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은 조용했다.
학생들은 책상에 노트를 펴고, 펜을 쥔 손을 조심스레 움직였다.
교수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들리는 대로 받아 적었다.
글씨는 급하고 삐뚤었고, 종이 위에는 줄과 선, 별표가 어지럽게 얽혔다.
가끔, 수업의 흐름이 느슨해지고,
강의 내용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낯선 도시에서 겪은 일, 어릴 적 실수담, 별다른 교훈 없는 농담들.
학생들은 펜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웃기도 했고, 멍하니 듣기도 했다.
필기의 틈새에 그런 이야기들이 스며들었다.
기억 속에는 종종, 공식보다 그런 순간들이 더 오래 남았다.
지금은 다르다.
강의가 시작되자 노트북이 켜진다.
녹음 버튼이 눌리고, 음성 인식 앱이 작동한다.
학생들은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곧 휴대폰을 집어 든다.
강의는 자동으로 기록된다. 필요한 말들은 알아서 저장된다.
교수님은 여전히 이야기를 한다.
가끔 웃고, 가끔 뜸을 들인다.
농담을 건네고, 엉뚱한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인식되지 않는다.
요약본에도, 정리된 파일에도 남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면 저장된 파일이 폴더로 정리된다.
날짜와 과목 이름이 붙고, 깔끔하게 목록에 추가된다.
노트는 지저분하지 않고, 메모는 빠뜨림 없이 완성된다.
어떤 말에 웃었는지,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누구도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그저, 와이파이가 잘 터졌던 것,
그것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