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 KAFFEE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는 여행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치앙마이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의 성장 스토리입니다. 카페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치앙마이에는 이미 수많은 카페들이 생겨나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죠.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by. 더심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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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MIX KAFFEE
페이스북 : www.facebook.com/Mixkaffee
주소 (태국어) : 29/2 ถนนอารักษ์ ต.ศรีภูมิ อ.เมือง จ.เชียงใหม่ 50200
주소 (영어) : 29/2 Aruk Road., T. Sriphum, A. Muang, Chiang Mai 50200
인터뷰 with
탐마랏 람프롬(ธรรมรัตน์ หลำพรหม Thammarat Lamprom) / 닉네임 : 똔(ต้น Ton)
Ton은 태국의 첫 복화술사다. 미국에서 열린 꼭두각시 대회에서는 40명 중에 4등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Ton은 더 이상 자신의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자만했다고 고백한다. 방황하던 순간에, 그는 복화술사를 그만두고 MIX KAFFEE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복화술사로 살아온 10년의 삶을 뒤로하고, 바리스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멈춰있던 그 날, 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을까?
MIX KAFFEE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카페 이름은 어떻게 지었어요?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 어떤 이름이 좋을지 생각했었는데...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카페를 차리면서 제가 배웠던 것들을 생각해봤어요. 저는 아내의 외할머니로부터 커피를 배웠거든요, 그래서 외할머니와 저의 지식을 합친다는 의미로 Mix,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카페를 뜻하는 Kaffee를 합쳐서 Mix Kaffee라는 이름으로 카페 이름을 지었어요.
Ton은 일본에서 아내의 외할머니로부터 커피를 배웠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이름은 Shiyo. 그녀는 올해 95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일본에서 커피를 배운 후에, 태국에서 MIX KAFFEE를 오픈했다. 모카포트를 사용하여 커피를 만들었던 외할머니를 따라, 그 역시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든다.
그러면 카페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어요?
저는 복화술사였어요. 태국에서는 첫 복화술사였죠. 카페를 오픈하기 10년 전에, 저는 TV 프로그램 진행자, 시트콤 드라마 배우 등으로 활동하면서 광고도 찍었어요. 지금도 TV 프로그램에서 제가 하는 공연을 볼 수 있어요.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태국 NBT채널에서 그의 방송을 볼 수 있다.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1년 전에 녹화했던 것으로 지금은 공연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복화술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카페를 한 지는 2년 가까이 되었어요. 커피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그동안 복화술은 하지 않았죠. 많은 곳에서 행사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저는 다 거절했어요. 자만해서 거절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커피를 만드는 데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어요.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 저는 연예계에서 일을 했어요. 방송에 자주 나와서 사람들은 저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했죠. 한창 잘 나갈 때는 제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복화술을 할 때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롯(Plot)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어느 순간 제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죠. 어느 날은 제 공연을 본 동생이 저에게 제 공연이 재미없어졌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새로운 플롯을 짜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플롯을 짜는 일은 쉽게 되지 않았어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도 던지고, 제 스스로도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죠.
하고 있는 일에 문제가 있었나요?
노트 우돔 때파닛(โน้ต อุดม แต้พานิช Note Udom Taepanich: 태국에서 제일 유명한 코미디언)과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분은 제 스승님과 같으신 분이신데, 코미디언 세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노트 씨가 코미디언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저에게 많이 알려주셨어요. 같이 먹고 자면서 연습에만 집중했죠. 그리고 몇 년 후에, 노트 씨는 저에게 아이들에게 공연을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공연을 하기 전에, 노트 씨는 공연을 보러 온 아이들에게 저를 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복화술사로는 최고라고 소개를 해주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플롯으로 만든 공연이 아닌, 기존에 계속해서 해왔던 공연을 보여주었죠. 그래도 아이들은 저의 공연을 보고 즐거워했어요. 물론, 노트 씨는 아니었지만요.
