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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Jun 29. 2020

신혼집을 구했다

우리의 첫 보금자리


신혼집을 구했다.     

 

매주 데이트가 아니라, 매주 신혼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이 좋으면 동네가 별로고, 동네가 좋으면 집이 별로고. 또는 전세대출이 안되거나, 또는 너무 비싸거나. 반지하가 그렇게 많은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서울 반지하는 1억까지도 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매일 잠들기 전에 직방과 다방을 보면서 잠들고, 찜해놓은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계약돼서 사라지는 것도 봤다. 좋은 매물은 경쟁률이 너무 심했고,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계약해버렸다. 틈만 나면 집, 집, 집이었다.      


그러다 지난주 금요일에 본 집이 딱 마음에 들었다. 역에서 가까운데 골목으로 들어가니 금방 조용해졌다. 정말 오래된 다세대주택이었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편안해지고 마음에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남편도 딱 마음에 들어했다. 안방 기준으로 서향집인데 햇살이 많이 들어왔고, 창문을 열었을 때, 다른 건물과는 거리감이 있어서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도 신혼집으로 살던 곳이라고 했다. 5년 가까이 살다가 임신해서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거라고. 그렇게 발품을 팔았는데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서 좋았다.      


금요일에 가계약을 하고, 토요일에 임대차 계약을 했다. 집주인분들을 만났다. 아버지 또래였는데, 우리가 계약한 집에서 직접 사셨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 아이도 낳아서 거기서 기르셨다고. 정말 형편이 어려웠는데 그 집에서 열심히 돈 벌어서, 그다음에는 아파트로 가고, 그다음에는 건물을 샀다고. 그렇게 지금은 꽤 비싼 집에서 살고 계셨다.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도 정말 열심히 돈 모으더니, 큰 집으로 이사 가게 된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오늘은 몇 년 전 내 이름을 개명했던 곳에, 우리가 살게 될 신혼집이 어떤지 물어봤다. 신혼집 기운이 아주 좋다고 연락받았다.      


아직 전세자금 대출 승인도 받아야 하고, 잔금도 치러야 하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집주인분들은 우리에게 그 집에서 돈 잘 모아서 집사라고 얘기해주셨다. 자기네들이 그런 것처럼 그렇게 살라고. 


우리는 일단 작게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형편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초대하기에는 작은 집이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집으로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살기도 했다. 이사 날짜가 아직 남았지만, 집을 구하니 마음이 세상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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