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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Nov 10. 2019

친엄마와 연결되기까지



친엄마로부터 카톡이 왔을 때 나는 정말 많이 놀랐다. 나는 여태까지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사진을 보자 내가 얼마나 엄마를 닮았는지 깨달았다. 친엄마의 사진을 본 나의 이복동생 또한 나처럼 엄청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멀리서 보면 완전 언니 같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대화가 가능해진 건 내가 우리 가족에게 더 이상 나에게 친엄마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동생과 내가 엄마가 다르다는 사실, 아빠가 이혼했다는 사실, 길러주신 엄마와 내가 나이 차이가 17살밖에 안 난다는 사실 등 모든 것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자고 제안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위에 열거한 모든 것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언제나 금기시되어있던 사실이었고, 언제나 쉬쉬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가족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다. 대화를 멈추게 했고, 서로의 눈치를 보게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대화할 수 있는 주제와 대화할 수 없는 주제가 나뉘었다. 아무도 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 또한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가족 모두를 상처 받게 했다. 


1년 동안 랜드마크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나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분명 친엄마를 찾은 것이다. 나는 '친엄마가 나를 버렸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힘겹게 살았다.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겼고, 그래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는 게 싫었고, 그래서 늘 인간관계에서 약자로 살아왔다. 모든 인간관계에 친엄마의 영향이 묻어있었다. 그것을 모른 채로 살아왔던 내 삶에 그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친엄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키워준 어른들에게 내가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내왔는지를 물었고 어떻게 컸는지를 들었다. 거기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나를 키우셨는지 사랑을 경험했고,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신 건 남녀 간의 문제였을 뿐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 버려졌던 것이 아니었음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나는 한 번도 아빠와 엄마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자각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얼마나 '친엄마가 나를 버렸다'라는 이야기에 빠져 살았으면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다는 것조차 몰랐을까... 




친엄마와 연결되기 위하여 나는 아래와 같은 행동을 했다. 

그리고 행동에 따른 하위 행동이 필요하면 또 다른 행동 구조를 짜고 행동했다. 


1. 편지를 쓴다. 

내가 쓴 편지는 친엄마가 나를 낳아줬기 때문에 얼마나 내가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그 감사함을 담아서 편지를 썼다. 그리고 무거운 죄책감을 덜어내시라고 보냈다. 나의 편지에는 어떠한 원망도 없었다. 이미 나는 '친엄마가 나를 버렸다'라는 것이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분별했기에 모든 것이 가벼웠다. 


2. 주민센터에 가서 친엄마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직계가족은 초본으로 현주소 확인이 가능하다는 주민센터 직원의 답변을 얻었다. 나는 사실 사설탐정이나 경찰서에 의뢰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직계가족은 주소 찾는 방법이 너무나 간단했다. 


3. 첫 번째 등기를 경비아저씨가 받아서 확인이 필요한 상황

편지를 등기로 발송하여 언제 도착했고 누구에게 도착했는지를 확인했다. 첫 번째 등기의 수령인은 친엄마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아저씨였다. 제대로 편지가 본인에게 도착했는지 확인하고자 경비실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비실이나 관리실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히 인터넷 검색이나 114를 통해서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를 매물로 갖고 있는 중개사무소까지 연결하여 확인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연락처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연결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 경비실 연락처 확인방법에 대한 또 다른 행동 구조

- 인터넷 검색

- 114 문의

- 친엄마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물로 가지고 있는 중개사무소에 문의


4. 두 번째 등기 발송

이번에는 확실히 답을 받기 위해 입양 절차와 관련하여 답을 받기 원한다는 내용을 기재 + 언제까지 답을 달라는 요청사항도 기재했다. 친엄마를 찾으면서 우리 가족들이 하고 있던 대화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정리하기 위하여 길러주신 엄마가 나를 입양하는 형태로 서류를 정리하는 방법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입양되기 위해서 친엄마의 동의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입양]

(1)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경우

민법 제871조에 따라 양자가 될 사람이 성년인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동의서 양식'은 관할 관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입양신고서 양식 또한 관할 관청에서 확인하여 개인이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서류만 준비해서 접수하면 늦어도 2~3일 내에 완료됩니다.


(2) 부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거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최소 2~3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5. 두 번째 등기 도착 

빠른 등기로 발송하여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시켰다. 첫 번째 등기 발송과 동일하게 언제 도착했고 누가 받았는지를 확인했다. 친엄마가 직접 수령한 것을 확인했다. 이제 답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11월 4일 등기 발송 

11월 5일 등기 도착 


6. 친엄마의 카톡 

엄마의 카톡은 11월 6일에 도착했다. 장문의 카톡 2개가 날아왔다.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보고 싶다는 이야기. 그리고 입양 절차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입양 절차를 시작했고, 엄마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엄마의 건강이 괜찮으신지를 물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엄마의 카톡에 나는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나를 키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잘 자랐는지를 이야기했다. 엄마 또한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찾는 과정이 모두 수월했던 건 아니다. 첫 번째 등기를 보내고 2주간 답이 없었고, 나의 다음 행동은 엄마가 계신 곳으로 직접 방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만류했다. 배려가 없다, 친엄마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찾아가는 건 아니지 않으냐, 당황스럽지 않겠느냐, 무슨 생각이냐 등등.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친엄마를 찾으려고 하지? 찾을 필요 없잖아. 지금 서로 잘 살고 있잖아. 내가 버린 것도 아니고 친엄마가 날 버린 건데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친엄마를 찾아야 하지? 등등. 주변의 모든 말들이 상처가 되었고 나는 친엄마 찾는 것을 포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내가 가져온 많은 과거의 영향들을 단순히 한 번의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끝내려 했다는 사실과 입양 절차에 대해서 내가 첫 번째 편지에서 알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나는 두 번째 등기를 보냈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까지 답변을 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실제로 친엄마는 내가 11월 11일까지 답을 주세요, 라는 말에 카톡을 바로 보내셨다고 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것이 좌절되고 실패했다는 경험을 가진다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효과적이지 않았구나, 라는 것을 얻고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의 편지를 보내는 것만으로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라는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나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하지만 효과적인 행동 구조를 찾고 거기에 변화를 주자 내가 얻은 결과가 달라졌다. 


입양 절차 시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달라진다. 내가 얻은 건 비단 친엄마와의 연락뿐만 아니라 입양 절차에 있어 시간과 비용까지도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상속 부분까지도 사전에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친엄마의 상속권자이지만, 이미 친엄마에게도 가정이 있고 자식들이 있다. 그렇기에 상속을 받지 않겠노라 답했다. 물론, 지금은 법적으로 상속을 포기할 수 없지만 친엄마가 돌아가시고 친엄마의 자식들과 대면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이 부분에 있어 확실하게 하고자 친엄마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친엄마와는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서로의 바쁜 일들을 정리하고, 얼굴을 보기로 했다. 그때는 물론 또 어떤 기분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보지 않았던 세월만큼 나눌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나와 닮은 사람을 곧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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