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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Feb 15. 2016

어른의 마음속 아이를 깨우다, 디즈니

디즈니의 성들과 어른 아이 루드비히 2세, 퓌센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_어른의  마음속 성문을 여 , 디즈니


이야기와 여행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떠난다'는 것이다. 여행이 몸이 떠나야만 한다면 이야기는 마음만으로도 떠날 수 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는 더욱 매력적이다. 그 중에도 애니메이션 속으로의 여행은 더욱 환상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누구나 떠나는 그곳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와 여행의 안내서. 동화 같은 독일 퓌센의 성과 디즈니 영화 속 '성'들로 당신을 안내하려 한다.


어른 아이, 루드비히 2세를 만나다
노이슈반스타인 성
호엔슈반가우성 안의 백조들

퓌센의 노이슈반스타인과 호엔슈반가우성을 보고 있자니, 이 성의 주인이었던 루드비히 2세에  흥미가 생다. 성 내부는 규정상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했지만, 성 주위의 정원만 보더라도 그의 확고한 취향을 짐작하게 한다. 보라색과 백조를 좋아했던 루드비히. 그는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성을  어린아이가 자신의 방을 꾸민 것처럼  향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꾸며놓았다.  방을 들여다보면, 자라지 않은 어른 아이, 루드비히가 어떤 사람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18세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왕이 된 루드비히.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그 경계에서 어른의 면모를 보여야 했던 그. 자신의 성 안에서 만큼은 아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호엔슈반가우성

그가 백조를 좋아한 흔적은 루드비히가 어린 시절 살았던 호엔슈반가우성에도 잘 드러난다. 호엔슈반가우성을 따라 올라가면, 노이슈반스타인의 성이 한 눈에 보인다.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성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인다.

노이슈반스타인의 성 월트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성을 가보기 전까지는 외관의 모양만 따온 줄 알았다.     , 어쩌면 디즈니는 노이슈반스타인의 성을 만든 루드비히 2세의 마음까지 모티브로 따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디즈니는 어른의  마음속 성에 갇혀 있는 아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또, 재미있게도 많은 작품 속에 '성'이    . 

Disney's Castles

수많은 디즈니의 작품들이 있지만, 최근작부터 인상 깊었던 몇 작품 속 디즈니가 만들었던 성들을 떠올려보았다.

마음속의 성, 인사이드 아웃 (2015)

첫 번째는 최근작인 <인사이드 아웃>이다. 비록 픽사가 제작을 맡고 디즈니가 배급을 맡았지만     디즈니의  잘 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눈에 보이는 성이 등장하지 않고, 11살의 소녀 라일리의  마음속 성이 등장한다. 이 성 안에는 캐릭터로 표현된 '감정의 성'과 섬으로 표현된 아이의 '사회의 성'이 있다.  '감정의 성'에는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이 있고, '사회의 성'에는 가족-우정-하키-엉뚱 섬이 있다.


어린 라일리의  마음속의 리더는 기쁨(조이)이다. 다른 감정과 기억을 기쁨으로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일 사춘기를 겪어내는 과정에서 기쁨이와 슬픔이는 서로를 보듬게 된다. 어린 시절 기쁨이었던 '빙봉'이 사라지며 슬픔이 되고, 슬펐던 기억이 다시 가족의 보듬을 통해 기쁨이 되면서 라일리의 마음의 성은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성'들이 한꺼번에 무너지지만   또 다른 성으로 세워,  화하는 것이다.

얼음으로 만든 성, 겨울왕국(2013)  

지금까지도 어린이와 어른의 마음까지 모두 훔친 최고의 히트작인 디즈니의 <겨울왕국>에도 성이 등장한다. <인사이드 아웃>이 보이지 않는  마음속 성이라면, <겨울왕국>의 성은 엘사의  마음속을 대변하는 실체로 표현되었다. 손이 닿는 것마다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엘사는 어려서부터 홀로 가둬져 키워지고, 자라서는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무엇이든 참고 인내하던 엘사는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바로 이 얼음성을 만들게 된다. 'Let it go(날 내버려 둬)'라는 메인 OST는  그때의 엘사의 감정과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참아왔던 모든 감정을 한순간에 터뜨리게 만들었다. 엘사는 이 얼음성에서조차 혼자가 되려 하지만 끊임없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동생 안나로 인해, 차가운 마음과 세상을 녹이게 된다.

마법에 걸린 야수의 성, 미녀와 야수(1991)

  <겨울왕국>의 엘사가 자신의 숨겨진 능력 때문에 성을 만들어 혼자가 되려고 했다면,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흉측한 외모 때문에 갇혀 살게 된다. 여주인공 벨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이 마법의 성에 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해주는 벨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야수. 벨 역시 무서운 외모에 가려진 야수의 어린아이 같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노이슈반스타인 성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미녀와 야수>가 떠올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스틸컷 속 야수의 성과   비슷했다. 고풍스럽고, 톤 다운된 푸른빛이 도는 것. 성 자체는 크지만 자신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야만 살 수 있었던 심리적 배경도 닮았다.


그 외 다양한 상징을 담아 표현된 Disney's castles

디즈니는 자신들의 작품 공간 안에서 '성'의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시켰다. 그것은 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성으로, 성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로 표현된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점점 커갈수록 그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온다.

<신데렐라> 속 왕자님과의 동화 같은 로맨스를 꿈꾸던 디즈니 역시 최근작 <겨울왕국>과 <인사이드 아웃> 등을 통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속  아이의 성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 본 <겨울왕국>과 <인사이드 아웃>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시울을 붉히게 될 때, 우리는 어른이 되었음과 동시에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마치 퓌센에서 본 어른 아이 루드비히 2세처럼 말이다.   


*본 글은 기존에 발행 되었던 <이야기 여행자의 안내서-유럽편>매거진의 한 편의 글을 '브런치X빅이슈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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