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이 온다.
이름을 보는 순간, 대충 감이 온다.
청첩장이겠구나.
반가운 얼굴이어야 할 텐데, 머릿속에서 어쩐지 무게가 기운다.
예전엔 설렘이 먼저였는데, 이제는 약간의 거리감이 따라붙는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오랜만에 인사를 건네는 마음일 테지만,
이상하게 그 다정함이 낯설다.
나는 기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사실은 충분히 축하할 일이다.
진심으로 잘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축하라는 말보다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었던 시간들이다.
서로가 바빴을 거고, 멀어진 이유도 정확하진 않다.
누구의 잘못도 없었다. 그저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그 무거움이, 괜히 나를 스스로 예민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예전엔 손편지 한 장으로도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고,
오랜만에 연락이 와도 반가움이 먼저였다.
기다릴 줄 알았고, 기다리는 동안 관계는 자라났다.
지금은 쉽게 연락하고, 읽음 표시가 남고,
답장이 늦어지면 감정이 멀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늘 연결돼 있다.
그런데 그 가까운 연결은 오히려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고,
감정을 더 쉽게 지치게 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말을 주고받지만,
말은 점점 가볍고, 과잉 소통 속에서 마음은 고립된다.
이건 아이러니다.
연결이 깊은 이해를 만들어야 하는데,
연결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서로를 오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멀어진다.
누구도 나쁘지 않았고,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정은 무너진다.
무너짐에는 책임이 없다.
서로가 침묵하는 사이,
마음은 어느 쪽에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한 채 조용히 무너진다.
그 사람의 행복을 기뻐하고 싶은 마음과,
그 사람의 삶에서 점점 멀어진 나 자신을 인식하는 마음이 뒤섞인 채로 남아 있다.
이해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누구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감정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슬플 뿐이다.
그럴 땐 나도, 내가 싫어진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너무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정작 마음을 놓을 공간은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가까워졌다고 느낄수록 멀어진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