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빅데이터 기술로 인해 인간은 얼굴, 감정, 행동까지 실시간으로 관찰·분석당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편의성과 치안 향상과 함께, 사생활 침해, 자유 제한, 인간 주체성 상실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관찰은 더욱 일상화될 것이며, 인간은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켜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가게 앞에서 무심코 사진을 찍는 일. 이런 순간들은 이제 모두 기록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는 사람의 위치를 저장하고, 통화와 메시지는 서버에 남는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자동으로 수집되고, 별다른 인식 없이 데이터로 축적된다. 개인의 취향, 위치, 생활 패턴까지 모두 디지털 흔적으로 남는 일이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지도 앱은 경로를 안내하고, 쇼핑몰은 구매 성향을 분석하며, 소셜미디어는 관계를 관리한다. 서비스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그 편의를 받아들인다. 정보 제공과 편의의 교환은 거부감 없이 확산됐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기기를 끄거나 서비스를 탈퇴해도, 이미 남은 기록은 계속 존재한다. 움직임, 검색 기록, 소비 습관, 심지어 표정이나 감정 변화까지 수집되고 분석된다. 기계는 단순히 인간의 요청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인간의 행동과 상태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주체로 행동하고 있다고 믿지만, 많은 부분이 이미 기계적 분석과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어느 곳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편리함과 효율성은 분명히 높아졌지만, 사생활과 주체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기술 발전이 계속될수록 관찰과 데이터화는 더 치밀해질 것이다. 생활이 편리해지는 만큼, 개인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다. 이 흐름은 이미 멈추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든 특정 인물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교체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단순히 사진을 편집하는 수준을 넘어, 동영상 속 인물의 표정·입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바꿔 완전히 다른 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지극히 정교한 인공지능 모델이 이미지와 음성 패턴을 학습해, ‘가짜 영상’을 사실처럼 제작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술이 얼굴인식 영역에도 적용되어, CCTV나 사진에서 사람의 특징점을 포착해 ‘누군지’ 정확히 식별해내는 솔루션이 계속 진화 중이다.
기업이나 국가 기관은 이런 기술을 보안·안전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출입 관리나 범죄 수사에서 얼굴인식이 도입되면, 도망자나 용의자를 신속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체제에서는 시민을 전방위로 감시하는 수단이 될 위험이 크다. 가령 길거리 카메라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AI가 그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특정 인물을 추적할 수 있다면, 사실상 24시간 감시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얼굴인식 기술이 단순 신원확인만 하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목소리 톤으로 감정을 파악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영상을 입력받아 “웃는 표정이지만 미묘하게 긴장되어 있음”이라든가,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음” 같은 결과를 분석하는 솔루션이 여러 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고객센터 통화에서 고객이 화가 난 수준을 자동 측정하고, 콜센터 직원의 반응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예도 있다.
이런 정서 분석이 점점 정교해질수록, 사람들의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순간까지 기계가 잡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회의 중 표정이나 말투를 AI가 지켜보고 있다면, 누군가 불편해하거나 거짓말을 하는지 추적할 수도 있다.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기계가 감정을 실시간으로 해석한다면, 인간이 감정을 은닉하거나 통제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기계가 먼저 알아버리면 어떡하나?”라는 심리적 불안감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상업 솔루션 차원에서, 마케팅이나 광고 기업은 AI 정서 분석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 수집해 제품 만족도를 측정하거나 구매 유도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예컨대 백화점 매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람들이 특정 제품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파악한 뒤 홍보 방식을 바꾼다. 또 게임사나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플레이 중 이용자의 표정을 인식해 몰입도나 재미 요소를 즉석에서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사생활 침해와 인간 심리 조작 논란을 부른다. 표정·목소리만으로 얻은 감정 해석이 반드시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고, 개인정보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서 인식 기술이 특정 인종,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하면 편향적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예컨대 특정 민족은 기본 표정이 ‘화난 것처럼 보인다’고 알고리즘이 오인한다면, 부당한 차별이 생길 여지가 있다.
얼굴인식·정서 분석 기술이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법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는 않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해 감정을 추적할 수 있는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 얼마나 보관하는지, 분석 결과가 잘못됐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핵심 사안이 모호하다. 일부 국가나 조직은 적극 규제하려 하나, 대형 기업이나 보안 당국은 편의성과 치안 논리를 내세워 기술 확산을 독려한다.
