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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Sep 17. 2015

드라마로 보는 대만의 분위기, 아가능불회애니

우리나라와 닮은 듯 다른 대만을 느끼러 떠나다.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여섯 번째

_우리나라와 닮은 듯 다른 대만의 감성

대만의 감성

2014년 1월의 오래된 여행기를 꺼내 보듯이, 대만 드라마나 영화는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한국이나 일본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풍경.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 대만을 여행하게 된 이유는 대만의 드라마와 영화들에서 간접적으로 느꼈던 어떤 감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 대만 여행기는 조금 더 이야기에 치우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따라가서 보는 것보다는, 그냥 화면 속 보던 그 분위기를 느끼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도 <너를 사랑한 시간>으로  리메이크되었을 만큼 우리나라와 비슷한 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번역: 연애의 조건)>이다.  첫번째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대만의 타이베이의 도시 풍경도 우리나라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장난스러운 키스부터 아가능불회애니까지

처음 '대만'이라는 나라를 접한 드라마는 <장난스러운 키스>였다. 중학교 시절,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일본 드라마와 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당시 일본 드라마의 입문작은 <꽃보다 남자>였고, 대만 드라마의 입문작은 <장난스러운 키스>였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바빴던 내게 이런 해외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 환경(?)은 신세계였다. 물론 이는 성적 하락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만. 아무튼.

공교롭게도 제일 최근에 본 대만 드라마 역시 <장난스러운 키스>의 주연이었던 임의신이 2011년에 찍은 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였다. <장난스러운 키스>에서 옆집에 사는 장즈슈를 쫓아다녔던 고등학생 샹친은 30대 커리어우먼 어른 여자 청요칭이 된다. 새삼 시간의 흐름을 끼면서 나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드라마를 좋아하고 있구나 깨닫게 된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작품 모두 대만과 우리나라에서 큰 히트 쳐서,  리메이크되었으나 망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가능불회애니>와 <너를 사랑한 시간>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았을 때는, 작품의 매력을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각색한 <너를 사랑한 시간>을 보고서야, 드라마의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얼핏 듣기로 <아가능불회애니>는 히트한 우리나라의 로맨스 드라마의 연출과 내용을 참조했다고 한다. 실제 배우 임의신은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 그래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굳이 왜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공분야라 기대도 함께 들었다.

왜 그는 고백을 하지 못했나 (과거 편)

<아가능불회애니>에서는 10여 년,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에서는 그보다 긴 시간동안 이 둘은 서로 친구사이로 지낸다. 믿기지 않는다. 잘생기고 예쁜 이들이 왜 친구로만 지내는지.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처음 만나던 순간과 자꾸 엇갈리게 되는 상황이 필요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는 전혀 가치관이 달랐던 남녀가 투닥거리다 보니,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고, 서로의 연애 고민을 털어 놓는 '절친'이 된다. <아가능불회애니>는 친구가 연인이 되는 이 고전플롯을 그대로 따라간다.


고등학교 시절 여자가 한 명 더 많아서 반장이 된 여자 주인공 청요칭과 부반장 리따런은 각각 여자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이를 토대로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소한 사건들로, 이들의 첫 만남은 첫단추부터 남자-여자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반면 <너사시>의 고등학교 시절은 너무 예쁘게만 그려졌다. 둘이 처음부터 굳이 친구인 것이 좀처럼 설득되지 않았다. 한국판이 화면 때깔과 음악은 훨씬 세련되지만 그만큼 감성과 캐릭터의 이유가 빠진 느낌이었다.


