어날 것이다. 노동 시간을 줄이고 여유 시간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지향하거나, 반대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별도 분야에 집중해 “일”을 취미처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직업과 여가, 성취와 자아 탐색 사이의 경계가 더 흐려지는 세상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기회와 위험이 공존

물론 이런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재교육 기회가 충분하지 않거나, 디지털 소외가 심한 계층은 일자리를 잃고 대안도 찾지 못할 수 있다. 창의성·소통 능력이 중요한 새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소외될 위험이 크다. 또한 AI 기술이 과도하게 인간 업무를 대체하거나 관리할 경우,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약화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자동화와 창의성 강조가 동시에 진행될수록,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앞으로 노동은 단순 생계 수단이라기보다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그 배경에는 AI와 로봇이 들이닥치는 재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이 놓여 있다. 노동과 창의성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긴 어렵지만, 사람들은 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측면(감정 교류, 창의적 통찰, 복합적 판단 등)을 무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도 있다. 자동화가 인류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도, 고용 없는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는데, 현실은 둘 사이의 미묘한 균형 지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참고문헌(이 글의 개념과 논의는 아래 책들을 발췌 또는 요약을 통해 참고하여 재해석해 구성했습니다.)

Daniel Susskind (2020). *A World Without Work: Technology, Automation, and How We Should Respond*. Metropolitan Books.

Marcus du Sautoy (2019). *The Creativity Code: Art and Innovation in the Age of AI*. Belknap Press.

Sherry Turkle (2011). *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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