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Aug 13. 2017

당신은 나를 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

- 나는 왜 당신에게 그렇게 마음을 열었을까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신에게 애인이 있는지, 결혼을 했는지 나는 물어보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다. 그런데 나는 왜 당신에게 그렇게 마음을 열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당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수줍게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기도 하고, 대화가 즐거울 때는 나도 모르게 크게 웃기도 했다. 당신은 나를 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 


나는 종종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상대방과 쉽게 거리를 좁히지 않으려 노력한다. 경계 없이 사람을 좋아하기에 늘 경계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내가 쌓은 노하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위험했다. 그 어떤 경계심도 없었고, 그 어떤 거리도 우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웃고 있었고, 당신의 눈을 피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이렇게 같이 걷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신호등은 건너편으로 건너오라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를 무시하자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우리는 교육을 잘 받은 이 시대의 많은 시민들처럼 신호가 끝나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넜다. 신호가 다시 바뀌었고, 우리의 대화도 끝이 났다. 


당신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내 안에서 잠시 일렁였던 마음을 돌아봤다. 잔잔하기는 했지만, 파동이 없지도 않았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이 일렁였다. 마음이 잠시 일렁거려 멀미가 났다. 숱하게 연습했지만 나는 아무런 경계 없이 당신을 대했다.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하고, 걸었다. 인사를 나누고, 다음 약속에 대한 아무런 기약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 당신은 나를 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 일렁이는 마음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멀미가 가라앉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매일 나를 위해 살아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