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귀걸이

- 친구 엄마도 내 엄마다.

by 시오




며칠 전, 십년지기 친구가 결혼을 했다. 친구가 결혼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결혼식장에서 혹여 울지는 않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결혼식이 있기 얼마 전, 그녀는 엄마와 신혼집에 갔다가 한바탕 울었다고 했다. 아직 나는 결혼할 남자도 없고 그렇다고 결혼할 딸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그녀의 마음도, 내 품에서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바탕 울었다는 그 표현만으로도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족에게는 가족만이 아는 이야기가 있다. 그녀에게도 그녀만 아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만 아는 가족의 이야기에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동생도 있다. 가족이라서 무심했고, 당연시했고, 소홀했고, 상처받았던 약한 모습들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습들까지도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 어느 누구도 아닌 그녀의 가족이니까.


결혼식장에 일찍 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식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식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예쁜 신부였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친구였다. 숨쉬기 어렵다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드레스를 입고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그녀 옆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사람들은 그녀를 축하해주기 위해서 모였다.


오랜만에 친구의 어머님도 뵙게 되었다. 이상하게 나는 그녀의 어머니와 궁합이 잘 맞았다. 친구가 질투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안부인사를 드린지도 오래되었다. 어머니도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서 신부 대기실에 들어오셨는데, 어머니를 본 친구가 볼멘소리를 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집에서 귀걸이를 두고 오는 바람에 어머니의 귀가 허전했던 것이다. 그녀의 시어머니가 되실 분은 진주 귀걸이를 곱게 하고 계셨고, 한복 위의 진주 귀걸이는 정말 우아해 보였다.


친구가 볼멘소리를 해서 그런지, 어머니의 귀가 한층 더 허전해 보였다. 잠시 고민했다. 결혼식까지는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모르는 동네이기 때문에 귀걸이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단 것이다. 게다가 밖에는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구두를 신고 모르는 동네를 배회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어머니도 예쁜 귀걸이를 하고 있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는 잠깐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서 무작정 귀걸이를 사러 나갔다. 하나같이 음식점뿐이었다. 시간은 가는 데, 귀걸이를 파는 곳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잘 보지 않으면 있는 지도 모를 것 같은 네일아트샵에서 귀걸이 2개를 팔고 있었다. 부재중 쪽지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귀걸이를 살 수 있는지 물었다. 진주 귀걸이는 아니지만, 진주 귀걸이처럼 보일 수 있는 귀걸이 었다.


부랴부랴 식장에 늦게 도착하지 않기를 바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어머니께 달려가서 귀걸이를 드렸다. 깜짝 놀라신 얼굴로, 귀걸이를 어디서 사가지고 왔냐며 물으셨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 내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걱정하며 얼른 귀걸이를 드렸다.


화촉을 밝히러 신랑 신부 어머님들이 입장했고, 저 멀리서 어머니의 귀걸이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귀걸이 정말 고맙다며 따로 연락까지 주셨다. 귀걸이를 파는 데도 없어서 비싼 걸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어머니는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친구에게도 연락을 받았다.


"제대로 고맙단 얘기를 못했네. 날씨도 안 좋은데 우리 엄마 귀걸이까지 챙겨주고. 진짜 너 없었음 어쩔뻔했어. 어떻게 보면 사소한 거지만 정말 고맙더라. 엄마도 엄청 감동받은 거 같아"

"나중에 우리 엄마도 귀걸이 안 하고 식장에 나타나면 그땐 네가 챙겨줘"

"응 4-5가지 챙겨가서 고를 수 있게 해드릴게"


친구 엄마도 내 엄마다.

나는 안다. 우리 엄마가 귀걸이를 놓고 왔어도, 내 친구도 나처럼 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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