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데이터 경제와 개인정보

by 동쟌


[ 소중한 시간을 아껴친절한 요약 ]

클릭, 검색, 위치 같은 모든 흔적이 상품이 되고 있다.

맞춤형 편의는 편리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감시와 조작의 매개가 된다.

수집된 데이터는 플랫폼의 소유가 되고, 정보 통제권의 주체는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가고 있다.




[ 본문 ]


어느 시대든 세상을 꿰뚫는 키워드가 있었다. 과거에는 “신과 운명”이 모든 것을 설명했고, 또 한때는 “기계와 전쟁”이 질서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빨리 생산하느냐”를 부의 기준으로 착각해 왔고,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장 깊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QR코드로 주문하고, 추천 알고리즘이 고른 음악을 듣는다. 이처럼 일상은 이미 데이터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이제 데이터는 개인의 취향과 감정, 도시의 움직임까지 포착해 낸다. 어쩐지 투명하고 편리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너무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불안도 스며든다.

100년 전에는 “땅”과 “철도”가 재산 목록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나의 클릭”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 무료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사실상 ‘나’라는 존재를 조용히 드러내는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데이터가 만든 편리함은 과연 선물일까, 아니면 새로운 압박일까? 정답을 정해두진 않았다.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어떤 흐름 위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2.1) 광고 알고리즘의 탄생


클릭이 자산이 된 순간

광고 알고리즘은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등장한 ‘눈길 판매(Tim Wu 2016)’ 방식에서 출발했다. 과거엔 TV나 신문이 정해진 지면과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내고, 그 노출 범위를 단순 추정치로 환산하곤 했다. 하지만 웹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클릭하고 머무는 정확한 지표를 추적할 수 있었고, 광고주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이 광고를 봤는지”를 수치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시선을 매매하는 광고의 구조

검색 엔진은 특정 키워드를 입력한 사용자의 의도를 바로 파악해 관련 광고를 붙였고, SNS 플랫폼은 개별 프로필·관심사를 분석해 “당신에게 맞는 광고”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클릭하고 얼마나 오래 보았는지, 어떤 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의 행동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됐다. 결국 광고주들은 ‘노출’이 아니라 ‘정밀 타깃팅’에 돈을 쓰는 시대가 열렸고,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행태를 정확히 읽어낼수록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완성됐다.

이처럼 광고 알고리즘의 탄생은 단순히 “광고를 더 잘 보여준다”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 관심을 재화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인터넷 플랫폼은 사용자의 시선과 클릭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광고 중개인’ 역할을 맡았고, 이는 데이터 경제의 문을 본격적으로 여는 시발점이 됐다.




(2.2) 사용자 행동 패턴의 상품화


당신의 모든 흔적이 팔리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뭘 보았고 얼마나 머물렀는지, SNS에서 누굴 팔로우하고 어떤 글에 반응했는지, 심지어 GPS가 추적한 이동 경로나 자주 방문하는 지역도 모두 상품화 대상이 됐다. 한 사용자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모이면, 그의 소비 성향부터 정치적 성향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런 데이터를 ‘브로커’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수집해 광고주나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기도 한다. 예컨대 위치 정보가 필요한 쇼핑몰이 있으면, “이런 지역을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특정 상품에 관심이 높다”는 식으로 묶어 넘길 수 있다. 클릭이나 머무르는 시간 같은 간단한 지표조차, 수많은 유저가 쌓아두면 특정 취향이 어느 시점에 폭발적으로 상승할지 미리 예측하는 근거가 된다. 이 시스템에서 사용자는 대개 무료로 서비스를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의 행동 패턴을 기꺼이 제공하는 ‘교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는 일상 그 자체를 판별한다

일부에선 “아무리 사용자 데이터를 가져가도 개인 정보 보호 범위를 지킨다면 괜찮지 않나”라며 낙관하지만, 행동 패턴을 깊이 파고들면 민감한 사생활까지 유추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특정 지역을 반복 방문하거나 특정 키워드를 집중 검색하면, 그 사람이 겪고 있는 건강 문제나 경제적 고민이 노출될 수 있다. 플랫폼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별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만든다는 이유로, 이런 정보를 점점 더 탐내게 되면서 데이터 상품화는 더욱 정교해지고 거대해지는 추세다.

