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의 편 가르기
점심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하는 것이 그녀들에게는 낙이었고, 그들에게 점심메뉴는 어제 마신 술을 해장하기 위한 목적이 가득했다. 그녀들은 지하상가에 위치한 해장국집을 가기 싫어했고, 그들은 그녀들이 선택한 스파게티를 먹기 싫어했다. 나는 해장국도 스파게티도 상관없었지만, 그녀들과 스파게티를 먹는 동안에는 그들을 흉보는 것을 들어야 했고, 그들과 해장국을 먹는 동안에는 그녀들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다. 이야기의 끝에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배는 부르지만, 정신은 허해지는 기분이었다. 매번 점심시간은 정확하게 찾아왔고, 나는 매번 누구와 식사를 해야 하는지가 고민되었다.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졌고, 팀장은 앞으로 다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으면 안 되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그래도 팀장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모두가 다 같이 한 가지 점심메뉴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어려웠고, 어떤 메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먹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저 각자 앞에 놓은 음식을 업무처럼 처리했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다 같이 하나의 점심메뉴를 같은 장소에서 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어느 날부터 혼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과의 식사도 그들과의 식사도, 나에게는 어려웠고 불편했다. 도대체 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 날이 이어졌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다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팀장 역시 떠났다. 하지만, 팀장은 조금 당연하게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원래 영업팀과 지원팀은 서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라는 것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랬고, 팀장이 어디 소속이냐에 따라서 팀의 분위기며 색깔이 정해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진했던 것일까. 업무 상 팀이 나뉜 것은, 각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늘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다른 팀에서 하는 일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못하는 것을 상대방이 채워주고, 상대방이 못하는 것을 내가 채워줄 수 있을 때 그게 진짜 같이 일을 한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외부 영업보다 내부 영업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새로운 사람들이 그들이 떠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이제 그들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 모였으니까 서로 같이 일한다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간은 조화로웠다.
어느 날, 새로운 사람이 다른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에게 새로운 사람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저 같이 일하게 될 동료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었고, 이는 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게 만드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팀이 다르다고 하여,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무시할 일도 일부러 못되게 굴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이 새로 들어오는 자기 팀의 사람 편을 들 거라고 이야기했다. 자기가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생각했고, 그 생각을 바꿀 생각도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편을 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편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은 새로 들어올 친구의 편에 서서 일을 할 것이라고 또 한 번 이야기했다. 나는 더 얘기하지 않았다.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업무 중에 발생한 이슈에도 때로는 서로가 과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슈에 대한 해결책도 본질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본질을 벗어난 해결책은 업무만 과중시켰다. 잘해보자는 회식은 결국 너나 잘하세요로 끝나기도 했다.
나는 이상적인 것일까. 공동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 앞에 쉽게 무너졌고, 자신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자기의 이익을 더 챙기게 되는 본능이 하나 둘 튀어나왔다. 혼자 독야청청할 생각도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또 그때의 과거를 반복하는 것 같아 때아닌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다시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만, 이제 나에게는 매번 정확하게 찾아오는 점심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