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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일 다시 시작한다

by 시오

스물아홉.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절대 도전하지 못할 거야, 라는 두려움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직장생활도 익숙해졌고, 월급도 잘 나왔고, 매년 연봉이 인상되던 시절이었다. 안정적인 생활이 좋으면서도, 안정적인 생활에 안주할 나의 모습에 겁이 났다. 언젠가는 무언가를 도전해봐야지,라고 생각하던 나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 두려움이 나를 거세게 등 떠밀었을 때, 나는 퇴사를 했고 그렇게 서른을 1개월 남겨둔 나의 스물아홉의 마지막 12월은 백수였다. 퇴사가 유행이었고, 퇴사 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들썩거리던 때였다. 사람들은 퇴사한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사실 막막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도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서른 살의 나는, 그때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고, 그렇게 시작한 나의 첫 번째 사업은 1인 출판사였다. 책이 좋았고,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어떤 출판사에서도 나의 책을 내주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출판사 사장이 된 것이다. 이제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책을 낼 수 있는 권한을 얻었으나, 한 번도 책을 만들어본 적이 없던 나는, 일단 책을 만드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소비자로서만 살던 내가 생산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나의 삶을 정말 온전히 책임지기 시작한 것도 서른 살 때부터였다. 만약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출판사를 시작하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모든 게 즉흥적이었고, 갑자기 생긴 자유를 조금 더 즐기고 싶었다. 만약 출판사가 잘 안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지 라는 방어적인 생각이 나를 더 도전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선택들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 거라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출판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몰랐고, 한 권의 책을 완성시키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었다. 내 이름이 쓰인 책은 낼 수 있었지만, 유명한 저자를 섭외할 능력은 없었고, 출판 계약서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던 때였다. 책이 어떻게 팔리는지,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도 몰랐기에 나의 서른 살은 모르는 것 투성인 채로 지나가버렸고, 무언가 해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졌다.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말로 시작했던 사업이었지만,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더욱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좀만 더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좀만 더 버텨보면 잘 되지 않을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아직 더 도전할 것들이 남아있잖아, 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그만 하자, 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선언했고, 더 이상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위로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나의 첫 창업이 모두 다 실패였던 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만든 책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고, 감동이 되었고, 좋은 사례가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그 과정은 배움이었다. 모르는 게 많았으니,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서른세 살 나의 생일에 맞춰 폐업 신고를 했다. 즉흥적으로 시작했던 나의 첫 창업이 정말 많은 배움을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빚이 남았고, 팔리지 않은 책들이 재고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로운 시작을 했다.


나는 지금도 매일 내 인생이 실패로 끝날까 봐 두렵다. 실패가 다시 반복될까 봐 두렵고, 나의 실패로 누군가 영향을 받을까 봐 두렵다. 하지만 나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배웠다. 두려움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그래서 난 매일 다시 시작한다. 내 인생이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 매일 다시 시작한다. 매일 새로운 성공과 새로운 실패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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