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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Sep 20. 2015

청춘 로맨스와 타임슬립,
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담강 중학교와 단수이의 일몰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일곱 번째

_이토록 매력적인 장르의 결합이라니!

처음에는 늦은 밤 가볍게 볼 생각이었다. 복고풍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 특히 허세를 부리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저렇게 오글거릴 수 있을까 했더랬다. 그래도 오글거리는 걸 즐겨(?) 잘 보는 터라, 꽤 예쁜 청춘 드라마인가 했다. 게다가 음악 예술학교가 배경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 순간, 이야기가 공포(?)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영화에 빠져들었고, 다시 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피아노곡이 많아서 악보를 뽑아서 연주할 수 있는 재미까지 얻게 되었고, 결국 이 곳의 배경까지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이토록 매력적인 장르의 결합이라니!

1. 청춘 로맨스

이 영화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보통 장르가 잘못 섞이면 이상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참 매력적으로 많은 장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그래도 가장 큰 틀의 장르는 '로맨스'다. 옛날 일기장이나 손편지를 발견한 아날로그한 감성이 영화를 채운다. 학교 축제나 레코드 점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 등. 감성을 말랑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 순간 기분 좋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감수할 만 하다. 

2. 음악 영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로맨스 장면들 사이를 채우는 건 이 영화의 음악이다. 본래의 피아노곡들 뿐 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OST도 공들인 느낌이다.  120분가량의 영화 한 편에 많은 장르를 담을 수 있는 것은 OST가 각각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3. <secret>, 공포에서 타임슬립과 미스터리, 신파를 꿰는 열쇠

꽁냥거리는 연애물인 줄 알았던 영화가 갑자기 이상한 조짐을 보였다. 얼굴이 창백해진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천식 때문에 숨을 못 쉬는 것이다. 설마 여자가 죽는 신파물이 되려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책상에 글씨를 새기고, 남자 주인공 외에는 아무도 샤오위(계륜미)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샤오위의 사연이 나오면서 이 영화의 메인 ost <secret>이 흘러 나온다. 

교복을 입고 창백해진 소녀.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주변의 증언들. 어딘가 음산한 음악 <secret>. 설마 공포영화는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뒤로는 모든 게 다 무서워 보였다.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이 설정들의 조합은 내가 싫어하는 공포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서웠던 <secret>의 빨라지는 속도는 이 영화를 신파나 공포가 아닌 미스터리로 변하게 만든다. 또한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로 활용되어 이들의 감정을 더욱 깊고 간절하게 표현되며, 결국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 하는 음악이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어디에서 봤던 장면들의 짜깁기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영화의 스틸사진만 찾아봐도 비슷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데 이 선택은 탁월했을지도 모른다. 몇 장면 만으로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데에는 효율적이며, 이 장면 뒤에는 으레 이럴 것이다를 배반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를 결말 부분에 너무 꼬아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야기의 탄생 배경, 
주걸륜의 모교 담강 중학교
2014. 01. 07

음산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채우는 영화의 장소. 그 학교를 실제로 가보고 싶어 졌다. 이 영화의 연출/각본/연기를 도맡은 주걸륜의 실제 모교라는 '담강 중학교'. 어찌 보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영화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학교인 셈이다. 단순히 촬영장 이상의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첫 사진은 영화에서의 첫 장면,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 세워져 있는 학교 건물이다.

예상치 못하게 개방시간이 짧은 곳이어서 하마터면 들어가지 못할 뻔했다. 실제 학교의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 출입이 꽤 깐깐했다. 중국어로 툴툴거리며 불친절했던 경비 아저씨에 당황했다. 중고등학교 때 불친절했던 한국의 경비아저씨가 생각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못 들어갈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친구는 관광객들이 많이 올 텐데, 이렇게 두면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겠느냐 했다. 사실 나는 이기적인 여행자의 입장으로서 관광지가 아닌 진짜 학교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사진 촬영을 자제했고, 이 사진 한 장 정도를 건질 수 있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운동장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때도.

이 곳 저 곳을 구경하다가 영화에서 익숙한 복도를 발견했다. 남녀 주인공이 수업을 옮겨 다니며 자주 거닐었던 복도와 비슷했다. 실제 건물 안에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듯해서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사진 속에 영화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학교 자체가 굉장히 예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 곳에서는 이야기가 안 떠오르려고 해도 안 떠오를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러워졌다. 학교 곳곳에는 비밀 아지트로 쓸 만한 숨은 공간이 많았다. 문 닫을 시간이 얼마 안 돼서 자세히 구경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여행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타임슬립을 했다면, 이날 우리의 여행의 시간은 평소의 시간의 속도보다 천천히 흘러간 것 같았다. 가파른 오르막길, 좁은 골목길. 걸어가면서 보았던 각각의 목적지 보다 목적지와 목적지를 잇는 길이 유난히 더 기억에 남았다. 걸음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여행의 속도도 느려졌다.

단수이의 일몰  

많이 걸어서 알싸해진 다리를 펴면서 편안하게 바라보는 일몰의 풍경은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무리 주변 풍경이 오이도나 부산 같더라도, 일몰의 순간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 순간의 풍경만큼은 영화보다 아름다웠고, 운치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단수이의 일몰
Angel - Jay Chou (<말할 수 없는 비밀> OST)
여행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또 하나의 영화 속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CtI8e3MXLYY&list=RDnbFzWlR6pJg&index=10

글. Storytraveller

사진. Story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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