결과적으로 “얼굴인식·정서 분석”의 폭발적 진전은 인간이 거울 보듯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기계가 인간을 꿰뚫어보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편의·치안 향상과 함께 불안·감시의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운다. AI 시대에 인간이 부딪히는 새 현실은, “이제 내 표정과 감정까지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지점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SNS나 메신저, 위치정보(GPS)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기록되고 공유된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플랫폼 서버에 대화 내용이 남고, 지도 앱을 사용하면 어디를 갔는지 경로가 기록된다. 무심코 찍어서 올린 사진 한 장에는 위치·촬영 시간이 메타데이터로 담겨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사적인 공간이나 순간이었을 장면들도, 이제는 디지털 흔적으로 남고, 그것이 여러 서비스 업체나 통신사를 거치며 수많은 복사본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디지털 흔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축적되면, 누구든 마음먹고 찾으면 상당한 양의 개인정보를 역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사생활이라 여겼던 부분이 점점 희미해진다. 친구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게시물도, 캡처나 스크린샷으로 타인에게 전해질 수 있고, 구글링만 해도 개인정보가 나올 수 있는 시대다. 업무용 메신저나 공유 캘린더에서조차 개인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면, 사실상 사적 영역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편,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면 여러 편의를 얻는다. SNS로 개인 취향을 펼치면 사람들이 몰려와 반응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위치 추적을 허용하면 길 찾기, 교통, 날씨, 음식점 추천 등 맞춤형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개인 정보가 노출되며 “사생활”의 범위가 좁아지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 편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얼마나 편리함을 원하느냐 vs. 어느 정도 사적 영역을 지키느냐” 사이에서 대부분 사생활을 조금씩 양보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은 단순 기술 발전의 결과만은 아니다. 개인들이 편의와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우선시하는 문화도 한몫한다. 문제는 이렇게 공유가 당연해지는 흐름 속에서, 누가 이 정보를 수집·분석·활용하는지에 대한 통제권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내 정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라는 불안이 커지고, AI 시대에 빅데이터가 무서운 잠재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빈도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식에선 ‘인간(주체)이 기계(객체)를 사용한다’는 틀이 분명했다. 컴퓨터나 로봇은 인간이 설계·조작하는 도구이므로,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의사결정은 인간 책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이제 기계가 인간을 “분석·평가·예측”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예컨대 사람의 클릭 패턴을 살펴 필요를 미리 판단해주거나,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인간 운전자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계속 스캔해 자신의 판단을 업데이트한다.
이런 변화는 ‘주체와 객체의 역전’으로 표현되곤 한다. 무생물로 여겼던 기계가 고도의 인식 능력을 갖추자, 인간이 더는 능동적인 주체라고 장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쇼핑몰 알고리즘이 모든 상품을 분류·순위 매기고, 사용자가 어떤 제품을 볼 확률이 높은지 예측해 배치하면, 우리는 사실상 기계가 설정한 틀 안에서만 ‘선택’하게 된다. 감시 장치나 자율주행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환경을 지배하던 모델이 점차 기계적 눈과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구도가 심화된다면,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재고가 불가피하다. 기계가 센서를 통해 인간을 감시·분석·조율하며, 인간은 단순히 체험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어쩌면 협업을 통해 서로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핵심은 “주체-객체 관계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는 존재론적 전환을 가져올 만한 파급력을 지닌 변화이며, 인간 스스로가 “나는 정말 기계를 통제하는 주인인가?”라는 질문을 새삼스럽게 던지게 한다.
인공지능 기반 감시 시스템은 도시 관제와 치안 측면에서 큰 효율을 제공한다. 예컨대 도로 곳곳의 카메라가 교통 흐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교통 체증을 예방하는 신호 제어가 가능해지고, 교통사고나 범죄 상황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이 가세하면, 특정 지역 범죄 발생 패턴을 파악해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는 시나리오도 꿈꿔볼 수 있다. 실제로 몇몇 도시에서는 ‘예측 경찰(Predictive Policing)’이라 불리는 기법을 활용해, 위험 지역을 미리 순찰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고객 동선이나 소비패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면, 물류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더 정교해질수록, 관리주체는 “어떻게 자원을 배분할지”를 보다 객관적인 지표에 의존해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관리 효율이 극대화되는 구조가 곧 ‘감시 사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누군가(혹은 정부·기업)가 사람들의 이동·행동을 전부 기록하고 분석한다면, 개인은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프라이버시와 결합해 “감시가 너무 강력해지면 인권·자유를 침해한다”는 경고를 낳는다. 예컨대 어떤 정치적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많이 모이는지, AI가 분석해 높은 점수를 붙여 ‘감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민주적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치안·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지만, 시민 단체와 인권 보호자들은 “빅데이터가 무기화되면 디지털 독재가 가능해진다”라고 반박한다. 기술이 갖는 양면성 — 효율 혁신 vs. 통제 위협 — 이곳에서 극단적으로 부딪힌다.
