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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ul 23. 2015

조연 같은 매력, 프랑크푸르트

여행과 여행,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징검다리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열 한 번째

_이야기를 잇는 힘, 조연의 자리

어쩌면 처음 밟았을 유럽 땅.

알고 보면 두 번이나 왔던 도시.

하지만 기억 저편에서 잊혀 간 그 곳.

35일간의 여행은 음악, 풍경, 미술, 책 등 예술에 이르기까지,   여행  함께했지만, 프랑크푸르는 함께 즐길 이야기가 없었다. 내게 그곳은 런던으로 가는 경유지였고,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를 당일치기로 가기 편한 또 한 번의 경유지.


본 지 오래된 영화는 조연부터 잊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이야기 이어주는  조연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내게 그런 도시다. 비록 연재 콘셉트와는 맞지 않지만 지금이 아니면 점점 더 잊힐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조연을 씬스틸러라고 하는데 프랑크푸르트는 그렇지도 않다. 그    ,    .

2014. 9. 11

1.

열 시간이 넘는 비행. 소화되지  기내식과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그 설렘은 덜 했을지 모르지만 처음 발을 내디딘 유럽 땅은  우리를 설레게 했었다.


 첫 번째 인연은,

루프트한자의 이코노미석에 나란히 앉아있던 같은 런던으로 가는 유학생이었다. 우리가 그녀와 교류했던 때는, 창가 쪽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기내식과 기내 서비스  전달받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서로 말을 걸기도 애매한 시간이 흘러서야, 그 런던에 디자인을 공부하러 가는 유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작년에 동생과 함께 유럽여행에 왔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유시간이 끝나고, 바꿔 탄 비행기에서는 자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런던에 도착해서, 패션가 열리는  곳이나 디자인과 관련된 학교가 보이면 괜히 그 인연이 생각나곤 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차를 전세낸 듯 차지하다.
2014. 09. 22

2.

운 좋게도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차에서 비어 있는 2등석을 발견해  전세 낸 듯  수 있었다. 음악도 이어폰을 뺀 채로 들 주전부리를 먹고, 때론 드러 누워서 기차여행의 여유를 만끽했다.   

걷다보니 들르게 된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한 작은 공원

하이델베르크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편한 교통과 숙박의 요지로만 생각했던 곳이라 막상 도착하니 뭘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 프랑크푸르트는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찍은 사진도 돌아와서 보니  어디였는지 전혀 모르겠는 것이다. 다행히 다이어리에 뢰머광장과 차일거리를 갔다고 쓰여있어서 그 곳에 갔다 온 것을 다시 생각해낼 수 있었다.

오늘 뭐 먹지?

아는 게  본의 아니게 여행의 루트와 목표가 '오늘 저녁 어디서 뭐 먹지?'가 되었다. 점심도 간단하게 기차에서 때운 터라 우리는 몹시 배가 고팠다.   먹을 곳을 찾으며   . 독일 사람들 모두 노천 펍, 레스토랑에 나란히 앉아 축구를 보고 . 역시 독일은 축구와 맥구나. 그 날  독일에서 손흥민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확인했었다.   사람들이 보던 축구 경기였으려나 생각했다. 아무튼 축 잘   우리가 즐길 것은 맥주뿐. 시원한 맥주와 함께할 저녁이 되기.

 정보 없이 들어간 버거집. 생각보다 굉장히 맛있었다.   간판까지 찍어왔다. 'MEAT US' . 안타깝게도 맥주와 투샷이 없지만, 맥주와도, 독일과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저녁식사였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프랑크푸르트를 여행하는 배낭여행객 더할 나위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스트라스부르를 제외하고, 런던과 파리에서 한인민박에만 머물렀었다. 런던은 밤 도착이 이유였고, 파리는 소문만 무성한 소매치      . 스트라스부르는 비즈니스 호텔 같은 2인실이었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의 이 호스텔이 첫 외국  호스텔인 셈이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숙소 식당으로 갔는데 곳곳에 한국인들이 앉아있다. 역시 한국인은 아침 밥심인지 조식을 먹는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여행담을 나누었다.  그중 우리처럼 하이델베르크에 가신다는 분이 계셔서 동행하려 했지만, 기차 시간이 안 맞아 동행에  함께할 수 없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경유지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경유지이기도 했는지, 함께 조식을 먹던 일행 중에 한 명을 오스트리아 빈의 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너무 신기한 나머지 이 인연 역시 그냥 스쳐지나 가게 둔 게 참 아쉬웠다.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흐려진, 프랑크푸르트의 낮과 밤

새삼 이렇게 떠올려보니 많은 것을 잊었지만, 또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해 낸 여행지였다. 이곳에서 비롯된 그냥 스쳐간 인연처럼, 스쳐간 도시. 알고 보니 묵묵하게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이어주고 있었던 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 Story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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