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Jul 20. 2017

인생의 전환점마다 찾아온 에고 2

에고라는 적



진행하는 행사에 모객이 안되어 힘든 날이 있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한 것일까 생각이 많았다. 이 일을 한다고 하여 내 경력에 대단한 이력이 남는 것도 아닐 텐데,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을 대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기만 할 뿐인데, 나는 왜 이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객을 위해 굽신거려야 하는 날이 많았고, 죄송할 일도 많았고, 홍보를 위해 아파트 우편함에 홍보물을 넣기도 했다. 페이스북 친구로 이어져있던 유명한 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요청을 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방송국에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 회신이 없었고, 스팸처리당하거나, 홍보를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회신을 받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부탁할 일도, 시간 쓸 일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은 내겐 정말 힘든 일이었고, 대부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참 열심히 하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되겠어?'라는 시선. 세상에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덮쳐올 때마다 나는 물먹은 사람처럼 켁켁거렸다. 


그런데 그 순간 가족들이 보였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모두 일을 하러 나갔다. 나 역시 덥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늘 정해진 장소를 늦지도 않고 성실하게 출근했다. 그 성실함이 지나친 에고에 의해 내게는 결여되었음을 알았다. 성실함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쌓을 수가 없다. 내가 보낸 메시지가 스팸처리가 되면 어떤가, 내가 우편함에 넣은 홍보물이 바닥을 굴러다니면 어떤가, 미안한데 홍보는 못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어떤가. 그저 일을 하는 한 과정일 뿐인데 말이다.


나는 과정 없이 결과만 쫓았다. 그러다 보니 목적은 쉽게 상실되었고, 내가 하는 일의 과정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하고 있는 많은 일들 중에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집중해야 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로 했다.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나의 에고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도록 '성실'해지기로 했다. 우리 가족들이 아니 실제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며칠 전 인터뷰를 진행한 일이 있었다. 인터뷰 과정도 재밌었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문득 더 이상 인터뷰 제의는 받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에 소개되는 건 작은 영광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기도 좋지만, 인터뷰에 나옴으로 인해 내가 했던 행동들이 묶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잠깐의 자랑이 나를 전부 대변해주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고의 마음으로 성공을 열망하거나 찾지 마라.
에고 없이 성공하라.
실패를 만났을 때는 에고가 아니라 당신의 근원적 힘으로써 돌파하라
출처 = 에고라는 적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에는 에고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줄곧 인생의 전환점에서 에고를 만났다. 에고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고,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라는 마음의 소리가 나를 좀 더 힘들게 만들었음을 이제 겨우 알 것도 같다. 그랬기에 성실함을 나 스스로 하찮게 여겼음을 깨달았다. 


SNS를 통해 보는 세상은 다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세상에 나 역시 주인공으로 서고 싶은 순간이 많다. 하지만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나보다 좋아요나 댓글을 더 많이 받는 사람들은 더더욱 많다. 그래서 아마 우리는 더 SNS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SNS를 그만두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금방 휩쓸려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이뤘을 때 거기에 장엄한 대서사라는 것은 없다.
그와 같은 성공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단지 우연히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출처 = 에고라는 적



어려운 일에 마주할 때마다 피하지 말고,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배우려 한다. 내가 해야 되는 일들을 하고, 그 과정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에고와 싸우게 될지라도 숨을 가다듬어가며 천천히 가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어느 기업의 대표나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성실하게 말이다.




01. 인생의 전환점마다 찾아온 에고 1 : https://brunch.co.kr/@dndb21/691

02. 인생의 전환점마다 찾아온 에고 2 : https://brunch.co.kr/@dndb21/692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전환점마다 찾아온 에고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