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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Dec 26. 2016

나는 단지 실험을 할 뿐이다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하는 문은지 더심플북스 & 정혜수 노마드씨



인터뷰가 처음은 아니었다.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를 연다고 했을 때, 다른 곳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다. 집 근처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메라 감독은, 촬영할 줄 모르고 그냥 나온 나의 맨 얼굴을 담았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 때 인터뷰는 끝이 났고, 인터뷰가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기자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맨얼굴로 그 자리에 나간 것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인터뷰가 나와서 행사 모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맨 얼굴을 팔아서라도 모객이 될 수 있다면...이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나의 첫 인터뷰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아직일지 아니면 영영 못 보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 사이 다른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월간 톱클래스라고 소개를 한 기자는 나에게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넸고, 관련 주제에 대해서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미래의 삶에 대해 말하다

- 일하는 방식도, 삶의 방식도, ‘내가’ 선택한 사람들


하지만 내가 받은 주제는 생각보다 너무 거창해서, 이메일을 받자마자 '이를 어쩌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당장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은 내가 미래의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나는 로그디노 : 디지털 노마드 in 서울을 같이 준비했던 노마드씨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일정이 맞았던 루시와 같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인터뷰는 생각보다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요청이 아니었어도 계속해서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일하는 방식도, 삶의 방식도 '내가' 선택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그 선택한 삶을 오롯이 '나'라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실 어마어마한 과제다. 남 탓하기 어렵고, 내 발등을 내가 찍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드는 바로 그것. 하물며 나는 그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 주제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욕심에서 끝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나는 내가 해왔던 실험보다 더 많은 실험을 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수익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수익모델에 대한 연구를 하며,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좋다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들 역시도 좋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좋은 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인터뷰 말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계속 고민하던 주제 중에 하나였는데, 여러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오로지 '돈'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이는 '경험' 때문에, 어떤 이는 '이력' 때문에, 누군가는 '도전'을 하고 싶어서 일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장에서 함께 일한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많이 힘들어서 혼자서 일을 하는 체제로 바꾸었지만,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오로지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외주를 쓰면서 일을 하기도 힘들고, 직원을 늘리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움직이는 팀이었다.


움직이는 팀은 프로젝트 플랫폼을 이용하여, 누군가는 프로젝트 기획자로 프로젝트를 이끌고, 누군가는 그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서포트를 하며 서로의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경험을 주고, 수익모델에 대해서 같이 연구하면서, 서로가 가진 재능을 합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CMOVINGTEAM) 


인터뷰가 끝나고 루시와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면서 서로의 근황을 그제야 물었다. 루시 역시 고민이 많은 시기라고 대답했다. 늘 느끼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언제나 신선하고 반짝반짝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한 번은 할 수 지만,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어떤 이는 가치를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가치가 나의 삶을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 가치를 어쩔 수없이 버려버리기도 하고, 그 가치의 비중을 줄이기도 한다. 


인터뷰를 통해서 기자의 질문을 받으며 머릿속의 부유물처럼 떠다니던 고민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인터뷰가 세상에 나온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다. 문득 나는 기자가 어떻게 나에게 연락을 해왔는지가 궁금했다. 컨퍼런스를 잘 끝내기는 했지만, 컨퍼런스에 대해서 다뤘던 미디어는 사실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 말고는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기자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 이름은 사실 기자의 수첩에 몇 개월 전부터 적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컨퍼런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내 이름을 알았다는 것이다. (정확한 경로는 본인도 기억하기 힘들다고) 1월호 주제를 디지털 노마드로 잡으면서, 내가 다시 떠올랐고 그렇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가 1년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혼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건 고작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수첩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니... 지루했던 터널에서 잠시 벗어난 기분이었다. 물론, 나는 다시 지루한 터널 속에 들어와 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지루한 과정을 그저 꾸준히 반복하는 것 말고는 사실 다른 방법을 못 찾겠다. 어쩔 때는 좋은 결과를 얻었고, 어쩔 때는 형펀없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성공한 경험이든, 실패한 경험이든 내가 하고 있는 그 모든 과정과 경험을 통해 하루하루 1cm 정도 달라지기를 바란다.  


1월호 인터뷰는 세상에 조금 더 일찍 나왔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미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단지 오늘도 실험을 할 뿐이다.



공간의 확장을 넘어 생각의 영역을 넓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하는 문은지 더심플북스 대표 & 정혜수 노마드씨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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