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되어있는가
아니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진 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코로나 19로 이 질문을 더 쎄게 던지고 있다. 정말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멈춰야 할 곳은 어디이며, 계속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있기 전 직원 2명을 뽑았다. 2019년 4/4분기에 일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여겼기에 직원을 1명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대표님의 조언을 듣고 2명을 뽑았다. 1명은 불안하다고. 고정비가 갑자기 늘어났지만 어쨌든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영업을 더 많이 다니자고 생각했다. 1월에 뽑은 2명 중에 1명이 대기업에 최종 합격이 되어 보내줬고, 2월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직원을 1명 더 뽑았다. 직원을 2명 뽑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코로나 19가 터졌다.
코로나 19가 있기 전 긍정적으로 오고 가던 건들이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모두 멈췄다. 바뀌지 않는 빨간 신호등 앞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들이 이해되는 상황이었지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준비를 하자고 생각했다. 초록불로 바뀌었을 때 움직일 수 있도록. 엑셀을 세게 밟고 달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고 생각했다. 혼자서 사업체를 굴릴 때는 시간도 여력도 없어서 하지 못했던 대대적인 웹툰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각 산업군 별로 웹툰 마케팅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누가 그 시장에서 선점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가져가야 하는지. 직원 1명은 거의 매일 시장조사 보고서를 제출했고, 다른 직원 1명은 우리 회사에서 준비할 수 있는 지원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과거에는 어떤 기업들이 그 지원사업에 선정됐었는지, 그럼 우리가 선정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조사하고 검토하기를 반복했다.
준비를 하자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보고한 자료들을 토대로 작은 기업답게 빠르게 할 것과 버릴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할 것에 집중하고, 하지 않을 것은 버렸다.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비즈니스팀에 있는 직원은 웹툰 마케팅과 제안서 작업을 했고, 메이커스팀에 있는 직원은 창작웹툰을 웹툰 플랫폼에 올리기 위해서 작품을 찾고, 그 작품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준비한 자료들을 누구에게 전달하면 효과적일지를 생각했고, 계속해서 미팅과 미팅과 미팅을 했다. 나의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준비가 되어있고, 어떤 준비를 할 것이며, 어떤 역할을 귀사에 해줄 수 있음을 알렸다.
1/4분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누군가 나에게 ‘웹툰 제작/마케팅에 관심 있어요’라는 한 마디만 들어도 제안서를 준비했다. 미팅이 끝나면 제안서를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4월이 되었다.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제안이 다 순조롭고,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무런 미동도 없던 2~3월에 비해 4월은 이런저런 문의와 자문을 구하는 형태의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준비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무한한 변수가 존재하는 시기이기에 일단 제안이 들어온 건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리고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우리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의 1/4분기는 정지신호 앞에 서서 멈춰있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신호를 어떻게 하면 내가 조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는 바꿀 수 없다면 차에서 내려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요점은 어떻게 해서는 앞으로 행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항상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모든 시간이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결정이 하나로 일치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의 시간이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쓰이지 않는다면 중단해야 한다. 4월은 2/4분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2/4분기가 지나면 올해 상반기가 끝난다. 시간은 정확하게 흐를 것이다. 그리고 공평하게 흐른 그 시간의 끝에 그때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과거와 똑같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과거보다 훨씬 더 제대로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준비되어있는가
아니라면 지금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그리고 오늘은 당신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지금 준비되어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