왜 그는 고백을 하지 못했나 (현재 편)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리따런의 엄마와 그오랜 친구인 연극 연출자 아저씨가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다. 리따런 엄마 이야기는 <아가능불회애니>의 드라마 분위기를 결정하고 남녀 주인공의 미래를 짐작하게 하면서, 리따런이 왜 고백을 망설이게 되는지를 설득할 보조플롯이었다. 솔직히 이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이야기가 빠진 <너사시>를 보니,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알맹이가 빠진 느낌을 받았었다. 이 외에도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원작의 매력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101 타워를 보고,
까오지 만두를 먹고,
타이완 맥주를  마시다.
2014. 01. 06 - 2014.01. 10

여행 이야기로 넘어면, <아가능불회애니>를 보고 촬영장을 따라가지는 않았다. 그들의 명장면은 대부분 세트장 안이거나 동네 공터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많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다. 나중에야 주인공들이 자주 가던 이자카야를 못 가본 것은 아쉬워졌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서 본 드라마에서 이들이 까오지 만두를 먹는 것을 보고는 좀 반가웠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101 타워를 뒤로 하고, 작은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셨지만 나와 함께 간 친구는 관광객 게 101 타워에 올라 타이베이의 야경을 보았다. 101층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귀가 먹먹해졌다. 그 곳에서 내려다 본 야경은 옛날 영화 속에서 보던 미국의 모습이 떠오를 만큼  번쩍번쩍했다. 정작 남산타워에서 서울의 야경을 보지 못해서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서울 못지 않게 쭉쭉 뻗은 건물들이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높은데서 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정작 대만의 시내를 걷다 보면 마치 서울의 몇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숙소가 있었던 한국의 명동이라는 시먼역에는 명품점이 있는가 하면,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이 심심치 않건 지나다닌다. 시내 중심도 우리나라처럼 멀티플렉스의 쇼핑몰들이 들어 서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이나 길거리의 모습은 서민적이면서 어딘가 아날로그적이었다. 드라마도 우리나라의 몇 년 전 감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대만 풍경도 그런 것 같았다.

<까오지>가 유명한 식당이라는 말은 가이드북에서 읽었었다. 이 곳을 찾아서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친구가 우연히 이 곳 간판을 발견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오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기다렸던 식당이자 맥주 안주로 자주 포장해 먹던 만두를 시켰다. 중국, 대만을 여행하면 먹어야 한다는 그 만두. 그 만두에는 육즙이 살아있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와 친구 둘 다 만두 속의 육즙이 입에 그다지 맞지 않았다. 두 개 정도만 맛있게 먹고, 결국엔 느끼해져 버린. 다른 곳에서 먹은 새우만두는 맛있었는데, 다음부터 이쪽 계통의 나라로 올 때는 새우만두를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아가능불회애니> 속 타이완 맥주가 PPL이라면 아마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 제대로 광고가 되지 않았을까. 드라마 방영 후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진백림이 광고모델이 되었다고 하니. 드라마에는 저렇게 생긴 남자 사람 친구와 캔맥주를 마시며 고민상담을 하는 여자들의 로망인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비록 그 장면을 재현할 수는 없어도 맥주를 마시는 일은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내가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빡빡한 여행 일정 끝에 숙소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할 때다. 비록 그 친구가 여자 사람 친구일지라도 이런 시간으로 채워진 여행 끝에 우리의 우정은 더욱  단단해졌으리라.


그런데 이 맥주. 맛까지 한국 맥주와 비슷하다. 치파이라 불리는 닭튀김과 함께 먹으니 마치 한국의 치맥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절대, 매운 맛 좋아한다고 '스파이시?'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다 된 튀김에 재 뿌리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매운맛을 내는 고춧가루(?)가 특이한 향을 낸다는 사실을 몇 번의 시도 끝에 알아냈다. 오징어 튀김이든 닭튀김이든 뭔가 맛있는데 이상했던 이유가 바로 저 향신료 때문이었다는 사실. 


세계 각국의 드라마, 영화를 보다 보면 나라마다 유행하는 감성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작품들이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하고, 외국에서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 읽었던 것처럼 '지금 당장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창작자가 제일 잘하는 감성의 이야기를 만들면 우리나라에서 아니더라도 먹힐 거다.'라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가끔 촌스럽고 오글거리지만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 대만의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본다. 어떤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기보다는, 그 보고난 뒤 기분 좋은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번 아시아 편에서는 그런 감성을 담은 공간과 이야기가 있는 대만의 여행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Story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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