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바이크 타는 여자

- 방콕에서 만난 모터바이크 택시 (랍짱)

by 시오




태국, 방콕

Thailand, Bangkok

February, 2016 (กุมภาพันธ์ 2559)



버스와 버스 사이에 사람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보였다. 내 눈에는 그랬다. 하지만, 나의 택시 기사에게는 그 정도의 공간은 큰 도로쯤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제발 안 가면 안 되겠느냐고 나는 한국말로 이야기했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버스와 버스 사이를 아슬하게 통과하여 지나가고, 지나가라고 멈춰준 반대편 차량에게는 가볍게 손인사를 하는 법도 잊지 않았다. 그들에게 차선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정말 여러 번 했었다. 손님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갔다. 정말 어디로든 갔다.


어렸을 때 오토바이 사고가 난 이후로, 나는 오토바이 타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사고는 진짜였지만, 거기에 만들어진 기억까지 덧붙여져 있어서 나에게 오토바이 사고는 그야말로 '무서운 기억' 중에 하나에 속한다. 그런 내가 방콕에서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모터바이크 택시를 (랍짱) 이용했다.


첫날에는 숙소와 역 사이를 걸어보았다. 모르는 동네에서 밤 중에 거리를 걷는 일이 위험한 일인 줄은 알지만, 15분만 걸으면 역이 나온다고 하니 그냥 걷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걷기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발생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인도가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개들이 누워서 가로막고 있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개들은 여기저기 출몰하고, 오토바이와 차들이 정신없이 옆으로 지나다녔다.


다음 날 집주인은 나에게 모터바이크 택시를 이용하라고 권해주었다. 10 바트면 (약 350원) 역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걸어 다니는 것도, 모터바이크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뭐 하나 쉬운 선택이 없었다. 참고로 방콕에서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마저도 고장 난 신호등이 많고, 차들은 오히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서 보행자 신호를 보는 대신에, 차 신호를 보고 도로를 뛰어다녀야 한다. 분명 지나갈 수 없는 도로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잘도 건너 다녔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널 줄을 모른다. 신호가 바뀌어도 조금 기다렸다가 길을 건넌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걸어 다녀도 사고가 날 거 같고, 모터바이크 택시를 이용해도 사고가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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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바이크 택시를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은 오렌지색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색깔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뭐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 위한 작은 노력이었다. 모터바이크 택시를 타고, 오렌지색 재킷을 꽉 붙잡았다. 발은 어디에다 둬야 하는지 몰라서 긴장한 채로 허공에 띄웠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갓길에 잠깐 모터바이크를 세우고는 오렌지색 재킷을 너무 세게 붙잡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하면서, 발을 올려놓는 곳이 여기 있으니 거기에다가 발을 올려 두라고 알려주었다. 자세히 보니, 손님 좌석 밑에 발을 올려둘 수 있는 발 받침대가 있었다. 그에게 나는 뭘 모르는 손님이었던 모양이었다. 머리는 바람에 휘날려서 말 갈퀴처럼 되었고, 긴장한 탓에 손에 땀이 났다. 매번 나는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택시비를 냈다.


방콕에서 머무는 동안 매일 모터바이크 택시를 이용했다. 모터바이크는 기사가 길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곳들을 가기 때문에, 사실 위험한 교통수단 중에 하나이다. 손님을 위한 헬맷도 없다. 가끔 기사들도 헬맷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 손님들은 치마를 입고도 뒤에 가볍게 걸터앉아 가기도 하고, 부모는 아이와 함께 같이 타기도 한다. 곳곳에 모터바이크를 세워두고 손님이 보이면 바로 태워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출퇴근 길에 모터바이크 택시는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다. 다행히 방콕에 있는 동안 사고가 난 적도, 사고를 목격한 경우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 위치를 모르는 택시 기사를 만났다. 어떻게 가는지 알려줘라고 태국어로 이야기했다. 태국어는 모르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그런 것 같아서 나도 알겠다고 대답했다. 택시 기사는 영어를 모르고, 나는 태국어를 몰라서, 택시 기사는 태국어로 이야기하고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왼쪽으로 가야 해,라고 말하면서 왼쪽 어깨를 두드렸고, 여기서는 오른쪽으로 가야 해 라고 이야기하면서 오른쪽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숙소 이름을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여기야 여기, 알아둬.


오토바이를 무서워하고 길도 잘 못 건너던 나는, 방콕에 와서 어느새 길 안내도 할 줄 알고 모터바이크도 제법 편하게 탈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매번 바람에 날려 말 갈퀴처럼 변해버린 내 헤어스타일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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