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Oct 24. 2020

나는 기꺼이 집안일을 한다

박나는 매일 아침 약 30분 ~ 1시간 정도를 가정을 돌보고, 남편을 서포트하는 데 사용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집안일이 나에게는 은근 스트레스였다. 매 순간 눈에 먼지가 보일 때마다 쓸고 닦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먹으면 바로 설거지하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매일 빨래를 돌리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한 마디로 그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고, 집안일은 나에게 무가치한 일 중에 대표적인 것이었다.     


그런 내가 기꺼이 매일 아침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은 남편의 출근 가방부터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은 일터에서 유니폼 생활을 하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부터도 매일 아침 내가 유니폼을 잘 빨아주고, 출근 가방을 챙겨주기를 원했다. (이것은 집안일을 나누면서 나는 남편에게 요리를 해주기를 원했고, 남편은 내게 출근 가방을 챙겨주기를 원했기에 서로 동의하에 결정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유니폼을 개켜서 가방에 넣고, 그 외 필요한 양말, 토시 등도 챙기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지갑, 자동차 키도 챙겨서 가방에 넣어놓고, 운전하면서 마실 음료수나 물도 물병에 담아서 챙겨놓는다. 매일 챙겨 먹어야 할 약도 가방에 넣어둔다.      


그다음에 하는 일은 밀린 설거지를 하는 일이다. 남편은 새벽에 퇴근하고 오기 때문에 퇴근하고 돌아와 식사나 간단한 간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것을 하나씩 정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식기 건조대에 놓여있는 그릇들을 우선 정리하고, 개수대에 있는 그릇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한다.      


그다음에 샤워를 한다. 머리를 말리고 나면 머리카락이 떨어지는데, 청소기는 그때 돌린다. 청소기를 전체적으로 돌리고, 청소포를 활용하여 바닥을 닦는다.      


그리고 빨래 바구니에 놓여있는 빨래 양을 체크한다. 급하지 않은 이상 주말에 몰아서 빨래를 돌리는 편이다.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를 돌리고, 이런 과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수건, 흰 빨래, 색깔 빨래, 속옷 등 순차적으로 주말에 내 볼일을 보면서 돌린다.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들은 바로바로 옷걸이에 걸어두거나 개켜둔다. 건조기가 다 돌아가면 건조기를 청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식사를 하고 설거지통에 그릇을 둔다. 그리고 하루의 맨 마지막에 설거지를 한다. 식사를 하고 바로 설거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했더니 밥 먹고 설거지하는 게 나에게는 너무 일스러워서 하루에 설거지는 한 번만 하는 것으로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다. 정확히는 두 번이다. 아침에 밀린 설거지 한 번, 그리고 저녁에 하루 동안 사용한 설거지 한 번. 정수기를 사용하면 개수대에 정화된 물이 또 나오는데, 설기 통에 그 물을 받아서 설거지할 때 사용한다. 사용한 그릇을 담가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집안일을 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은 건, 수시로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둘이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 좀 더 깨끗한 집을 유지해야겠다는 강박감 때문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집안일에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보니,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하루에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일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생각을 전환했다.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사용하여 집안을 깨끗이 하고, 남편을 서포트하며, 내가 원하는 행복한 가정을 유지한다. 집안일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생각보다 효율성이 좋았다. 그 뒤로 나는 기꺼이 집안일을 한다. 너무 일이 바쁜 날에는 그냥 나온다. 그리고 외출하고 돌아와서 집안을 돌본다.      


남편은 시댁에서 반찬을 가져다 나르고,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한다. 그리고 집안에 설치해야 되는 것들이 있으면 모두 남편이 설치하고, 남편은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한다. 나갈 때마다 집안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갖다 버린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남편이 집안 대청소를 맡고, 집들이를 할 때는 남편이 메인이 되어 준비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집안을 돌보고, 나는 나대로 집안을 돌본다. 우리는 우리 스타일대로 집안을 돌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서포트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벌써 같이 산 지 2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젊은 창업가의 미팅 일지 10/12 ~ 10/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