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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22. 2020

내가 빠져있었던 돈의 함정


어렸을 때, 용돈이며 세뱃돈이며 받은 돈을 엄마에게 맡겼다. 시골에 살았고, 은행에 가려면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은행에 저금하기 위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어린 나이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돈이 생길 때마다 저금해달라고 맡겼고, 엄마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 돈을 어디에 딱히 써야겠다는 목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통장에 있는 숫자가 늘어나는 게 기뻤다. 부자가 된 거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할머니가 나를 안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할머니가 말했다. 아빠가 돈이 급해서 내 통장에 있는 돈을 썼다는 것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속상하고, 화나고, 억울했지만, 아빠가 힘들어서 썼다고 하니 거기에 화를 내면 내가 나쁜 딸이 되는 거 같았다. 나는 그저 알겠다고 답했고, 그 뒤로 엄마에게 돈을 맡기지 않았다.      


그 뒤부터 나는 내가 돈이 있으나 없으나 내가 가진 돈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숨기기 바빴다. 내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말하면 누군가 와서 그 돈을 가져갈 거 같았고, 돈이 없다고 말하면 나를 무시할 거 같았다. 게다가 돈을 잘 모으지도 못했다. 돈을 모아봤자 누군가 필요하면 또 내어줘야 할 텐데, 어차피 내가 벌고 내가 못 쓸 텐데 등등의 이야기가 무의식 중에 자리 잡았고, 그것이 나의 돈 습관이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부모님께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정당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나도 아빠가 어려울 때 도왔잖아, 라는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을 이번에 돈 세미나를 들으면서 발견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오랫동안 힘 빠지게 살았구나.      


돈의 영역에 있어 항상 부족하다, 나는 패배자다, 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연장선으로 책임 감고 결여되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돈을 잘 벌 때도 가지고 있었고, 돈이 없을 때는 더욱 강화됐다. 이것을 분별하지 못한 채로 꽤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많이 놀랐다.      


내가 빠져있었던 돈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배경을 새롭게 만들었다. 나에게 영감 되면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를 더욱 가슴 뛰게 만드는 것.      


돈이 부족해가 내가 부족해로 나타났고, 내가 부족하니 사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돈도 잘 못 버는 데 내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다 청산하고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직장이나 다시 들어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서      


내가 손대는 것마다 대박 난다, 내가 선택한 일은 뭐든지 잘된다, 나는 황금 손을 가졌다, 로 나의 배경을 전환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그리고 다양하게 하는 연쇄 창업가다, 라는 것을 설정해놓고 나의 사업을 들여다보니 정말 못해낼 게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는 빚을 다 청산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에게 필요한 돈은 언제나 있고,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빚이 있다고 해서 사업을 확장시키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것이 더 이상 나에게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직원들에게도 파트너십을 요청했다. 대표가 없어도 회사가 매출을 일으키고 자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회사의 매출을 공개하고, 우리가 올해 남은 100일 동안 달성해야 하는 목표 매출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게임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늘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영업을 해야 수익을 창출시킬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직원에게 직원들마다 순차적으로 영업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자신이 어떤 역할을 앞으로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에 기꺼이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직원의 질문을 통해 경험했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다 같이 이것에 대해 회의하기로 했다. 이제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한 걸음 더 성장해야 할 때임을 모두에게 명확하게 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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