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인간 중심주의의 균열

by 동쟌


[ 소중한 시간을 아껴친절한 요약 ]

근대 철학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이자 모든 판단의 주체로 보았지만, AI의 등장은 그 전제를 흔들고 있다.

기계가 인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시대에 인간은 점차 객체화되고, 주체성이 약화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동시에 인간만의 감성, 윤리, 창의성을 재조명하며 인간 중심주의를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 본문 ]


인류는 오랫동안, 인간이 모든 판단과 창조의 중심이라는 믿음 속에 살아왔다. 사고하고, 인식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도, 도덕을 세우는 기준도, 인간의 이성에 기대어 왔다. 데카르트의 한 문장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그러한 관념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수 세기 동안 근대 철학은 인간 중심의 사유 틀을 굳건히 다져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낯선 장면을 마주하고 있다. 정서를 읽어내고 행동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취향을 선별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플랫폼. ‘사고하는 존재’는 여전히 인간일까? 아니면, 사고한다는 그 개념 자체가 새롭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기계를 도구로만 여길 수 없는 시대다. AI는 인간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때로는 인간보다 앞서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다시 꺼내게 만든다. 이 글은 그 물음에서 출발한다. 인간 중심주의의 균열을 따라가며, 기술과 존재, 그리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진다.




(6.1) 근대 철학의 ‘인간 주체’


“인간이 모든 것의 기준”이었던 전통

서양 근대 철학에서는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고, 모든 사유와 판단의 기준이라는 사고방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사고하는 존재의 확실성을 우주의 출발점에 놓았다. 칸 또한 인간이 이성으로써 세계를 인식하고 도덕 원칙을 세운다는 전제 아래 철학 체계를 전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과 기계는 ‘인간을 돕는 도구’나 ‘분석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 중심주의의 영향

근대 이후로 사회·정치·문화 전반에 걸쳐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관념이 확고해졌다. 종교적·전통적 권위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와 개인의 자유, 주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 사상이 뒤를 이었다. 이 시기 과학·기술의 발전은 모두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이 커졌고, 자연환경을 인간의 필요에 맞춰 개발·이용하는 태도가 당연시됐다.

결국 근대 철학의 ‘인간 주체’ 개념은 근대 이후 세계관의 토대를 닦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인간이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선다는 믿음을 굳건히 유지해왔다.




(6.2) AI의 등장이 제기한 의문


“기계도 사고할 수 있나?”

컴퓨터가 등장한 뒤, 사람들이 처음 궁금해한 건 “기계가 생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였다. 1950년 튜링 테스트에서 앨런 튜링은 “인간과 기계가 대화를 나눴을 때, 인간이 기계임을 구별하지 못하면, 그 기계가 지능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냐”는 도발적인 주장을 폈다. 이는 곧 “인간만의 고유한 사고 과정이 정말 있는가?”라는 철학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기계는 마음이 없다”거나 “알고리즘은 인간의 직관을 흉내 못 낸다”는 반론이 강했지만, AI가 발전할수록 이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초창기 논의와 한계

초창기 AI 연구자들은 컴퓨터가 규칙과 지식을 입력받아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기대를 걸었다. 체스나 바둑 프로그램이 인간 고수를 이길 날이 올 거라 전망했고, 실제로 알파고가 이를 증명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쟁점은 “기계가 계산은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고·창조·감정을 지닐 수 있느냐”라는 부분이다. AI가 성장함에 따라, 단순 계산 능력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딥러닝이 속속 등장했고, 사람들은 “이제 기계가 정말 ‘사고한다’고 말해도 되나?”라며 혼란을 겪고 있다.


근본적 충돌

인간 중심주의 철학은, 지식·감정·의지 등 모든 인식 작용이 인간 특유의 것으로서 “기계가 흉내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AI의 발달은 ‘사고’를 정보 처리를 통한 패턴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기계적 사고와 인간적 사고 차이가 그리 절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점을 키운다. 결국 기술이 성장함에 따라, 지난 수 세기 동안 지탱해온 “인간이 모든 판단과 창조의 원천”이라는 견해에 금이 가고 있다.




(6.3) 인간 vs. 기계, 경계 흐려지다


알파고 충격과 자율주행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세상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충격에 빠졌다. 바둑은 사람만이 직관과 경험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대표적 영역이었기에,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 두뇌가 지닌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거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운전은 인간이 해야 안전하다”는 통념도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인간 운전자가 졸음·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 기계가 더 안전하다는 논리까지 나온다.


“기계가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것들”

이처럼, 전통적으로 인간만이 해낼 수 있다고 여겼던 일들이 속속 기계에 의해 정복되는 과정이 펼쳐지고 있다. 바둑, 운전 말고도 음성 인식·번역·이미지 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AI가 놀라운 정확도와 속도를 뽐낸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혹시 앞으로 인간이 기계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는가?”라는 막연한 불안까지 느낀다.