결국 사용자 행동 패턴이 상품이 되는 시대에는, 사람이 클릭하는 모든 순간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앱 이동경로나 멈춘 시간, 스크롤 횟수 같은 세밀한 항목까지도 광고주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자원이 된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개인의 모든 일상이 서비스 플랫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데이터 경제가 더욱 확장될수록 “사용자가 어디까지 자신의 흔적을 넘겨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과 충돌을 일으킨다. 이 구조는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데이터화해 예측 가능하고 거래 가능한 자원으로 바꾸는,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Shoshana Zuboff 2019)’의 전형적인 작동 구조라고 볼 수 있다.




(2.3) 맞춤형 추천의 양면성


편의는 나를 위한 것인가

플랫폼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꼭 맞는 추천을 제공하려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시청 이력을 분석해 “이 영상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라는 선택지를 끊임없이 이어 붙이고, 쇼핑몰은 구매 이력과 장바구니를 바탕으로 연관 상품을 추천한다. 이는 분명 편리함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직접 수많은 옵션을 뒤질 필요 없이, 내 취향에 맞춰 자동 선별된 목록을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시야를 제한하는 알고리즘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맞춤형 세상’이 ‘필터버블(Eli Pariser 2011)’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취향의 콘텐츠만 계속 노출되어 취향이 더욱 편향되거나, 특정 정치·사회적 시각에 매몰될 위험이 커진다. 플랫폼 입장에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체류 시간을 늘려 이득이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시야를 지나치게 좁혀버릴 수 있다.

맞춤형 추천은 편리함과 단순함을 준다. 그런데 그 편안함 뒤에는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 조회수, 구매율을 극대화하겠다는 플랫폼의 목적이 숨어 있다. 이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다, 플랫폼 수익을 최적화하려는 과정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취향에 따라 어떤 추천을 받고 있는지, 그 추천이 정말 내 관심사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알고리즘 수익 모델에 따라 필터링된 것인지를 인식하지 않으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선택이 조작되는 경험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2.4) 개인정보 보호 vs. 데이터 활용


데이터 활용의 욕망과 불안 사이

데이터 경제가 확장되면서, 개인정보를 둘러싼 윤리·법적 논쟁이 격화됐다. GDPR(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은 사용자 정보 수집과 처리 방식을 엄격히 제한하고, 개인이 자기 데이터를 직접 관리·삭제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일부 주나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규제를 마련해 개인정보를 함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 이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취급 방침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며, 위반 시 막대한 벌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할수록, 플랫폼이나 기업이 일으키는 혁신 속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예컨대 개별 사용자의 세밀한 로그를 모아야 보다 정교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데, 법이 이를 너무 엄격히 막으면 데이터 기반 혁신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개인정보를 무제한으로 활용하도록 풀어놓으면 감시 사회나 독점적 정보 소유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사용자 동의를 구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복잡한 약관을 건너뛰고 “예”를 누르기 마련이라, 실질적인 통제력이 생기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내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결국 “내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이 핵심이다. 개인이 스스로 데이터를 통제할 권리를 얼마나 실제로 행사할 수 있으며, 기업이 수집한 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 데이터를 활용해 발전하는 AI 서비스 혜택을 크게 누릴 수도 있지만, 그 대가로 사생활을 침해당하거나 소수 기업에 정보 권력이 집중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대립 구도가 앞으로 더 치열해질 텐데, 각국 정부와 기술 기업은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꾸준히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무료 서비스를 쓸 것인가, 내 데이터를 지킬 것인가 사이에서 뚜렷한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이렇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이 충돌하는 지점은 곧 데이터 경제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민감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2.5) 공공 데이터와 스마트시티


효율로 움직이는 도시 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공익을 증진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졌다. 스마트시티 개념이 대표적이다. 교통·환경·복지 분야에서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교통량, 공기 질, 쓰레기 배출량 등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면, 막히는 구간을 자동으로 우회시키거나 환경오염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식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도시의 두 번째 그림자, 감시

지자체나 정부 기관이 이런 데이터를 개방하면,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이 참신한 해결책을 개발하기도 한다. 배달 차량 동선 최적화, 응급 구조 골든타임 확보 등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가 공공 데이터 기반으로 시도되고 있다. 다만 시민의 동의 없이 과도하게 정보를 모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효율적 행정과 사생활 보호가 공존하기 위해선 적절한 법·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그럼에도 실제 적용 성과가 서서히 나오며, 공공 데이터와 스마트시티가 ‘데이터 경제’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대표 모델로 주목받는다.




