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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May 19. 2020

오늘의 나의 말은 선을 넘었다


동생 가게의 케이크 주문이 많이 늘었다. 

청년몰 지원사업을 통해서 저렴하게 임대료를 내고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사업은 사업이니까. 여기저기 입점하랴, 영업 신고하랴, 케이크 사진 찍으랴 등등. 케이크만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그 부수적인 것들을 챙겨야 할 게 많아서 초반에는 많이 고생했다. 그리고 5월이 되자 주문량이 많이 늘었다. 


오늘은 케이크를 많이 배송한 날이라고 해서 퇴근 후 식탁에서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불쑥 동생이 “그만 좀 물어봐”라고 말했다. “응?”이라고 나는 물었고, 동생은 “마치 상사한테 보고하고 확인받는 것 같아서 별로야. 그러니까 그만 물어봐.” 그냥 궁금해서 물은 것이었는데 동생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짧은 찰나 동안 내가 무언가 보고받고 싶어 했나? 라며 되돌아보기도 했다. “아닌데?”라고 대답했지만, 동생은 “듣는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으면 그런 거지.”라고 답했다. 그리고 정적. 


방으로 들어와 지인과 약속된 통화를 하는데,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직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 시행했는데 일정이 다가오도록 무언가 일이 마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보면서 조마조마했지. 그런데 그냥 두니까 알아서 잘 또 하더라고. 직원들이 알아서 잘할 텐데 나는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마음만 급했어.” 


그 말을 듣자 방금 전 동생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러게... 나는 동생을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훈수를 두려고 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등등. 지인과 통화를 끝내고 좀 더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왜 훈수를 두려고 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훈수를 두려고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러자 나는 문득 ‘내가 동생을 믿지 못하나?’ ‘아직도 어린 애로 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걱정되는 마음으로, 라는 명분을 앞세워 나는 믿고 있지 못하다는 걸 몰래 숨기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건 아닐까. 그저 믿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오늘의 나의 말은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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