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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Jun 16. 2023

내가 떨어진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가

Feat. 곡예사2 Remix by 조광일

 글작가를 꿈꾼지 어언 2년이 다되어 간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걸죽한 성공은 아직 없는 상황. 


 그래도 큰 기대를 걸만한 상황이 최근에 있었다.


 한 회사의 아카데미 모집이었다. 스토리텔링 글로벌캠퍼스라는 이름의 아카데미로 나름 준비도 했고 그에 따른 기대감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최종 면접이 이번주 화요일이었는데 마지막 면접을 보기전 살면서 긴장을 안해본건 아니지만 도저히 못견디겠어서 아침부터 맥주 한 캔을 때리고 들어갈 정도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면접 당일, 자유 복장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자 캐쥬얼 정장 느낌으로 입고 면접장을 향해 갔다. 시작 시간은 10:00였지만 나는 대략 9:34에 도착 제일 먼저 대기를 시작했다.


 실 없는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라고 입사 면접보다 더 긴장이 될까 그래도 붙으면 좋겠지? 이제 정말 작가라고 불려도 괜찮겠다 등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총 4명의 면접 중 한명이 오지 않았고 3명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앞에는 총 5분이 앉아 있었고 내 기준 좌측부터 작가님, 사실상 편집장님, 팀장, 대리, PD까지 이렇게 총 5이 있었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요즘 보는 웹소설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웹소설이 무엇인지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실수한 바가 있었다.


 이게 100% 문제가 됐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내 느낌에 의하면 나는 그들이 원하는대로만 하지는 않을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어느정도 내 스타일을 정립하고 싶고 그걸 유지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외의 질문에는 그럭저럭 대답을 잘했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말해 면접은 꽤 잘보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날인 수요일 14일 오후에 나왔다.



 

결론은 나에게는 아무런 메일이 오지 않았다. 


 발표 전날 도저히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아 친구를 만나 술을 먹고 뻗어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늦게까지 자야겠다 싶었지만 눈이 떠진 순간부터 하루종일 합격 소식 생각에 잠이 깨버렸다. 배도 고프지 않아 이른 아침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메일함만 들락날락 거리며 기다렸지만 내게는 메일이 오지 않았다. 같이 지원한 단톡방에서도 아쉽게 합격자가 없었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는 이미 합격 소식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함가 계속 들락날락하길 30여분 공식 블로그에 보니 이미 메일은 다 돌렸다는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허했다. 정말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컸다. 이번에는 정말 붙으리라 생각했던건데 막상 떨어졌단걸 확인하고 나니 비참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 속이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진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이 배고프단 느낌도 없었는데 갑자기 쓰려왔다. 괴로움이 느껴져서 두유를 하나 마시고 차분히 메일함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오지 않은 메일 나는 떨어졌다.


 글을 포기할까 싶었다. 


'재능이 없는거 아닐까? 그러니까 여기저기 안뽑히고 있지 멍청아'


 스스로를 깎아 내렸다. 울적했다. 전날 웃으며 함께 술마시던 친구는 출근했고 나는 여전히 백수인채로 홀로 친구 방에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멍하기만 했다.


 단톡방에선 서로 화이팅하자며 이야기가 오갔다. 웃기지만 세명 정도가 면접 대상자였는데 셋다 떨어졌다. 문제는 내가 알기론 경쟁 비율이 2:1로 합격률이 50% 정도였다는거다. 그걸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더 허무했다. 심지어 면접을 안보러 온 사람도 있다하던데...


 하루 종일 울적했다. 그렇게 또 술을 찾았다. 뭐랄까 그냥 맨정신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저녁에 어제 그 친구와 함께 술을 한 잔 더했고 그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날따라 유독 더 취해 있어서였을까 내 방은 책과 패배의 냄새만이 가득했고 더욱 공허해보였다. 


 그렇게 곧장 뻗어 잠들었고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잠시나마 잊을 줄 알았지만 막상 또 메일함을 열어 다시 한 번 혹시나 싶어 하는 마음에 확인하는 내 모습을 보니 비참했다. 


 운동이라도 해야지 싶었지만 나가기가 싫었다. 산책이라도 나갈까 싶었지만 나가기 싫었다. 소화도 잘 안되어서 저녁 무렵엔 신물이 올라오곤 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그저 방구석에 박혀 하루를 또 허비했다.




 오늘이 되었다. 일부러 일찍 일어났지만 여전히 의욕이 나지 않았다. 오전에 잠깐 게임을 했지만 이도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그러다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래퍼 조광일의 신곡인지 아니면 싸이퍼인지 모를 곡이었지만 어쨌든 곡예사2 Remix라는 곡이었다. 가사를 유심히 듣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그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저들도 바닥을 경험했겠지, 저들도 돈이 없던 시절이 있었겠지, 저들도 힘들었겠지, 저들도 포기하고 싶었겠지 --- 그러나 지금은 다르잖아? 하면 된다.


 침대를 벗어났다. 우선 씻고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집중이 잘되진 않았다. 뭐랄까 차라리 딴짓이나 할까 싶은 기분?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했다. 


 처음엔 연재할 소설을 쓸까 싶었다. 몇 자 끼적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두번째론 여러 공모전 요강을 찾아보았다. 뭐 당장 할게 있는데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브런치를 켰다. 원래 블로그에 일기장처럼 내 기분을 적어 오던게 있었는데 브런치에는 그런걸 잘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남들이 많이 보고 있으니까.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보는건 그럭저럭 오케이였지만 아는 사람이 본다하니 내 속내를 들어내놓고 적기가 어려운 느낌이 있다. 그래서 적지 않았지만 오늘은 적었다. 이유는 별 대단한게 없다 뭐라도 하려고 해서 그냥


 벌써 오후 다섯시이다. 이걸 마무리하고 잠시 쉬고 다시 뭐라도 집중하려해봐야겠다 아니면 운동이라도 가야지 다시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떨어졌지만 추진력까진 아니어도 아직 딛을 땅은 있으니까 걸어야지


 오늘건 딱히 맞춤법이고 뭐고 신경 안쓰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바로 발행 버튼을 눌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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