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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Apr 21. 2017

모객은 힘들다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2017. 04.28 - 04.30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제작노트 1

: 모객은 힘들다 


스무 명을 모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스물다섯 명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의 첫 목표는 스물다섯 명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통째로 빌리고, 2박 3일 동안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여행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통영 여행 프로젝트를 할 거예요~라고 할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다. 사람들은 기대했고, 참가하고 싶다는 댓글도 넘쳤다.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낙관에 가까운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신청 링크를 열자마자 두 명의 참가자가 신청과 입금을 해주었다. 참가자들의 반응에 한 번 더 기뻤다. 이번 프로젝트 잘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번에 되는 경우는 사실상 흔치 않으며, 정말 꾸준히 행사를 알리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한 명, 한 명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하지만 상승 그래프가 정체 그래프가 되고, 어쩌다 취소하는 참가자가 발생하여 하강 그래프를 그릴 때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풀이 죽을 수밖에 없다.


초반의 관심과는 다르게 참가자 모집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운영진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참가비를 내려 아하나? 일정을 바꿔야 하나? 주말 참가자들만을 위한 참가 링크를 오픈해야 하나? 카드결제를 원하는 참가자들을 위해서 텀블벅을 오픈해야 하나? 하지만 수수료는? 그러면 카드로 결제하는 분들은 참가비를 더 올려야 하나? 아니면 수수료를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하나? 그럼 부족한 운영비는 어떻게 처리하지? 게스트들에게 지원하는 부분을 양해를 구하고 좀 줄여야 하나? 하지만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나? 


사실 팀원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많은 부분들을 오랫동안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누군가는 참가비가 부담되어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테지만, 참가비가 부담돼서 참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보다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오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물론, 참가비가 부담된다는 말을 대놓고 못 하였을 수도 있지만) 참가비를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부분들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이번 프로젝트를 한 번은 할 수 있겠지만, 두 번은 할 수 없는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격이라는 것은 그 안에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을 모두 참가자들에게 지워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이번에 통영시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기 어려웠던 점 하나가 통영시 행정과 대척되는 행사들이 몇몇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통영시 역시 통영을 국내외로 알리는 작업을 꾸준히 하며, 아름다운 통영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때로는 행정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또 때로는 잘못된 행정이라고 비판받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다. 이대로 두어도 괜찮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통영은 너무 아름답다, 라는 메시지. 기존의 것을 잘 보존하는 일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여행자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며 알리고 싶었다. 


또한 통영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장인들과 예술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면서 장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누군가는 일평생 장인이라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날 것이다. 흔히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 하는 명품에 찬사를 보내곤 하는데, 통영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든 명품이 그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즉 장인이 만든 작품과 상품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라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그것을 나와 내 친구들만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술 한 잔 하면서 나눌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랐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것이고,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가격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일정이 맞지 않는 참가자들을 위해 주말 프로그램만 별도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카드결제가 편한 신청자들을 위해서 텀블벅에서 신청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수수료 부분은 감안하더라도,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통영에 사는 사람들도 참가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별 프로그램만 참가하는 신청도 받기로 했다.


오늘까지 총 9명의 참가자가 신청을 해주었다. 운영진과 게스트까지 합치면 총 14 명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겠지만, 소수가 함께하는 여행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우리는 위로 삼아 또는 희망 삼아 이야기한다. 모객은 원래 마지막 주에 이루어진다. (이상하게 매번 마지막 주에 모객이 많이 이루어지곤 했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마음이 동해 신청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주면 좋겠다.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feat. 먹고, 여행하고, 예술하라 
2017.04.28 ~ 04.30 (2박 3일) 
▶ 신청 :  https://goo.gl/V69GID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tongyeong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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