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이고 모여서 이뤄진 회사 그리고 사회
A: 회사에서는 월급을 주고, 직원은 용역을 제공하고 그것으로 되는 거예요. 회사에서 커리어를 키워주고 뭘 더 해줄 필요는 없어요.
B: 회사에서 월급 주잖아요. 그러면 직원들이 회사에다가 비전을 제시해야지, 왜 회사가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공해야 하죠?
각자의 회사에서 두 사람은 리더의 위치에 있었고,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같았다. 회사는 약속한 월급을 제공하는데, 직원들은 회사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였다. 직원들은 어쩌면 회사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 이상적인 회사를 꿈꾸느라 불만이 많아진 걸지도 모른다. 커리어도 쌓을 수 있고, 업무는 적성에도 잘 맞고, 복지도 잘 되어 있고, 연봉도 세고, 직원들을 잘 이끌어가는 리더도 있는 그런 이상적인 근무조건을 갖춘 회사를 원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직원들이 회사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직원들은 대표들 머리 아프게 하려고 회사에 입사하여 자리에 앉아있는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회사 (會社: 모일 회 / 모일 사): 상행위 또는 그 밖의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출처] 네이버 사전
회사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웃고 떠들자고 모인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실적 즉 이익을 내지 않으면 집단은 와해된다. 그런데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사람이 보인다. 목적은 이익 추구에 있지만,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社會: 모일 사 / 모일 회):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출처] 네이버 사전
회사를 거꾸로 읽으면 사회가 된다. 회사와 사회는 같은 한자어를 사용하되 뒤바꿔서 사용한다. 발음은 다르지만, '모이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를 두 번이나 사용한다. 말 그대로, 회사든 사회든 혼자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집단은 어떻게 보면 잡음이 생기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아무리 예쁜 소리들로만 모았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음(音)'만 내는 것은 '악(樂)'이 될 수가 없다. 리더는 지휘자가 되어 연주를 해야 하고, 직원들은 각자의 악기로 연주자가 되어 지휘에 맞추어 연주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연주자들 모두 각자 필요한 것들이 있다. 누군가는 좋은 음을 내는 악기로 바꾸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같이 음을 좀 더 세게 내 줄 동료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악기가 너무 무거워서 출퇴근하기 편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더 큰 공연을 하고 싶은 연주자도 있을 것이고, 그냥 연주 자체가 좋아서 연주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요구사항이 다르다. 리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많은 것처럼 보일만도 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만큼 요구사항이 많은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리더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목적은 이익이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같이 이룰 사람도 같이 봐야 하지 않을까.
리더 또한 꿈꾼다. 연주자들도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휘자는 좀 더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고, 좋은 공연에 많은 관객들이 몰려와 성공적인 연주를 하기를 바란다. 좋은 공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연주자들이 모일 이유도, 근거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은 두 리더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생각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공격적인 말로 들렸고, 그들의 자리가 그 말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서점에 가면 발에 체이는 리더들은 현실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렵고, 뽑아만 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할 것 같던 직원들은 입사 후 백일 후면 초심과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더욱 들여다보고 싶었다. 우리에게 회사란 무엇일까. 나에게 회사란 무엇일까. 각자가 생각하는 회사란 무엇일까. 그리고 연봉 계약서에 적혀있는 연봉은 나의 어떤 부분까지 고려하여 책정한 것일까.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와 능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가. 우리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서로의 역할과 업무의 범위에 대해서 계약서에 지정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을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직원들만 꿈꾸는 것이 아니다. 리더도 꿈꾼다. 문제는 직원도 리더도 꿈만 꾼다는 데 있다. 현실에선 대표들은 대표들끼리 모이고, 직원들은 직원들끼리 모여 불만을 토로한다. 리더도 직원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매일 같이 벌어지는 간격을 좁히지 못할 것이다.
모이고 모여서 이뤄진 회사 그리고 사회.
그 안에 사람.
결국,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사람일 것이다.
리더가 보아야 하는 직원이라는 사람.
직원이 보아야 하는 리더라는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