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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일기

취중진담

by 오연주

취중진담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를 음미해 본다.

술은 어른이 되면서

마치

어른의 음료처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 맥주를 마신 날

술 냄새가 날까봐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갔는데

아버지께서 작은 소반에

소주 한병과 소주잔 2개를 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주도를 알려 주셨다.

취중에는 사실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단편으로 기억이 나는 것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차때였나.

난 병원에서 일을 하고

다른 간호사들은 회식을 하러 갔다.

술이 잔뜩 취해서

나를 찾아온 가장 막내 간호사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힘이 든다고

네가 그렇게 잘났냐고

따지듯이 그러더니

그 다음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술을 마시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후련했었다고 하면서

그 전날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한다.

나도 사과를 했다,

미리 마음을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취중진담

용기를 내어서 못할 말들을

쉽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이나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취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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