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Oct 23. 2016

99일간의 기록
로그디노 진짜 이야기 7

로그디노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 



로그디노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 

컨퍼런스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사 날짜가 겹치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참가자들의 신청을 동시에 관리해야 했고, 연사들의 강연자료 체크 및 참가자들에게 사전 설문조사를 돌려야 했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가며 준비했던 마지막 2주였다. 비단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었다. 행사 전 날의 우리는 약간 미쳐(?) 있었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는 정말 홀린 사람들처럼 컨퍼런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16년 10월 13일

컨퍼런스가 있기 이틀 전, 나는 이사를 했다. 2년 동안 살던 원룸 계약이 만료가 되었고, 집주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세금을 올렸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전세금을 마련해주시겠다고 하였지만, 나에게는 서울에서 꼭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실 없었다. 내가 서울에서 살아야만 했던 유일한 이유는 직장 때문이었다. 직장이 서울에 위치해있었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입사와 함께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창문이 있으면 45만 원, 창문이 없으면 40만 원. (아마 지금은 더 높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에게는 주거 옵션이 없었고, 그 시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직장동료들은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한국에서 아무것도 쥔 것 없이 이십 대 젊은 친구들이 서울에서 생활을 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년 겨울 퇴사를 한 후에 나에게는 공식적으로 서울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졌다. 현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집에서 주로 일을 하는 나로서는 서울 원룸에서 일을 하나, 수원 부모님 댁에서 일을 하나 차이가 없었다. 


내가 이사를 한다고 이야기하였을 때, 노마드씨는 나에게 집을 버리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집을 버려라'라는 말은 어쩌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다. 언제든 떠나고 싶은 나로서는, 때로는 '집'이라는 객체가 '나'라는 주체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왔다. 서울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매이지 말자고 생각하자, 모든 것들이 한결 가벼워졌다. 


컨퍼런스를 앞두고 이삿짐 정리를 하느라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그 와중에 참가자들의 컨퍼런스 참가신청이 쇄도했다. 텀블벅 마감은 이미 9월에 끝났다. 계좌이체를 통한 마감도 10월 8일까지만 받고 끝났다. 그리고 10월 8일이 지나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오고 싶은 사유는 여러 가지였다. 행사 관계자와 지인이거나, 디지털 노마드에 관심이 있어서 검색하다가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나, 행사가 있다는 것 자체를 너무 늦게 알았기 때문에 참가하고 싶다는 등의 이유였다. 참가신청 마감을 정해 놓은 이유는 단 하나 때문이었다. 케이터링 예약 때문이었다. 그 이유 말고는 참가신청을 막을 이유가 우리에게는 하나도 없었다. 초반에 마음고생한 것에 비해 막판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참가자들이 넘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컨퍼런스를 정말 오고 싶어 했다. 우리도 그들이 정말 보고 싶었다. 



16년 10월 14일 

행사 하루 전, 우리는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이삿짐을 풀지도 못한 상태로 짐박스를 옆에 두고서 행사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고, 노마드씨 또한 연사로 서야 했기 때문에 강연자료 준비와 주최 측이 해야 하는 행사 준비를 동시에 해야 했던 관계로 마지막 하루를 정말 아낌없이 쓰고 있었다.


참가자 리스트를 계속해서 업데이트시키고, 정보가 누락된 신청자에게는 별도로 전화를 돌렸다. 신청은 했지만 참가하지 못한다는 분들도 있었고, 신청을 해놓고 행사에 대해서 잊어버린 분들도 있었다. 계좌정보가 수취되지 않아 환불이 지연됐던 신청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하여 환불처리를 모두 끝냈다. 온오프믹스를 통해서는 참가신청과 후원 신청을 별도로 받았는데, 후원 페이지가 오히려 참가자들에게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온오프믹스 참가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드려 안내를 했다. 


전체 행사인원이 늘어남으로 인해, 케이터링 예약도 하루 전에 변경해야만 했다. 다행히 파티아도르(케이터링 업체)에서는 우리의 이런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준비해주셨다. 


