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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26. 2020

대표 없는 회사 만들기


며칠 전 전 직원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2가지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진행했다. 2가지 주제는 모두 우리 회사를 다음 레벨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효과적인 구조가 필요했다.      


1. 대표 없는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 

2. 2020년 4/4분기 비범한 성과를 내기 위한 게임 구조 짜기     




1. 대표 없는 회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      


직원들은 4/4분기 비범한 성과를 내기 위한 게임보다, 대표가 없는 회사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더 어려워했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영업을 뛰어야 하는 것인지, 작가는 PD들이 맡아서 진행했던 일을 분담해서 해야 할 것인지 등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 회사 구조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업무 지분은 50%다. 영업, 계약, 채용, 세무, 노무, 잡무(?) 등의 파트를 내가 맡고 있고, 실무 단계의 일을 직원들이 맡아서 해주고 있다. 프로젝트 별로 또는 직원들의 역량 별로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맡고 있는 지분을 20%까지 낮추는 것이 내가 목표하는 것이다. 실상 나의 지분을 0%로 만들려면 나를 대신할 관리자가 필요하다. 지금 현재의 인원에서 우리가 어떤 효과적인 시스템을 사용하면, 추가 인력 채용 없이, 나의 업무 지분은 낮추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하는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나의 업무 지분을 20%까지 낮추려고 하는 것은, 그 20%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영업과 계약 파트에 더 집중하여 회사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려면 수익창출과는 상관없는 업무들, 하지만 회사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업무들, 특히나 나의 컨펌을 기다리는 직원들의 보고를 효과적으로 다뤄야 한다.     


직원들이 낸 의견 중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었다. 

1. 아직은 자신들이 한 업무를 컨펌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실수를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2. 대표 없는 회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에 어떤 업무들이 현재 있고, 누가 그 일을 맡아서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3. 종종 업무 결과물을 보면, 결과물이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담당자가 그 업무를 했고, 이미 최종 컨펌을 받았기에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회의 중에 위의 3가지 의견을 종합하여, ‘검토의 방’을 만들기로 했다. 검토의 방은 검토받고자 하는 파일이나 의견을 전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공간이다. 그럼 요청받은 직원들은 실수를 없애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또한, 검토의 방을 통해서 다른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를 통해 대표의 컨펌이나 피드백이 없더라도 결과물을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다. 직원들이 주었던 1~3번 의견을 모두 통합한 해결책이며, 대표하고만 최종 컨펌을 주고받던 구조에서 확장된 구조로 변화했다.     



2. 2020년 4/4분기 비범한 성과를 내기 위한 게임 구조 짜기     


4/4분기에 내가 직원들에게 제시한 목표는 1~3분기 매출의 4배다. 나는 우선 직원들에게 1~3분기 누적 매출을 공유하고, 매월 지출되는 고정비와 기타 비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우선 숫자 위에 서 있었다. 우리가 만든 숫자, 그리고 만들어야 할 숫자.      


우리는 부족하다가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 의 입지에 서서 뉴캄웹툰컴퍼니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캐릭터 개발, 웹툰 제작, 무빙툰/영상툰 제작, 굿즈 제작, 출판(종이책/전자책), 홈페이지 제작, 웹디자인, 일러스트, SNS 채널 관리, 시나리오 제작, 타입폼 마케팅 등.      


직원들에게 내가 요청한 것은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시킬 수 있는가, 의 관점 전환이었다.      


우리는 보통 무엇이 부족하니 그것을 채워야 한다, 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부족한 것은 끝도 없고, 채워야 할 것도 끝이 없다. 무엇을 더 채워야 할 지에 대한 관점에 서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부족한 것에 계속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충분하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는 입지에 서서 회의를 했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지만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파워풀하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하고, 목표 설정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내가 제시한 목표가 얼마나 우리에게 도전되는 지를 말했다. 우리가 설정한 게임이 쉽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매일 매출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전 직원에게 공유하기로 하였고, 그것에 모두가 깨어있고 모두가 기여하고 기여받는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뉴캄웹툰컴퍼니의 비범한 게임이 시작됐다. 

혼자서 하던 게임에서 전 직원과 함께하는 게임으로 전환되었다.      




에필로그 


회의가 끝나고 집 방향이 같았던 직원에게 물었다. 오늘 회의가 혹시 무겁지는 않았냐고. 아무리 비범한 게임을 창조했어도, 염려와 두려움은 언제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한다. 그런데 직원의 한 마디에 정말 그 게임이 비범해졌다.      


“아니요, 무척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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