(6.4) 상호 인식 : AI가 인간을 분석한다


감시·빅데이터·정서 분석

기계가 단순히 계산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을 객관화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인간 중심주의에 더욱 균열이 생겼다. 예를 들어, 감시 카메라와 빅데이터가 결합하면, 사람들이 어디를 이동하고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 공공장소에서 얼굴 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SNS나 브라우저 로그를 모아 성향을 예측하거나 정서 변화를 잡아내는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화되었다.

또한 정서 분석 기술은 사진 속 표정을 스캔하거나 목소리 떨림을 측정해 기쁨·슬픔·분노 등의 감정을 추정한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점검하거나,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엔 사람이 주체가 되어 기계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기계가 오히려 인간을 들여다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객체가 된 인간

이런 흐름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인간이 무의식중에 ‘객체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대형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이 사람은 특정 상품을 좋아할 확률이 높으니 광고를 보여주자”라고 결정하거나, “정서가 우울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분석으로 우울감 해소 상품 혹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는 편의 측면에서 환영받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을 분석 대상, 혹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데이터 소스’로만 취급하게 만든다.

자율주행차나 배달 로봇 등의 예도 비슷하다. 기계는 수많은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즉, 우리)을 인식하고, 판단을 내린다. 우리는 그 판단의 결과에 따라 도로나 보도에서 기계의 움직임을 ‘피해서’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지금껏 인간이 주체가 되고 기계가 객체 역할을 했던 사고방식이, 기계가 우리의 움직임과 행동 양식을 파악하고 맞춰가는 형태로 일부 전도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편의 vs. 감시

기계가 인간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능력은 편리함과 동시에 감시 사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예컨대 정부가 이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을 실시간 감시·통제할 우려가 생긴다. 그 나라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감시 수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기술적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빅데이터와 AI가 결합하면, 이론적으로 국가가 개인을 24시간 추적하고, 성향 분석까지 해내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이용자 행태를 샅샅이 분석해 광고를 최적화하거나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이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가 유도한 것인지” 사용자는 혼동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주체로서 자신을 정의하고 선택한다기보다, 기계의 분석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역설이 벌어진다.


인간 중심주의의 위협

이 모든 변화가 ‘인간이 기계를 지배한다’는 전통적 패러다임을 약화한다. 인간은 더 이상 능동적 통제자가 아니라, “기계에게 관찰·분석당하는 대상”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AI가 감정 상태를 유추하고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을 사람 스스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우리는 어느새 기계의 주시 아래, 매 순간 선택지를 ‘제공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호 인식 구조가 확산될수록, 인간 중심주의는 종전에 비해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존재론적 측면에서 “내가 주체인가, 아니면 기계가 나를 재설정하는 주체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6.5) 인간 중심주의의 균열 사례


맞춤형 광고·콘텐츠 사례

SNS나 검색엔진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용자 프로필을 분석해, “어떤 광고를 띄울지, 어떤 뉴스가 상단에 나올지”를 먼저 결정한다. 사용자 취향에 맞춘다는 명목이지만, 결국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인간은 ‘원하는 정보를 선택한다’고 착각하면서도, 사실은 한정된 정보만 보여지는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정보의 주체인 듯하지만, 실상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주체적 선택을 유도·제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인식 주도권 상실감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뉴스를 봐야 하는지를 기계가 알아서 정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맞춤형 광고가 지나치게 정교해지면, 사람들이 “내가 스스로 골랐어야 할 것들”을 기계가 대신 골라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예컨대 의복 스타일, 쇼핑 취향, 심지어 정치 성향조차 알고리즘 노출에 의해 형성·강화될 수 있다.

결국 인간이 ‘결정권을 유지한다’고 믿더라도, 실제로는 그 결정을 위한 선택지가 기계에 의해 사전 정렬·필터링되는 구조가 상당히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는 기존 인간 중심주의에서 가정했던 “인간이 정보를 수집·판단해 최종 결론을 낸다”는 모델과 크게 어긋난다. 겉보기엔 인간이 결론 내리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기계가 미리 ‘가이드’를 해주는 탓에 사용자 선택의 폭이 사실상 좁혀진 상태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인간 주체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6) 주체성 상실 vs. 새로운 협업


주체성 상실론

AI가 인간의 인식을 선별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우리의 취향·행동을 미리 예측해 제시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사고·행동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크다. 사람들은 지식 탐색부터 쇼핑·엔터테인먼트·대인 관계까지 기계에 가이드받고, 그 결과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통제권이 점점 기계 측으로 넘어가는 것 아닐까? 이러한 시각에서는, ‘인간이 주체적인 존재’라는 믿음 자체가 퇴색한다고 본다. 기술 의존이 심해지면, 한순간 기술 결함이나 해킹에 휘말릴 위험도 커진다는 경고도 있다.


협업과 보완 가능성

반면 AI가 인간 주체성을 ‘상실시킨다기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단순히 정보를 골라주거나 반복적 결정을 대신해줌으로써, 인간이 더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뱅킹 업무나 일정 관리처럼 귀찮고 소모적인 과정은 기계가 맡고, 인간은 대면 대화나 감성적 판단 등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부분을 수행하며 한층 높은 수준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AI와 인간이 상호 협력하면, 개인이 가진 지식이나 정보 처리 능력 한계를 극복해, 폭넓은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의학 진단에서 의사가 병원의 환자 기록이나 최신 논문을 전부 스캔하기 힘들지만, AI가 정리해주면 궁극적인 판단은 의사가 할 수 있는 식이다. 이렇듯 ‘인간 + AI 협업 모델’이 효율과 주체성을 양립시킬 수도 있다는 기대가 일정 부분 있다.