현장에서 현금 결제를 하실 분들을 위해서 일하다 말고 은행에 가서 현금을 뽑았다. 연사분들의 강연료 (사실상 교통비에 불과하지만) 지급을 위해서도 봉투를 하나하나 준비하고, 행사장에 메고 갈 배낭에 필요한 행사물품들을 챙겼다. 


루시는 명찰과 이름표와 프로그램 표를 인쇄하기 위해서, 또 정신없이 문구점에서 헤매고 있었다. 각자 챙겨야 하는 것들을 슬랙에다가 메시지를 남기면서 빠진 것들은 없는지 그 날 새벽까지도 이야기를 나눴다. 챙겨도 챙겨도 이상하게 하나씩 빠진 것들이 눈에 보였고, 그 날 우리의 슬랙은 잠시도 쉬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마지막 날에 했던 가장 중요한 일 2가지는 현장에서 움직일 8명의 역할분담과 행사 대본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몇 시에 어느 자리에 누가 있어야 하는 지를 정리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한 번도 합을 맞춰본 적 없는 8명이 행사를 함께 하기 위해서, 나는 사전에 수차례 행사 시물레이션을 돌렸다. 그리고 오후 6시에 슬랙을 통해서 서면으로 먼저 사전 브리핑을 공유했다. 



10:00 - 10:20 인사 + 행사 브리핑 

: 온라인을 통해서만 인사를 나눴던 사이였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행사 브리핑을 시작으로 행사를 시작하고자 했다. 


10:20 - 11:00 

: 행사 브리핑이 끝나면, 강연장 정리팀, 기기점검팀, 참가자 등록팀, 이렇게 3팀으로 나누어서 움직이도록 했다. 기기점검팀에는 루시와 오명석 님을 배치하였는데, 특히 오명석 님은 IT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루시와 함께 강연자료를 점검하고 기기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도록 했다. 


11:00 - 12:30 

: 11시부터는 외국인 연사들의 리허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기점검팀이 이에 맞추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참가자 등록팀으로 활동했던 팀의 경우에는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았으므로 입장시간 전까지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12:30 - 1:00 

: 참가자 등록이 시작됨과 동시에 모두가 스텐바이 할 수 있도록 했는데, 특히 노마드씨의 경우에는 첫 번째 연사로 서야 했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인계를 해주고 12시 40분에는 강연장에서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스텝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연사분들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애나와 박서연 님에게 강연료 지급과 선물을 지급하는 일들을 맡겼다. 


1:00 - 6:00 

: 컨퍼런스가 시작되고 나서 참가자 등록을 했던 스텝들은 마이크 담당이 되어서 움직이도록 했다. 사전에 행사장 물품 리스트를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사가 사용할 마이크와 참가자들이 질문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마이크를 체크해두었다. 또한, 황지선 님의 경우에는 늦게 도착할 참가자들을 위해서 1시 30분까지는 밖에 있도록 배치를 해두었다. 


6:00 

: 모든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강연장 정리팀과 뒤풀이팀으로 나누었다. 뒤풀이 장소를 예약했던 루시를 선두로 총 4명이서 30명이 넘는 뒤풀이 인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리고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는 연사들을 배웅하기 위해서 애나를 행사장에 남겨두었고, 아무래도 강연장 정리를 하면서 힘이 쓸 일이 있을 거 같아서 유일하게 청일점이었던 오명석 님과 개인 사정으로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하는 김효정 님을 배치해두었다. 그리고 나는 행사 마무리를 점검을 하고 디캠프에 연락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것으로 정리해두었다. 


행사장에서 움직일 총 8명의 모습을 계속해서 시물레이션 하면서 내부 브리핑 자료를 준비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시물레이션을 돌린 결과 하나의 자료로 모두에게 공유했다. 그렇게 우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




로그디노 홈페이지 : www.logdino.com

로그디노 페이스북 : www.facebook.com/logdino 

로그디노 커뮤니티 : https://goo.gl/kTtBf7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다 페이스북 그룹 : https://goo.gl/y8Fdkx



매거진의 이전글 99일간의 기록 로그디노 진짜 이야기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