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에 걸린 달은
어떤 음을 내는가

- 굿나잇

by 시오




호주, 멜버른

Australia, Melbourne

January 2016


이틀 전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그 날따라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게 아쉬워 붙잡지도 못할 시간 위에서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만 길 위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벌레들이 우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밤이었다. 별을 헤아릴 수 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별이 많았다.

나는 문득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이 생각났다. 유성이 떨어진다는 뉴스가 있었고, 온 가족이 옥상 위에서 유성을 보겠다고 자지도 않고 깨어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유성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태어나 처음 보는 유성에 환호했다. 무려 아홉 식구가 같이 살았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다. 유성을 같이 보던 가족들은 이제 흩어져서 산다. 밤하늘의 별은 내가 유성을 보았던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풀잎들 사이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는 벌레들의 소리는 내가 시골에서 가족들과 북적거리며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고요한 밤하늘은 잊고 살던 것들을 찬찬히 나에게 보여주었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돌아올 때마다 나는 서울의 밤하늘을 보곤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오르막길이 있는데,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곤 하였다. 깜깜한 하늘이 나를 마주했고, 아주 가끔 별을 볼 수 있었다. 위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 밤이었다. 나를 시골로도 데려가 주고 서울에도 데려가 주는 그런 밤이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십오 분 동안 나는 여기에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호주의 모든 밤하늘이 오늘과 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하늘을 내가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감격했다.


두 채의 집을 지나면 이제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하는 집이다. 아직 수지는 깨어있으려나? 오원은 테니스 게임을 보고 집에 도착했으려나? 앤드류는 자고 있으려나?라는 질문들을 허공에 던지며 나는 느리게 집으로 향했다. 느린 걸음을 재촉이라도 하듯, 달빛이 너무 밝았다.


밤하늘에는 오선지 같은 전깃줄 사이에 달이 걸려서 음을 내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미' 자리에 있는 것 같고, 저렇게 보면 '파' 자리에 걸려서 음을 내는 것 같았다. 고요한 밤이었는데, 달은 어떤 '음'을 내고 싶어 전깃줄에 걸려있을까 생각하느라 나의 걸음은 집 앞에서 더 느려졌다. 고요하기엔 아까운 밤이라고, 달은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끝내 달이 내고 싶은 '음'을 궁금해하기만 하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모두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러.

이제 내가 그들에게 할 굿나잇 인사가 많이 남지 않았음을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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