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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May 04. 2017

나는 어느 날 기획자가 되었다
기획 뒷이야기 1

2017.04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 기획 뒷이야기


나는 어느 날 기획자가 되었다 


내가 기획을 시작하게 된 건, 기획자가 되어보겠다는 거대한 포부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행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호기심의 대가라고나 할까? 하고 싶었던 행사를 잘 만들어보려면, 여태까지 내가 접해보지 않았던 영역으로 힘을 쏟고 배워야 했다. 매번 다른 사람들과 일을 했고, 매번 다른 콘셉트의 행사를 준비했다. (이게 모두 호기심의 대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잘하든 못하든 기획자가 되어있었다. 누군가 그렇게 불러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 있다. 회사를 나와 지난 1년 동안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6개다. (2개월에 한 번꼴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셈이다) 다행히도 대부분 좋은 결과를 안겨주었고, 그 결과 다음을 그리고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16년 11월 통영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흘러나왔고, 최종적으로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가 시작되기 전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구상되었다. 색다른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그저 통영이 가진 것을 조금 더 잘 보여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했다. 나는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통영에 가면 이걸 보고, 저걸 먹어봐야 하고, 이런 것들에 있어서는 약하다. 다만, 내가 통영을 느꼈을 때 가장 먼저 와 닿았던 '예술'이라는 키워드에 조금 더 집중했다. 


통영은 많은 예술가가 배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통영을 찾았던 예술가들이 이곳을 잊지 못하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억했던 곳이다. 하지만, 통영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나는 물음표를 던졌다. 오래전 그 예술가들이 이 길을 걸었고, 저 바다를 보았으며, 이 건물에서 전시를 하고, 돌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좋을 거다, 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누군가의 마음에 건네준다면 그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것을 그들의 손에 살포시 놓아준다면, 여행자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예술가가 되어 통영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준다면, 내가 좋아했던 것을 그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 


초기 슬로건은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였다. 통영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기도 하고, 참가자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본격적으로 통영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로 통영을 찾았다. 통영 날씨는 서울에 비해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겨울을 비껴가지도 않았다. 구체적인 기획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그때 통영라이더 이승민 님과 나누었고, 통영을 둘러보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슬금슬금 나누었다. 



서로 의견을 나누던 카페 바다봄


기획회의를 하기 위해 찾은 카페 767




기획 하지 말까? 


개인적으로 행사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나의 마음은 마냥 두근거리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일은 늘 부담감이 앞선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고, 한다고 이야기는 다 해놨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있다. 특히나 앞선 행사에 워낙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터라 통영 프로젝트를 쉬이 시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꼭 통영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했다. 시작하지 않으면, 평가도 없다. 즉, 안 좋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망설였다. 결과는 아무도 몰랐지만, 아무도 몰라도 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나로서는 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나는 왜 '통영 함께 떠나볼래요?'를 결국 하고 말았을까. 사실은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하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결과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번복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다, 하지 말까?라고 생각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때였다) 결국 어떤 모습으로 이것이 만들어지든 나는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모르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통영 역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통영에서 보낸 2박 3일의 영감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니 이미 말 다하지 않았는가. 누구의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고, 누가 하라고 떠민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호기심. 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내 머릿속에 스쳤던 찰나의 생각. 나는 스스로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불어넣기로 했다. 그 가치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 뚜껑을 누군가 열어보기 전까지 그 안에 맛있고 신선한 재료들을 넣어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하게 만드는 일


때마침 내 주위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채화 수업을 하는 하인영 작가가 있었고, 4월에는 태국에서 싱어로 활동하는 차하모가 한국에 여행을 온다고 하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이 둘에게 먼저 제안한 이유는, 사람들이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접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이 그림일 뿐만 아니라, 통영을 그림으로 표현해본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하모와 이야기를 한 번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통영까지 초대한다는 것이 사실 무리는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새로운 만남으로 연결되기를 바랐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첫날 서로가 친해지는데 많은 기여를 했으며, 음악은 서로가 미친 듯이 친해지는데 기여를 했다. 


새로운 기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통영 여행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다시 한번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 기획이었다. 뚜껑을 열기 전에 여기저기서 들리던 기대평도 있었으나, 기대평에 쉬이 좋아하지도 자랑하지도 못했던 이유는,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재료들이 얼마나 맛있게 준비되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행사가 다 끝나고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내가 좋아한 것을 그들이 같이 좋아해 주어서 좋았다. 내가 그들의 마음에 살포시 건네주고 싶었던 것이 잘 전달되었다는 생각에 두렵고, 불안했고, 하지 말까?라고까지 생각했던 이번 기획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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