노트 씨는 공연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노트 씨가 저에게 방콕으로 오라고 불렀어요. 저는 노트 씨가 저를 부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역시나 제가 노트 씨를 찾아갔을 때, 노트 씨는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저를 야단치셨어요. 저에게 실망한 거죠... 저에게 새로운 플롯을 생각하지 않은 지는 얼마나 됐는지, 저의 문제가 무엇인지, 노트 씨는 저를 앉혀놓고 계속해서 다그쳤어요.
"연습도 안 하고, 새로운 플롯을 구상하지도 않고. 이제 너의 공연은 매력이 사라졌어. 너의 문제가 뭔지 알아? 자만이야! 자만했기 때문에 새로운 플롯이 생각나지 않는 거라고. 나처럼 코미디언으로 성장할 생각은 더 이상 없는 거야? 정말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거냐고!"
저는 사실, 단순히 새로운 플롯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제가 그러는지 알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노트 씨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깨달았어요. 저는 자만했던 거였어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어요?
저는 복화술사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꼭두각시를 잡지 않아요.
복화술사를 그만두었다고요?
네. 물론 당시에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그때, 노트 씨가 그래도 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해주었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태국의 옛날 카페 분위기가 떠올랐어요. 그런 분위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저는 카페를 오픈하기로 했어요.
태국의 옛날 카페는 아침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몰려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사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피를 팔려고 했죠. 돈을 모은 후에, 여기서 카페를 오픈하고 좋아하는 대로 꾸몄어요. 처음 3개월은 주변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아닌, 바리스타 손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저의 커피를 마시고는 혹평을 했어요.
"어떻게 이런 커피를 팔 수 있지?"
"커피가 왜 이렇게 싱거워? 이게 진짜 에스프레소 맞아?"
제가 외할머니한테 커피를 배웠을 때, 사실 외할머니는 저에게 커피에 대해서 더 가르쳐주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그냥 마을 사람들에게 파는 거니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서 제가 더 이상 배우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중엔 욕을 먹었죠. 하하.. 어떤 사람은 저에게 "치앙마이에는 마실 수 있는 커피와 마실 수 없는 커피가 있는데, MIX KAFFEE 커피는 마실 수 없는 커피다."라고까지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지 네가 알아?'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이런 생각들을 버렸어요. 그리고 카페를 오픈한 후에는 꼭두각시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오로지 커피만 팔고 싶었거든요. 이 일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언젠가 어떤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바리스타로서 좀 더 진지해지자고 결심했어요.
"바리스타는 제 직업입니다. 그래서 돈 많은 부자들이 큰 카페를 오픈했다가 나중에 금방 문을 닫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제 직업이 다른 사람의 장난감처럼 치부되는 것 같거든요."
다른 바리스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후에는 어떻게 했어요?
외할머니에게 다시 커피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그런데 배우다 보니 외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비법이 정말 많은 거예요. 저는 외할머니에게 "왜 저에게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외할머니는 저에게 "네가 그 정도면 된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하시는 거예요. 한 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외할머니의 커피를 알게 된 건, 외할머니의 팔순잔치 때였어요. 그때 외할머니는 열 명의 친척들에게 커피를 만들어주었어요. 그런데 커피를 만드는 80세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친척들이 다들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오히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했어요. 왜 사람들이 다들 숨죽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외할머니는 모카포트로 한 잔씩 커피를 만드셨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만드셨죠. 커피가 서빙된 후에는 작고 조용했던 집에,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어요. 저는 그 분위기를 보면서, 커피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긴장된 분위기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음료라고 생각했어요. 그 날이 바로 제가 커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날이었어요.
저는 카페라는 공간을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좀 좁고 작게 만들었어요. 카페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두가 커피로 연결되서 말이죠.
