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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ul 08. 2015

Paris, Je t'aime!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 <사랑해 파리>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여섯 번째

_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다.


모든 시작과 끝이 사랑인 도시, 파리

2013. 12. 29

연말이 생일이라 동생은 내게 종종 생일선물로 다이어리를 주곤 했다. 2014년의 내 1년을 담아낼 다이어리의 제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Paris, Je T'aime!

다이어리 속지에는 파리 곳곳의 풍경이 담긴 스냅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프랑스 파리, 유럽여행은 저 멀리 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비행기표를 끊고, 그렇게 2014년 9월 생애 첫 유럽여행의 기록을 이 다이어리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어떤 것을 먼저 고르느냐,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느냐 나름 큰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어쩌면 이 여행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는 다이어리 제목과 같은 영화 <사랑해, 파리>를 선택했다. 5분 내외로 파리에서 벌어지는 단편영화와 함께 우리가 겪었던 파리의 이모저모를 단편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2014. 9. 17

-파리의 밤을 먼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첫 배낭여행객 답게 파리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1 순위는 에펠탑 야경이었다. 밤  9시쯤, 숙소에 짐을 내려 놓자마자 에펠탑의 전망이 한 번에 보인다는 사요 궁으로 갔다. 에펠탑을 보러 가는 길,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거리의 예술가들을 보았다. 지하철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도 보고, 건너편 좌석에서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키스를 나누는 연인, 지하철 역사 안에는 아코디언 연주자도 보았다. 에펠탑 앞에서는 거리음악에 맞춰 연인들끼리 모여서 춤을 춘다. 마치 '자 이제 네가 상상하던 파리의 모습을  보여줄게.'라는 듯이.

영화 <사랑해 파리> 포스터
영화 <사랑해 파리> 中 '에펠탑' 편

영화 <사랑해 파리>의 '에펠탑' 편에는 유치장에서 만난 광대부부가 나온다. 유치장에서 만난 광대부부는 서로에게서 웃는 광대의 얼굴 안에 가려진 외로움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각 랜드마크마다 그 곳을 지키는 광대들이 있는데, 이들이 다른 관광객처럼 에펠탑을 구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에펠탑 앞에서는 모두 광대가 되는 사람들

우리는 바쁜 파리의 여행 일정 속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 에펠탑을 보기로 했었다. 처음에는 에펠탑 앞 사람들처럼 소위 말하는 '인생 사진'을 찍는다고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 날 쯤이었나. 밤에는 무서워서 에펠탑 앞에서 와인을 못 마신 게 안타까워 우리는 낮술을 감행했다. 프로필 속 와인병이 바로 그 와인병이다. 와인을 홀짝이며 우리는 그제야 에펠탑이 아닌 에펠탑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마치 따라오라는 듯한 컨셉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100퍼센트 한국사람이다. 한껏 원피스를 입고 치장한 채 서로의 독사진을 찍어주는 여자들은 거의 아시아의 사람들. 에펠탑 앞 남자 조각상의 그곳(?)을 만지는 듯한 사진을 찍고 있는 여자들도 꽤 많았다. 그녀들은 대부분 남미 쪽 느낌이 나는 활발한(?)  여자들이었다. 아무튼, 모두가 사진을 찍고, 사진기 앞에서 광대가 된다.


영화 <사랑해 파리> 中 '세느강변'

영화 속 세 남정네들처럼 파리에는 밤낮으로 세느강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유람선이 지나가면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물론 영화 속 세 남자는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중 주인공의 포스를 풍기는 꽃미남 청년은 이슬람에서 온 유학생 소녀에게 반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하는데 우리도 안 해 볼 수 없지. 우리는 남은 와인병을 들고 강변 근처로 내려가 앉았다. 그러나 모두가 간과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세느강의 향기였다. 촉각까지 느낄 수 있는 4D의 시대가 다가왔다지만 후각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다. 그것도 파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가 4D가 되는 날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사람들이 강변에 앉아있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꿋꿋이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낭만이 냄새를 이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대단하다. 그러나 고된 여행으로 꾀죄죄한 두 여자가  나눠 마시는 모습은 실제로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사랑해 파리> 中 빅토아르 광장

파리의 사랑에는 연인만 있는 곳이 아니다. ' '  동화 같은  꿈속에서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죽은 어린 아들을 만   . 여배우의 눈빛이   인상적이다. 짧은 단편이라 그가 어떻게 아들을 잃었는지 서사는 없지만,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스틸 사진만 봐도 여배우의 눈빛과 돌바닥의 불빛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영화 <사랑해 파리>는 인간관계의 모든 유형을 사랑으로 풀어낸다. 그렇게 여러 가지 빛깔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파리는 각자만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사랑인 것처럼, 파리 여행의 시작부터 나는 파리에 반해버렸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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