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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일기

노포호프에서

by 오연주

노포는 가는 것이

복권처럼 좋다.

우연하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들어간 경우가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친구가 낮술을 먹자고

해서 만난 공항시장역.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 곳을

스치듯이 지나서

골목을 들어서니

호프집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고

상가에 중간쯤 계단을 오르니

정겨운 호프집이 보인다.

20대때 감성으로 오밀조밀 앉고

메뉴판은 종이에 씌여진 걸

하나씩 붙여놓은 것.

생맥주의 크리미한 거품이

술이 아니게

후루룩 들어가고

친구가 시킨 부대볶음은

햄과 당면.마카로니등

많은 재료들이

술땡김 그대로였다.

감기로 기침을 하느라고

답답하던 속이 뻥 뚫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마시는 맥주잔은

테이블 옆에 놓여지고

얼마를 마셨나를 알 수 있었고

생맥주 5잔을 마시면

서비스로 북어껍데기 튀김은

씹을 수록 고소한 맛에 좋았다.

조선시대 한량처럼

자유로워 보이는 사장님은

다른 자리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얼큰 취해계시고

추억의 노래들이 흐르고

그냥 서로 마주하는 맥주가

낮술을 너무 잘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행복했다.

쭈그리고 앉는 수세식 화장실.

소박한 공간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밤에 가면 으슥해서 안된다는 친구 말대로

다 마시고 나오는 저녁시간에도

길은 조금 겁났다.

친구 덕분에 찾은 노포 호프집.

재개발로 언제까지 할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또 가고 싶다.

혼술도 좋을듯.

친구야 고마워.

좋은 곳을 알려줘서.

행복한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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