외할머니로부터 배운 커피는, 그가 기존에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어느 날은 영국의 바리스타가 MIX KAFFEE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카페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는 반나절 동안 에스프레소 3잔을 마시고 갔는데, 나중에서야 Ton은 영국에서 찾아온 손님이 정말 실력 있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영국의 Barista Union에, MIX KAFFEE에 대한 리뷰를 기재했고 태국에서 모카포트를 쓰는 전문점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 뒤로, 여러 나라의 바리스타가 MIX KAFFEE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그를 찾아왔다.
좋은 경험은 비평에서 나오는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해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은 일종의 테스트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카페를 하는 이유는, 제가 얼마나 잘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1960년부터 외할머니가 쌓아온 지식을 계승하기 위해서죠. 어느 날은 어느 외국인 바리스타가 찾아와서 저희 커피를 마시고는, 한 번도 이런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어요. MIX KAFFEE의 커피는, 그 어느 나라의 스타일이 아니라 외할머니 Shiyo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계속해서 외할머니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에요.
혹시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나요?
한 번은 커피를 잘 모르는 손님이 찾아왔어요. 매일같이 저희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찾아온 커플이었죠. 어느 날, 여자 손님이 이제 미국으로 떠나야 해서 제 커피를 더 이상 못 마실 거 같다며 작별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남자 손님은 카페를 나가기 전에, 저에게 유창하지 않은 태국어로 "당신을 알게 되서 정말 반가웠어요"라고 말해주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비로소 깨달았어요. 이것이야 말로, 외할머니가 계속해서 갈망해왔던 '관계의 연결'이구나. 카페 앞에 서있던 그 커플의 모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아요.
저라도 그런 손님은 지워지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러면 MIX KAFEEE를 찾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어떤 건가요?
저는 손님들에게 에스프레소를 강조하고 있어요. 조금 색다르게 하기 위해서 기질이 다른 원두를 사용해서 만들기도 하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Shiyo 외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Kaffe-Mont 에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에요. 치앙마이에 있는 카페 중에 소개해주실 만한 곳이 있나요?
저는 Nowhere Coffee Brewers를 좋아해요. 카페 주인이 만드는 커피는 외할머니에게 배운 것과 같아요. 외할머니는 저에게, 커피를 만들 때는 내가 잘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어요. 손님이 커피를 마셨을 때, 그 커피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손님에게 제일 좋은 커피로 남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정성을 다해서 커피를 만들고, 커피를 마시는 상대방을 존경해야 한다고도 말씀해주셨죠. 제가 보았을 때, Nowhere Coffee Brewers 의 주인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카페는 낮 12시 30분부터, 찾아오는 손님들로 활기가 넘친다. 카페는 오픈 바 형식으로 되어있어, 손님들은 그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손님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Ton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꼭두각시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그가, 이제는 모카포트로 만든 커피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이야기를 전한다. 이제는 그의 손에 꼭두각시가 아니라, 모카포트가 들려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인터뷰를 편집하며 나는 몇 가지 질문을 추가적으로 던지기 위해 Ton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꼭두각시를 더 이상 안 잡는다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복화술사를 그만둔 건가요?" 그는 여전히 자신은 복화술사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커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그가 복화술사를 아예 버린 것은 아닌 것이다. 그는 10년 동안 복화술사로 살았다. 내가 아는 지인 역시 요리사로 10년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 역시 Ton과 같은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사람들에게는 어느 순간,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바꿔야 하는 시기가 온다. 하지만 Ton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고 하여, 자신이 걸어온 길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이니까 말이다. Ton은 바리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복화술사이기도 하다.
제작 : 더심플북스
글 & 기획 & 편집 : 문은지
인터뷰 & 사진 : Pornthep Chitphong
번역 : Phatthira Jittkasame
출판사 리뷰
스무 개의 카페들을 인터뷰했고,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편집하며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그들의 삶은 언뜻 단조로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런 삶. 하지만 그들은 각자가 걸어온 시간만큼 성장했고, 저는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살아가는 관계의 연결, 지속성의 힘, 커뮤니티, 꿈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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