(2.6) 데이터 독점 : 빅테크의 부상


쌓을수록 강해지는 독점의 알고리즘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소위 ‘빅테크’ 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사용자 정보를 흡수하며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검색·커머스·소셜미디어 영역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한 뒤,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경험을 더 정교하게 개선하고, 동시에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이렇게 선순환을 이루는 가운데 이들이 축적한 데이터가 워낙 막대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경쟁이 불가능한 데이터 제국

새로운 플레이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져도, 결국 사용자 풀이 풍부한 빅테크 플랫폼과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데이터 독점을 초래해, 갈수록 거대 플랫폼에 사용자와 광고주가 몰리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화된다. 국가들은 반독점 규제나 세제 개편 등을 시도하지만, 이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워낙 커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한 서비스를 계속 누리면서도 “데이터가 소수 기업에 집중돼도 되나”라는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결국 데이터 독점이 빚어내는 문제점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공통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7) 개인정보의 ‘가격표’


나도 모르는 사이 거래되는 나

개인정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예가 ‘데이터 브로커(FTC 2014)’ 산업이다. 기업들은 보험이나 채용, 마케팅을 위해 ‘프로필’ 정보를 구매하고, 브로커는 이를 가공·재판매한다. 사람들의 나이, 직업, 위치, 심지어 웹 브라우징 습관 같은 세부 항목이 상품처럼 취급될 수 있다. 사용자는 그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거래되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개인은 ‘나의 정보’가 얼마에 팔리는지 실감하기 어려우며, 브로커나 플랫폼은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석 기법을 발전시킨다. 이는 개인정보가 단순 식별 수단을 넘어 금융·채용 등 인생 결정에까지 스며들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8) 데이터 가치의 미래


사회 전체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될 때

앞으로 데이터 활용이 더 폭넓어질수록, 규제와 혁신 사이의 줄다리기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규제 강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면, 개인정보 보호법과 빅테크 독점 방지 정책이 대폭 강화돼 기업이 데이터를 마음대로 수집하지 못하게 되면서, AI 발전 속도가 어느 정도 둔화할 수 있다. 반면 무제한 수집을 허용하는 시나리오에선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사회 위험이 가중되지만, 혁신적인 AI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혁신과 통제 사이의 기로에 선 미래

둘 중 어디로 가든, 데이터가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는 사실만은 흔들리지 않을 듯하다. 공공 데이터 분야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더 확대되고, 기업들은 소비자 정보를 최적화·분석해 더 정교한 맞춤 서비스를 내놓으려 할 것이다. 중소 규모 업체나 개인도 크고 작은 시장에서 데이터에 접근하려 할 텐데, 그 권한과 방식이 누구에게 주어지고 어떻게 관리될 것인지가 결국 사회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경제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모으고, 그걸 어떻게 가공해 부가가치를 만드느냐”로 요약될 수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윤리, 독점 문제 같은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혁신과 통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데이터 경제가 가져올 기회와 부작용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이 글의 개념과 논의는 아래 책들을 발췌 또는 요약을 통해 참고하여 재해석해 구성했습니다.)

Shoshana Zuboff (2019).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PublicAffairs.

Eli Pariser (2011). *The Filter Bubble :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 Penguin.

Nick Srnicek (2016). *Platform Capitalism*. Polity.

Tim Wu (2016). *The Attention Merchants : The Epic Scramble to Get Inside Our Heads*. Knopf.

Anthony M. Townsend (2013). *Smart Cities : Big Data, Civic Hackers, and the Quest for a New Utopia*. W.W. Norton.

Evgeny Morozov (2011). *The Net Delusion : The Dark Side of Internet Freedom*. PublicAffairs.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2014). 『데이터 브로커 : 투명성과 책임에 대한 요청』. 워싱턴 D.C. : FTC
(원제 : *Data Brokers : A Call for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Gavin Wood (2014). *Ethereum : A Secure Decentralised Generalised Transaction Ledger*. Ethereum Foundation.


keyword
월, 금 연재
팔로워 14
이전 01화01 가치 패러다임의 역사와 AI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