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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Aug 31. 2015

강렬한 눈빛을 가진 그,
에곤 실레 미술관

길거리의 그림을 보고, 그림 같은 풍경을 거닐다. 체스키 크룸로프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열여덟 번째

_선이 만드는 아름다움


2014. 09. 30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보고 '동화 같다.' '그림 같다.'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겉으로 봐도 그림 같은 이 풍경. 자세히 보면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수많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음을 발 다. 에곤 실레의 그림, 성벽의 그림부터 상점을 채운 그림과 벽화들까지. 그림 같은 풍경과 풍경 속의 그림을 만나게 되는 체스키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체스키의 아침, 맑은 하늘

체스키의 풍경과 맑게 갠 아침의 풍경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어떤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만 구경할 수 있는 도시는 한결 마음을 가볍게 한다.

지난밤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숙소의 아주머니께 아침에 사 온 빵으로 푸짐한 아침상을 차려 주신 덕분에 배도 빵빵했다.   산책을 나가려던 우리에게 빵 몇 개를 봉지에 싸서 쥐어주던 아주머니. 점심까지 얻었으니 더욱 마음이 든든하다.


체스키의 아침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독특하게도, 벽에 실제 그림을 그려 문양을 넣은 건물들을 종종 만날 수   구경하던 중 한국 관광객에게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 분 뒤를 몰래 쫓아가 설명을 들었다. 이를 어떤 양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에 사진으로 대신한다. 처음엔 대충 그림으로 때운 것 같았는데, 보다 보니 독특함이 느껴진다.

에곤 실레 미술관

체코의 패키지 여행자들과 자유여행자 모두에게 잠깐 들러 구경하는 곳으로 유명해진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여행자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에곤 실레 미술관이다.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지만, 촉박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터라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 같았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포스터 속 에곤 실레의 강렬한 눈빛에 끌려  이 곳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름만 들어 본 에곤 실레의 포스터 속 실물이 생각보다 잘생긴 것도 이 곳을 방문하게 된 계기  . 안으로 들어가자 작고 예쁜 정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하고, 환한 색으로 가득했던 여태까지의 미술관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 곳에서는 에곤 실레의  전시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전시가 함께 열리 .


사실 나는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잘 모른다. 유명한 그림과 유명한 작가를 매칭 시키는 것도 어려운,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내게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방대한 그림은 조금 부담스럽다. 오히려 작지만 한 명의 미술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 훨씬 더 . 골라보지 않아도, 짧은 시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림트가 떠오르는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 '그것 참 포스터를 잘 뽑았다.' 하는 것이다. 에곤 실레의 강렬한 눈빛은 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신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였나 보다. 왼쪽은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라는 데, 이 작품에서도 자신만만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의 여자 모델 역시 그렇다.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면 선의 터치나 화려한 색감 같은 것이 어딘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떠오르게 . 실제 그는 클림트의 제자이기도 했었다고 한다. 다만 클림트가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면, 에곤 실레는 그의 영향 아래에서 파격을 더했다. 


예술과 외설을 오가는 파격적 그림

클림트의 영향 아래 화려했던 그림들 반대편에는 이런 파격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조금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 터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특히 그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그림을 담아내면서  거침없는 선으로 표현했다. 미술책이나 오디오로 어떤 그림은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 설명은 들어도 그림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데, 에곤 실레는 워낙 파격적이라 그런지, 그런 설명들에 고개가 끄덕여.


어머니의 고향, 체스키 크룸로프

오스트리아 출신의 그의 미술관이 작은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에 있는 이유는 그의 어머니의 고향이 체스키 크룸로프이기 때문이다.

실제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에곤 실레가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들의 풍경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다.

에곤 실레라는 한 명의 작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다양한 느낌의 그림을 그린 것 같았다.   분석하기보다는 에곤 실레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에 빠지게 . 그의 '선'에는 특히 작가의 의도와 느낌이 잘 드러나 있  . 우리는 체스키의 풍경을 담은 에곤 실레의 엽서를 한 묶음 샀다. 에곤 실레가 그린 실제 엽서 속 풍경을 바라보며, 한국으로 보낼 엽서를 쓰는  .


체스키의 점심, 피크닉

미술관을 구경하고 나니 출출해진 우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공터를 발견했다. 푸르게 펼쳐진 나무 아래서 아침에 주신 빵과 오스트리에서 사서 이곳까지 따라온 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서는 물론 막상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유럽 여행에서도 좀처럼 해볼 수 없었던 피크닉 .


길거리의 그림들,
그림 같은 풍경들
그림을 파는 상점 1
그림을 파는 상점 2
지금은 12시 OO분?
그림 같은 풍경 1
그림 같은 풍경 2
풍경 속의 벽돌 모양의 그림
꼬꼬마 동상과의 눈맞춤
체코의 상징 마리오네트
좋은 음악을 따라 들어간 레코드 숍의 그림들
그림 같은 풍경, 풍경 속의 그림
뒷골목 그림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체스키 곳곳은 크고 작은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름다운 '선'으로 가득 찬 곳.

체스키의 저녁식사, 소나기

저녁을 먹으려던 차,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해 질 녘, 소나기가 블타바 강에 내리는 소리와 함께 먹는 저녁식사. 오전의 맑았던 체스키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체스키의 밤


또다시
체스키의 아침, 따뜻함
2014. 10. 01

아침이 되자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다. 숙소를 장식하고 있는 꽃들이 비름 머금어 더욱 촉촉하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프라하로 가는  타야 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조금 외곽에 있는 숙소여서 가는 길도 잘 모르는 데다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가야 하 .

그런데 빗속을 뚫고 자동차로 달려가는 숙소  주인아주머니. 셔틀을 타는 곳까지 태워주신 . 우리는 덕분에 편하게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도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내려주고, 정류장까지  바래다주셨다. 우산을 씌워드리려고 해도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우리를 배웅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정이 많았던 분이었다.  짧고도 긴 체스키에서의     .


+

기억에 의존해서 쓴 거라, 사용한 이미지의 에곤 실레 작품이 실제 미술관 안에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최대한 본 것 같은 그림을 사용했으니 보실 때 참고해 주세요ㅎㅎ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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