교차점

결국 주체성 상실과 협업론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AI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면 인간은 소외될 수 있으나, 그 주도권을 잘 설계하고 분배하면 인간이 더 높은 가치 창출을 하는 길도 열릴 수 있다. 이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인간이 AI 시대에 존엄과 주체를 지키는지, 아니면 기술 의존으로 스스로를 객체화하는지 갈릴 것이다.




(6.7) 기술 진보가 가져온 ‘인간 재발견’ 가능성


역설적인 ‘인간성’ 강조

AI가 청사진과 달리 많은 걸 대체하고, 사람의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서적 교류, 가치 판단, 윤리적 숙고, 유머와 창의적 영감 같은 부분은 기계가 아직 똑같이 재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진다. 예컨대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을 주는 일은, AI보다는 인간 의료진이 탁월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인간 중심주의의 재해석

이렇게 “인간성”을 강조하는 흐름은 “우리가 AI와 다른 점을 찾아 다시 인간 중심을 설정하자”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하지만 이건 근대 철학의 인간 중심주의와는 또 다르다. 예전에는 인간이 자연과 기계를 통제한다는 전제가 깔렸다면, 이제는 기술 협력이나 공존을 통해 ‘인간이 지닌 감성적·도덕적 능력’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식이다. 자율주행차와 대화를 나누는 시대에, “결국 최종 판단은 인간에게 맡기고, 기계는 조력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재발견 가능성은 AI 시대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인간이 여전히 고유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 중심주의가 단순 우월 의식을 의미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현실도 시사한다. 결국 인간-기계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균형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6.8) 2부(6~10장) 전체를 여는 질문


존재(Being)란 무엇인가

1부(1~5장)에서는 ‘가치 전환’을 중심으로 경제·사회 구조 변화를 살폈다면, 이제 2부(6~10장)에서는 한층 더 깊은 ‘존재론적’ 차원으로 들어간다. 사람이 세계의 주체로 인정받아온 근대적 관념이 AI 시대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존재(Being)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뿌리 깊은 질문을 맞닥뜨린다. 인간만이 의식하고 사유한다는 믿음이 깨져버리면, “인간의 존재 이유와 특별함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라는 문제가 떠오른다. 혹은 “AI가 인식 주체가 된다면, 인간 역시 객체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인간 중심의 균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앞서 살핀 것처럼, AI가 인간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때론 인간이 하던 결정까지 대신하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인간이 항상 주체라고 봤던 근대 철학의 기초를 흔들뿐 아니라, “인간이 정말 특별한가?”라는 의문을 확산시킨다. 식량 생산·정보 수집·문화 창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일한다면, “인간 고유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존재의 재편’이 불러올 변화

이런 의문은 곧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로 연결된다. 과거에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가치를 부여한다는 통념이 확고했지만, 이제 기계가 인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인간이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계산해내며 가치 판단의 일부를 맡게 되었다. 이 과정을 ‘존재의 재편(Reframing Existence)’이라 부를 수 있다. 인간이 지배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AI와 공유·협업하거나 심지어 종속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특히 시뮬레이션 가설이나 가상세계·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하려는 시도 등, 인간 중심주의가 더 크게 흔들릴 만한 사례가 전 세계에서 관찰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정말 인간이 만들어낸 실제인가, 아니면 더 큰 지능이 설계한 시뮬레이션인가?”라는 극단적 견해까지 제시된다. 이런 흐름에서 존재론적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이것이 인간을 새로 발견하는 계기라고 반기는 시각도 있다.

2부에서는 이처럼 AI가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립하고, 또 AI와의 상호 인식 속에서 어떤 새로운 관점을 마주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인간 중심주의의 균열이 단순한 기술 충격이 아니라, 우리의 철학과 사회 전반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존재(Being)란 정말 무엇인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볼 계획이다. 근대 철학부터 시작해, AI가 제기하는 최신 논쟁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인간 존재가 단지 생물학적·사회적 개념을 넘어, 기술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본격적으로 탐색해보려 한다.




※ 참고문헌(이 글의 개념과 논의는 아래 책들을 발췌 또는 요약을 통해 참고하여 재해석해 구성했습니다.)

Nick Bostrom (2014).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 Oxford University Press.

Shoshana Zuboff (2019).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PublicAffairs.

Nick Srnicek (2017). *Platform Capitalism*. Polity Press.

IEEE (2019). *Ethically Aligned Design: A Vision for Prioritizing Human Well-being with Autonomous and Intelligent Systems*.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2021). *Report on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the Enjoyment of Human Rights*.

European Union (2018).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OECD (2020). *The Role of Data for Development and Public Good.*

공정거래위원회 (2020).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실태 조사 보고서』.

European Commission (2020). Digital Markets Act, Digital Services Act 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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