감시와 효율이 서로 떼어놓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사회는 “어떤 수준의 감시를 용인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일부 국가에선 얼굴인식 카메라로 개인을 실시간 추적하는 걸 광범위하게 허용해 범죄율을 낮추려 하고, 다른 국가에선 이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규정해 금지법을 논의한다. 기술만 보면 앞으로 감시 수준은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결국 사회가 그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통제할지 정하는 정치·법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혁신은 무조건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치안 개선이나 도시 관리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다면, 시민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시·자유의 균형이 무너지면 큰 반발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투명성과 적법 절차가 강조된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감시 사회와 빅데이터 혁신이 서로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선에서 공존하려면 거버넌스 구조 설계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
스마트워치나 헬스케어 앱을 통해, 사람들은 심박수·수면 패턴·걸음 수 같은 ‘생체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기록하고 모니터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혈압·혈당·산소 포화도, 심지어 DNA 분석이나 유전자 정보까지 손쉽게 수집하는 단계에 이른다. 의료기관과 제휴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전송받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응급 상황을 감지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이런 시스템은 정말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의료비 절감 및 질병 예방에 큰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하지만 생체 정보는 그 민감도가 다른 어떤 데이터보다 높다. 누가 언제, 어떤 병을 앓고 있고, 유전적으로 어떤 질환 위험이 있는지 파악되면, 보험사나 고용주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 실시간 몸 상태를 전송해 치료 편의를 높인다는 명분 아래, “개인적 비밀이 의료기관·정부·회사에 노출되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가 떠오른다. 만약 빅테크 기업이 헬스케어 분야를 장악해, 그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차등 책정한다면? 상당수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높은 보험료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유전자 정보는 개인의 질병 소인이나 가족력 등 매우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걸음만 나아가면, DNA 데이터가 편집(유전자 가위)될 수도 있으며, 특정 인종·성별·체질을 타깃으로 의료 연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런 연구 자체는 질병 치료와 의약품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제대로 된 규제나 윤리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심각한 윤리적 파탄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이 발생하면, 개인은 돌이킬 수 없는 사생활 침해를 입게 된다. DNA란 한 번 유출되면 영구히 보호가 불가능한 고유 정보이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급증하고, 전통 제약회사·병원과 빅테크 기업이 협업하며 각종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원격 진료 시스템이나 개인 건강 모니터링 기기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다. 거대 플랫폼은 인공지능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통합하고, 개인에게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예컨대 “당신의 유전자 프로필에 따르면, 이 약이 더 적합하다”거나 “이 식단을 유지하면 앞으로 질병 위험이 줄어든다” 같은 식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의료 정보가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해킹이나 내부 유출로 인해 유전자 정보가 어딘가에 팔려나간다면? 사람들은 “내 몸속 정보까지도 감시·이용당한다”는 극단적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 회사가 연구 목적이라며 수집한 생체 데이터를 다른 상업 용도로 돌려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규제 당국은 기술 격차 때문에 적절히 추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헬스케어·유전자 분석이 가져다줄 혁신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윤리·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사의 권한이 AI로 옮겨가진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으며, 환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만큼 진료와 처방의 책임 구분이 복잡해진다. 더 나아가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지면, 아예 인간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기계적으로 재설계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SF적 불안까지 제기된다.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이 열린 상태지만, 최소한 근본적인 윤리와 사적 정보 보호가 확립되지 않으면 거대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미국 국가안보국)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사건은 전 세계인에게 “정부가 내 통화나 인터넷 사용 정보를 다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겼다. 이 사건 이전에도 감시는 존재했지만, 폭로를 통해 감시 범위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경을 초월해 이메일·메신저·SNS 로그가 수집되고, 특정 키워드나 인물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은밀히 이루어졌다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에서 사적 대화를 할 때도 “누가 듣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심을 품게 됐다. 물론 대다수 일반인의 정보가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해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CCTV나 GPS 추적, 음성 비서가 명령 대기 상태로 항상 마이크를 켜놓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인간이 더는 ‘사적인 공간’을 철저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
결국 “나는 관찰되고 있다”는 의식은 개인의 행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자기검열이 생기고, SNS에 올리는 글이나 이미지도 자꾸 신중해진다. 이는 사생활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잠식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감시 때문에 더 안전해진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 안전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대가라면 진정한 자유라 부를 수 있을지 회의가 생긴다. 심리적 충격이 누적되면, 인간이 주체로서 행동하기보다는 언제나 ‘감시당하는 객체’처럼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감시·분석이 과도해지는 시대에, 개인이 쓸 수 있는 대표적 방어 수단은 프라이버시 보호 툴이다.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해 접속 정보를 은닉하거나, 엔드투엔드 암호화(E2EE)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식이다. 브라우저에서 추적 스크립트를 차단해 검색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거나, 쿠키·캐시를 자동 삭제하는 기술도 활용한다. 전자우편 서비스 중 암호화 전송을 기본 지원하는 곳이나, 메신저 앱 중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방식을 쓰는 앱도 찾을 수 있다.
