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렝게티 주민들 어른들이 보는 동물 이야기
한국, 서울
Korea, Seoul
February 2016
세렝게티 주민들 (SERENGETI RESIDENT)
어른들이 보는 동물 이야기
기획: 김병철
그림: 나빛나
편집: 용사장
펴낸 곳: 5KM 북스토어
며칠 전에 비가 오던 날을 기억해? 원고 작업 때문에 그 날 이대역에 있는 책방을 찾아갔어. '일단멈춤'이라는 책방인데, 정말 책방의 이름대로 일단 걸음이 멈추게 되는 놀라운 곳이었지. 하늘색으로 촘촘하게 페인트 칠해져 있는 책방은, 비가 오는 세상과는 달라 보이더라. 그곳에서 여러 책들을 만났어. 그중에서 오늘 소개해줄 책은 '세렝게티 주민들'이라는 책이야.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지? 그런데 이 책은 어찌나 책 표지가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손길이 가더라고.
하늘색 책방에서 만난 하늘색 책이었어. 어른들이 보는 동물 이야기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었지. 사고 싶은 책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책만 품에 안고 나왔어. 집으로 돌아와 정성스럽게 포장되어있는 포장지를 뜯고 보니, 분홍색 엽서가 한 장 나오더라고. 예상과 다르게 글씨가 조금 못생겨서 웃음이 나왔지만, 책을 구매해 줘서 고맙다는 글이 써져 있었어. 정성을 담는다는 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지도 몰라.
독립출판물이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 보통 작가의 화려한 이력이 책날개에 적혀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좀 다르더라고.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검은코뿔소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어. 2006년 7월 7일부로 완전히 멸종되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 책은 남아있는 동물들이 멸종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아주 정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타조, 점박이 하이에나, 표범, 사자, 치타, 얼룩말, 누, 하마, 코뿔소, 코끼리, 기린, 악어, 그리고 대왕판다에 대한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과 짤막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지. 동물원을 일 년에 한 두 번씩은 가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동물을 구경하기만 했지,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들에게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정말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봤을 텐데 말이야.
어떤 특정한 동물의 뿔이나 뼈가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로 인해서 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유명 브랜드의 재료로 쓰이느라 개체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우리, 인간이 중단해야 하는 행위임은 분명해. 인간이 계속해서 그들을 공격하면, 그들 역시 곧 인간을 공격할 테니까 말이야. 며칠 전에 인도에서 야생 코끼리가 민가로 내려와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라. 한국에서도 멧돼지들이 주택가로 내려와서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을 거야. 결국, 그들이 있을 곳을 우리가 자꾸 파괴하면, 그들 역시 인간의 공간을 파괴하는 거지.
기획자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동물을 단지 구경의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 이렇게 후원을 받아서 책을 출판하게 되었지. 엽서를 한 장, 한 장, 책에 끼워 넣었을 그 정성이 분명 책에 한 가득 들어있다고 생각해.
물론, 책이 너무 따듯한 내용들로만 가득한 건 아니야. 왜 어른들이 보는 동물 이야기겠어. 나는 몇 번이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깔깔 거리며 웃었지. 특히 사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더라고.
수컷은 사냥도 하지 않으면서 암컷이 먹이를 잡아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 먹는데요. 이런 모습들 때문에 수컷은 오직 붕붕이만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사자는 동물의 왕답게 5일 동안 300차례 이상 붕붕이를 하는데요. 성격이 급해서인지 보통은 20초 안에 끝이 납니다. 그리고 자기도 머쓱한지 휙 돌아서서 가버리지요.
동물들 중에서도 코끼리를 가장 좋아하지만,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따듯하더라. 동물이라고 하여 마음이 없다고 절대 생각하면 안 돼. 만약 시인이 죽어 동물로 태어나는 운명에 처했다면, 아마 코끼리로 태어났을 거야. 코끼리는 동물들의 시인 같아.
그리고 과학적인 증명은 어렵다고 하지만, 죽은 친구를 찾던 코끼리가 너무 가슴이 아픈 나머지 3개월 후에 자기도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사람처럼 슬픔과 사랑, 분노를 느낄 수 있어서 무리 중 누가 죽으면 모두가 그 자리에서 애도를 표하기도 하고요.
우리가 동물들을 모르는 만큼, 동물들도 인간을 모르겠지. 하지만, 동물들이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해서, 인간이 섭섭하거나 불편을 겪을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인간이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면, 그들은 불편할 거야.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재산 또는 구경거리로만 취급된다면, 결국 우리는 그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겠지. 책 표지에 나와있던 검은코뿔소처럼 말이야.
세렝게티 주민들이라는 책을 어디서 구입할 수 있냐고? 나처럼 이대역에 있는 '일단멈춤' 책방에 가거나, 아니면 5KM 온라인 마켓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어. 그리고 날이 따듯해지면, 같이 동물원에 가자. 동물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