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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Oct 23. 2016

99일간의 기록
로그디노 진짜 이야기 8

로그디노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



로그디노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다들 몇 시간 자지 못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나는 대본 작성으로, 루시는 강연자료를 다듬느라, 그리고 애나는 미친듯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 영상에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하고, 제시는 행사물품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10시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앞으로 3시간 후에는 행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16년 10월 15일 

노마드씨는 첫 번째 강연 순서인 데다가 세 명이서 같이 강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같이 만나서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늦을까 봐 집에서 서둘러서 나왔더니 행사장에 9시에 도착했다. 디캠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다른 팀원들이 오기 전에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체크해두었다. 강연장을 환기시키고, 네트워킹 시간 때 이용하게 될 테라스를 둘러보고, 전체 동선을 다시 한번 파악했다. 이상하게 긴장감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3개월 동안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긴장해야 할 근육이 남아있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행사를 주최한 것도, 사회자 역할을 맡아서 안내를 하는 일도, 총괄 기획으로 팀원들을 안내해야 하는 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처음이었다. 

 

황지선 님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우리는 잠시 다른 팀원들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선님은 온라인에서 글로만 만나던 분들을 직접 만나게 되니 떨린다고 했다. 정말 그녀의 표정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떨리지 않냐며 물었지만, 사실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미 3개월 동안 정신이 탈탈 털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하리만치 긴장되지 않는다고. 


뒤이어 모든 팀원들이 도착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사전 브리핑을 진행했다. 각 팀에게 전달해줄 사항들을 전달해주고, 각자 위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서 김밥을 사 왔다. (내가 맡은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였음) 김밥을 사러 갔다 온 사이에 모두들 오전에 해야 하는 일들을 마친 상태였고, 일부 참가자분들이 이미 행사장에 하나 둘 도착하고 있었다. 


방콕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Pol은 통역을 맡아준 김나솔 님과 리허설을 하면서 강연 준비를 하고, 뒤이어 노마드씨도 리허설을 시작했다. 연사분들도 도착하기 시작했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행사를 안내했다. 예산 문제로 사진 또는 비디오 촬영을 따로 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친구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찍어주었다. (간민정에게 정말 감사) 아침에 제주도에서 출발한 해커파라다이스팀도 늦지 않게 행사장에 도착해주었고, 통역으로 도움을 준 천예지 님과 김나솔 님은 해커파라다이스팀과 Pol에게 동시통역으로 강연 내용을 전달해주었다. 


오프닝을 시작으로 각 연사들의 강연이 시작됐다. 사전에 받은 질문들을 연사들에게 던지고, 참가자들의 표정을 살피고, 스텝들이 어디에 있는 지를 확인했다. 앞뒤 좌우에 팀원들이 모두 위치해있었고, 현장에서는 카톡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볼륨을 키는 것, 전등을 켜고 끄는 것부터, 최대한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노력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행사 당일 내가 놀랐던 것들을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연사분들이 정말 시간을 잘 맞추어서 강연을 해주었다는 것, 처음으로 합을 맞춘 8명이, 특히 스텝들의 일하는 센스에 감탄했다는 것, 혼자 온 참가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킹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렸다는 것, 기기 사고가 없었다는 것, 음식이 거의 안 남았다는 것 (혹시 못 드신 분은 안 계시겠죠?) 등이 있다. 


사실 연사분들에게 강연 시간을 20분으로 맞춰 달라고 사전에 안내를 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시간 안내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연사분들이 시간을 맞추어서 끝내주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면, 강연 시간을 그렇게 딱 지킬 수 있는지 놀라웠다. 


나중에 노마드씨와 카페에서 나눈 이야기로는 내가 보지 못한 곳에서 스텝들이 더 일을 잘해주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 날 처음으로 같이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 하나 부족함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잘해주었다. 나는 스텝들이 이번 행사에 온만큼 강연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사전에 그 부분에 대해서 스텝들에게 명시를 해두었고, 질문을 던지라고도 이야기해두었다. 행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원했던 건 행사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어울리고 강연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물론, 우리 팀원들은 행사 진행 관계로 강연에 집중하기가 사실상 힘든 부분이 있었다) 


네트워킹 및 티타임 시간은 총 40분이 배치되어 있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참가자분들에게는 좀 짧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행사 당일 날씨가 너무 좋았고, 테라스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파티아도르에서 준비한 음식들은 맛있었다. (결혼식장처럼 음식 맛있다는 소리와 업체가 어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혼자 온 참가자들이 많았음에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2부 순서를 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안내하는 나의 소리를 다들 안 들었다고... 


모든 행사가 끝나고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원래 6시까지 행사장을 빌린 것이었는데, 6시 40분이 되어서야 전체 소등을 할 수 있었다. 디캠프 직원은 우리 행사 때문에 퇴근이 40분이나 늦어졌는데도, 아무런 짜증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인사해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디캠프 김봉중 매니저님) 


뒤풀이 장소에서 우리는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와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서 공유했다. 배부르게 먹고 마셨다. 제시, 루시, 박서연 님이 돌아가면서 계산서를 체크해주었다. 정말 기가 막히게 예산에 딱 맞추어서 모두가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오후 9시가 되어서 끝난 우리의 뒤풀이는 또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 그들끼리 또 2차를 갔다. 


나와 노마드씨는 예정되었던 나누기 시간을 가졌다. (바로 옆에 있던 카페에서) 총 99일간의 여정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1시간 동안 우리는 전체 행사에 대한 평가와 강연에 대한 생각들을 주고받았다. 모두가 신기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은 7월 9일, 내가 애나에게 걸었던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정말 무모했던 우리의 도전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첫 행사를 잘 마쳤다는 기분에 우리는 서로를 많이 격려해주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준비했던 시간.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던 시간. 어느 누구도 게으르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 채워주면서 만들어갔던 99일간의 여정과 그 기록. 


애나와 루시는 2차 술자리에 합류하기 위해서 이동했고, 나와 제시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겨우 행사가 하나 끝난 것뿐이었다.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는 이것보다 더 많으니까. 나는 제시에게 노마드씨와 일을 했던 경험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제시 역시 나와 같이 일을 해서 좋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다행이었다. 나 혼자서만 그런 느낌을 가진 게 아니어서.


제시가 먼저 지하철에서 내리고,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나눴다. 집에 도착해서 나는 잠시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불속에 들어가서야 행사가 끝났음이 실감이 났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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