개인적 도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법제와 감시 제한 정책이 필요하다. 여러 시민 단체가 감시 장치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거나, 기업·정부에 정보 취급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GDPR(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처럼, 사용자 동의 없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무작정 보관·활용할 수 없게 막는 제도가 그 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이런 규제를 채택하는 건 아니며, 자국 안보·기업 경쟁력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결국 개인이 스스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여, 어느 정도 감시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함부로 노출하지 않고, SNS 설정이나 앱 권한을 꼼꼼히 확인하는 기본적 습관이 필요하다. 어떤 플랫폼이 내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약관을 대략이라도 파악하고, 경계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사용자가 전문 기술 지식을 가질 수는 없지만, 위험을 전혀 모르는 상태와 어느 정도 개념을 파악한 상태는 큰 차이가 난다.
주체성을 지키려면 개인 수준의 ‘프라이버시 툴 사용 + 인식 개선’, 정부·기업 레벨의 ‘투명 규제·법 제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사회가 “감시냐 자유냐”라는 양자택일 구도로 단순화되진 않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감시 수단이 치밀해지는 건 명백하다. 스스로 정보를 통제하고, 제도적 장치를 활용해 보호받을 때, 인간은 AI 시대에도 일정 범위 안에서 ‘나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확장되면서, 집 안 가전제품·냉장고·도어록·가스밸브 등 일상 물건 대부분이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웨어러블 기기는 손목시계·이어폰 수준을 넘어, 안경형 디스플레이나 의류·신체 부착형 센서 형태로 발전 중이다. 이 기기들은 사용자의 체온·심박수·행동 반경, 심지어 자잘한 일상 습관까지 끊임없이 로깅한다. 몇 시에 얼마나 걸어 다니는지, 대화 패턴은 어떤지, 음식 섭취량이 어떤지 데이터가 축적되면, AI가 그 사람의 생활 리듬을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해 메타버스가 보편화되면, 사람들은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그 공간 역시 “누가 주도하는 플랫폼이냐”에 따라, 사용자가 보내는 시간을 낱낱이 기록할 수 있다. VR 헤드셋이나 AR 글래스가 눈동자 움직임, 반응 속도, 심지어 두뇌 신호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도 있다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가상 현실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보고, 어디에 흥미를 느끼고, 언제 놀라는지까지 추적 가능하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통합된 하나의 디지털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경우, AI와 빅데이터가 “유저의 사고 흐름을 미리 읽고, 적절한 자극을 준다”는 모델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이는 즐거운 엔터테인먼트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극도로 정교한 감시와 조작 체계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이런 방향으로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모든 일이 디지털 로그로 남고,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권력을 누가 쥐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개인이 아무리 프라이버시를 지키려 해도, 생활 도구들이 전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모든 흔적이 수집된다면 현실적으로 관찰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면서도 편의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생활이 대체로 편리해질 거라는 장점은 분명하다. 언제나 내 주변 환경과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해 문제를 예방하거나, 가상 공간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온갖 센서와 알고리즘이 “나”를 항시 관찰·분석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넘어선 영역에 접속하는 대가로,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까지 기계에게 노출되는 상황이 일반화될 수 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영역에서 관찰·데이터화가 일상화될 것이고, 이 흐름을 완전히 되돌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그 정보를 어떻게 쓰고, 어떻게 통제하고, 개인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느냐”다. 국가와 플랫폼 기업이 독점·남용하지 못하도록 규범을 마련해야 하며, 개인도 능동적으로 보호 수단을 익혀야 한다. 5G·6G 네트워크, IoT, AR/VR, 웨어러블 등이 성숙해지는 미래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관찰된다’는 전제가 기본이 될지 모른다.
이로써 인간이 ‘주체’가 아니라 상호 연결 속의 ‘객체이자 데이터 제공자’가 되는 시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디까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더 관찰받는 세상이 곧 주체성을 상실한 세상이 될 위험이 크다.
※ 참고문헌(이 글의 개념과 논의는 아래 책들을 발췌 또는 요약을 통해 참고하여 재해석해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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