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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Jul 27. 2023

International Day in JMHS

근데 사실은 귀차니즘이 판을 치는...?

 미국은 다인종, 다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이다. 그만큼 당연히 학교에도(정말 깡시골이 아닌 이상) 대부분 다인종, 다국가의 학생들이 있다. 

 나 역시도 그 일 부 중 한 명으로 황인종에 한국이라는 국적을 지닌 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미국 문화에 적응해 살아가지만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특히 음식이나 춤, 노래 등 문화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들이 많다.


 당연히 학교에는 여러 인종과 여러 국적이 존재하는 만큼 그게 더 잘 표출되어 있다.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고 특히 내 기억에는 내가 한번 불고기를 도시락에 싸간 적이 있는데 당시 친구들이 이거 개고기 아니냐면서 의심을 해서 살짝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문화적 차이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학교 측에서 만든 행사가 바로 'International Day'이다.

 말 그대로 국제의 날. 미국 국적이더라도 출신 국가는 다를 수 있고 혹은 적어도 집안 전체가 문화적으로 차이가 나는 사람도 있는 만큼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이다.


 행사는 방과 후에 진행되었는데 수업이 다 끝나고 나서 각자 집으로 가던가 하고 저녁 6시였나 7시 즈음에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집에 가서 옷을 약간 파티용(?)으로 갈아입고 미국인을 제외한 타국인들은 본인 나라의 음식을 준비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행사는 아니었다. 교실 내부를 꾸미지도 않았고 그냥 강당 같은 곳에 모여 공연 비슷한걸 다 같이 관람한 뒤 준비해 놓은 음식을 먹는 그런 콘셉트이었다.



 

 공연의 내용 전부가 기억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우선은 한국인 공연을 먼저 말해보겠다. 사실 이름은 거창하게 International이란 단어를 썼지만 한국인은 두 팀인가 세 팀이 공연을 했는데 한 명은 삼고무를 했고 한 명은 한복을 입고 전통 춤을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단순한 춤을 추었다.


 

삼고무와 한복 춤

 

 

  자고로 우측의 한복 춤을 춘 누나가 당시 미국 무관의 딸이었다. 삼고무는 생각보다 엄청난 호응은 없었는데 한복 춤은 솔직히 내가 봐도 춤이 좋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친구들이 열렬히 응원해 주었다. 어쨌든 공연 전체를 통틀어 환호를 가장 많이 받은 공연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건 바로 '태권도'였는데 이건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 애들이 했다 크크


왜 태권도를 너네가...?

 

 이후 다양한 국가의 춤이 주로 지배적이었고 가장 큰 환호를 이끌고 인기가 좋았던 건 바로 '인도' 친구들이었다.

 단 두 명이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었는데 정말 신이 나면서 확실히 흥을 돋우는 게 환호를 안 받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워낙 옛날 디카로 찍은 거라 화질이 아쉽다.


 이 둘의 퍼포먼스가 가장 압도적이었고 나 역시도 이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만약 인기투표 같은 게 있었더라면 단연코 이들이 우승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경연이 아니라 투표는 없었기에 누가 우승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가장 많은 환호를 들은 팀은 바로 인도팀이었다.


 



 사실 내게 공연은 크게 흥미롭진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흥미로웠기에 나는 그쪽이 더 신경 쓰였다.


 시간이 흘러 공연이 끝나고 조금 늦었지만 다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으므로(먹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카페테리아로 갔다. 

 음식은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나도 앞접시 하나를 들고 돌진했으나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대부분 음식이 다 식어버렸다. 아무래도 공연이 긴 시간을 차지하다 보니 따뜻한 음식들은 충분히 식을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파스타류는 대부분 식어버렸고 그나마 식어도 먹을만한 건 빵 종류였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건 한국인들이 가져온 음식이었는데 이게 진짜 ㅋㅋㅋㅋㅋㅋ를 쓰고 싶을 정도로 웃긴 게 진짜 한 6~7명이 가져온 거 같았는데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다 '잡채'였다. 


 아무래도 아직 고등학생이다 보니 부모님이 요리를 해주신 거 같은데 전부다 잡채로 해버린 것이다. 한식 코너에 들르자마자 전부 깔린 잡채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김밥 하나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내 친구들은 이건 일식이 아니냐고 물어오니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한식 메뉴는 6 잡채와  1 김밥이었다.


 결국 한식은 전부 잡채가 점령하고 말았다. 웃기게도 옆의 일식 코너에도 대부분 한국 김밥 비슷한 일본식 김초밥이 주를 이루었고 외국 애들은 대다수 빵이 점령하고 있었다.

 

 어쨌든 종류는 차차 하더라도 음식들이 다 식어버려서 맛이 영 별로였다. 큰 기대감은 역시 큰 실망감으로 바뀌는 법. 나는 전체적으로 음식에는 실망을 하고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취지 자체가 너무 좋은 행사였다. 한국에 있는 국제 학교에서 이런 걸 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런 행사가 있다는 거는 좋은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고 모두가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다문화를 수용하기에 좋은 방법이지 않겠는가?


 지금도 여전히 미국에서는 이런 행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에서도 한국식으로 디자인하여 본인 이름을 적은 액세서리를 만드는 게 인기가 있는 것을 보니 전 세계 모두가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시하고 박대하는 멍청한 사람도 있지만 글쎄 그런 멍청한 사람들이 중요할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세상이 되는 것이 중요한 거지 결국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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