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에서 찾은 <타이타닉>과 <다빈치 코드>
2014. 09. 18
루브르 박물관에서 길을 잃다.
'파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길을 잃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미술학도라거나, 관심이 있다면, 루브르는 길을 잃어도 좋을 공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관광객처럼 빠듯한 시간 속에서 명작을 감상해야 했기 때문에 꼭 봐야 하는 작품들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었다. 대강 봐야 할 작품을 다 본 뒤, 우리는 출구를 찾아 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도대체 나가는 문이 어딘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보물들 속에서 파묻혀 루브르의 미로를 헤매게 되는데...
첫 번째 사진은 굳이 힘들게 찾지 않더라도 루브르 한 가운데 크게 서 있는 조각상 <사모트라케의 니케>다.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자태. 사람들의 시선보다 높은 곳, 뱃머리에 서 있는 이 조각상은 마치 루브르의 수호신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 조각상을 우러러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난다.
다음은 측면에서 본 조각상의 모습이다. 이 모습.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위풍당당한 승리의 여신을 상징하는 이 조각상은 누군가에 의해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은 바로 루브르의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이타닉>은 침몰하는 뱃속에서 치열한 고통의 순간과 사랑의 순간을 담아낸 가장 잘 만들어진 재난형(?)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뱃머리에 승리의 여신 니케를 형상화한 조각상처럼, 이들의 로맨틱한 명장면은 어쩌면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에서 견뎌내었던 그 승리의 순간을 형상화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옷을 입은 조각상은 그렇게 영화 속 한 장면이 되어 그 옷깃을 실제로 나부끼게 만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이라고 하는 유리 피라미드. 한 소설가는 이 역 피라미드를 포함한 루브르를 배경으로 종교와 미술을 아우르는 추리소설을 만들게 된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 <다빈치 코드>다.
유리 피라미드는 총 다섯 개가 있어. 루브르 박물관 바로 앞에 가장 큰 유리 피라미드가 있고, 그 옆에 조그만 피라미드가 세 개 있어. 야외에 있는 피라미드 말고 지하상가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데, 그 입구 옆에도 유리 피라미드가 있어. 그 피라미드는 거꾸로 세워져 있는데, 소설에서는 역피라미드 꼭지와 거의 맞닿을 거리에 작은 돌 피라미드가 있고, 두 피라미드는 서로 끝을 가리키며 그 밑에 막달라 마리아가 묻혀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 <썬과 함께한 열한 번의 건축수업>, 권선영 글 中
역 피라미드의 모양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구도와 함께 그럴듯한 이야기의 근거가 되었다. <다빈치 코드>는 그 당시 팩션 역사 추리물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개척해서 전 세계적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다소 실망적인 각색으로 원작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팩션 장르의 핵심은 이 상상력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가에서 빛을 발한다. 소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정보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이 누구나 아는 것, 들어보았던 것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최후의 만찬>은 누구나 보았지만, 잘 알지 못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물체에 일종의 '예수의 후손이 있다'는 일종의 전설을 입힌 것이다. 전설은 어쩌면 일종의 '팩션(Fac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나 더 그럴듯한 근거를 찾아내느냐가 답이다.
팩션(Faction)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써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 - 네이버 지식백과
2014. 09. 18
세상의 이야기꾼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이야기의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훌륭한 명화에서, 조각상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명작을 만든다. 나도 작품 속에서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보려 애썼지만, 좀처럼 좋은 이야깃거리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시대를 앞서 나간 한 얼리어답터를 발견했는데, 일명 <와이파이를 찾아서>다. 작품명도 모르고, 언제 어떤 의미로 조각한 것인지 모른다. 그는 어쩌면 21세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와 조각이 된 것일지도..
루브르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다. 보물 하나하나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에게는 언제쯤 그럴듯한 영감이 오려나.
예고편
루브르에서 만난 또 하나의 작품.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이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여행지에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이야기는 아주 잠시 뒤로 미뤄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