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은 도시의 매력을 느끼다.
프라하에 머물렀던 시간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라하'는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연인을 위한 도시의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이미지는 우리나라에서뿐만이 아닌지 곳곳을 걷다 보면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때 방문한 프라하의 건물들은 여태까지 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골목으로 들어서고, 밤이 되는 순간 프라하는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꾸미지 않은 프라하의 순간들.
솔직한 로맨티스트, 프라하
TV 드라마에서 유럽의 풍경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전작 <파리의 연인>을 대성공시킨 김은숙 작가는 차기작 <프라하의 연인>으로 또 유럽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를 들고 나왔다. 검색해보니 벌써 10년이나 된 2005년 작품이었다. 10년이나 되었는데도, 한국 사람들에게 프라하 하면 가장 떠오르는 프라하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종영을 끝으로 금방 잊히는 요즘 드라마에 비하면 꽤 대단한 영향력이다.
다큐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프랑스 파리와 달리 체코의 프라하는 무척 생소했다. 나 역시도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 속 풍경에 감탄을 했었다. 막연히 언젠가 가보리라 했던 것 같다. 이 곳에 오기 전에는 풍경만 봤었는데, 프라하를 보고 나니 새삼 주인공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TV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 전도연의 등장은 생소한 프라하의 풍경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들었다. <파리의 연인>이 누가 봐도 부자처럼 보이는 남자와 가난해 보이는 유학생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냈다면, 그 반대의 상황을 담아냈지만 <프라하의 연인>에서 빈부차의 로맨스 보다는 다른 것이 더 기억에 남았다. 이는 전도연이라는 배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꾸미지 않은 미소를 가진 그녀와 마찬가지로 털털한 매력을 지닌 김주혁이라는 배우는 자연스러운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적격이었다.
프라하의 꾸미지 않은 매력
이런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프라하의 첫 느낌은 로맨틱한 아름다움이었지만 곳곳에는 프라하가 내는 도시만의 또 다른 분위기가 있다. 인위적인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그 도시의 삶이 쌓여서 만든 아름다움이다.
중앙 광장 안, 이 자리에서는 뮤지션들이 항상 연주를 하는 곳이다. 음악의 도시보다 더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곳. 로맨스의 도시라고 하지만 낭만의 도시 파리보다 덜 알려져 있는 곳이 프라하다. 그런데도 굳이 1순위가 되려 하지 않는 듯하다. 여태까지 다른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거리음악을 들었던 때와 다르게 이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전부 바닥에 털썩 앉아서 음악을 듣는 모습.
밤이 되면 그 풍경은 더 자유로워진다. 맥주 한잔을 들고 와서 앉고 싶으면 앉아서 서 있고 싶으면 서서 그렇게 음악을 듣는다.
이곳에서는 관광지의 한 복판 음식이 있는 곳마다 너무나 당당하게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지들을 볼 수 있다. 너무 당당해서 조금 당황할 정도였다. 혹시 소매치기가 있을까 봐 긴장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가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가듯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데만 집중한다.
반짝반짝한 밤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을 등지고 있는 그들이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이 곳을 점령한 관광객들이 보는 것과 다른 곳을 보고있는 이곳 사람의 모습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그동안 선진국인 편인 유럽 도시 위주로 다녔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서양인들 특유의 친화력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가장 무뚝뚝했던 곳을 꼽자면 프라하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여행했던 나라는 대부분 역사적으로 승자였던 나라들이었다. 반면 프라하는 역사적으로 아픔이 많았던 도시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동유럽에는 그런 상처의 흔적들을 가진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프라하의 건물들은 아름답기만 했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더 독특하게 보였다. 지금은 관광도시로 너무 상업화되어서 그 느낌을 알기엔 쉽지 않지만 부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는 까를교의 야경보다는 순간순간 느꼈던 그런 프라하의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Storytrav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