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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Apr 10. 2021

좌절을 다시 가능성으로
만들 수 있는 전환점


3시간 넘게 집을 쓸고 닦고, 어질러진 책상 위의 서류들을 정리했다. 주중에는 청소를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온 집을 마음껏 다 쓰다가, 토요일이 되면 대청소를 한다. 남편은 출근하고 없는 빈 집을 청소하면서 한 주 동안 정신없이 지냈던 나를 되돌아본다.       


청소를 하던 중에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오늘의 일과를 이야기해주시고, 나는 나의 일과를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는다. 미싱 일을 오랫동안 하셨던 시어머니는 우리 신혼집의 이불과 베개커버를 계절마다 만들어서 보내주시곤 한다. 덕분에 우리는 철마다 다른 이불을 덮고 잔다. 시어머니는 항상 나를 ‘서윤아’라고 불러주신다. 나는 나를 그렇게 불러주시는 시어머니가 좋다.      


어제는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올해 마지막 날에 통장에 얼마가 찍혀있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편은 000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리 잡히고, 계획대로 간다면 무리 없이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를 남편은 이야기했다. 나는 000원이라고 답했다. 남편은 내게 무슨 게임머니 이야기하듯이 금액을 부르냐고 웃었다. 나는 그 액수가 내 통장에 찍혀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설사 지금은 허무맹랑한 액수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2021년 12월 31일에 내 통장에 그 액수가 찍혀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어제는 마음적으로 힘든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과 올해 마지막 날의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좌절을 좌절 그 자체로 두는 것이 아니라, 좌절을 다시 가능성으로 만들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남편이 있어서 더 좋았다. 남편에게도 올해 1분기는 더없이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잘 버텨준 덕분에 지금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나 역시 1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함께 속도 내어 하나씩 작업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속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둔 덕분인지 사실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많은 것들이 명확했다. 내가 할 것이 명확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다. 그래서 속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분기를 정신없이 끝내고 나서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는 일을 많이 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일이든 많이 할 필요가 있었고, 일단 들어오는 일들은 모두 다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게 일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하지 말고, 효과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을 많이 해서 직원들이 번 아웃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일을 많이 하는 것만이 회사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요즘은 그 관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한 주는 속도를 내기 위한 회사 시스템과 구조를 정비했다. 2분기는 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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