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영정사진도 찍어주시나요?

문은지 단편소설

by 시오


“영정사진도 찍어 주시나요?”


딸랑. 한 여자가 동진의 오래된 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여자는 용건이 급하다는 듯 동진에게 영정사진을 찍어주는지 물었다. 여자는 수척해 보이기는 했으나, 아직 영정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진은 ‘아까운 젊음이다’라는 생각을 하던 사이 여자는 동진의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네 됩니다.”

“물건도 가능한가요?”

“물건이요?”


여자는 동진에게 가방 속에서 시계 케이스를 보여주며 물었다. 물건의 영정사진이라… 동진이 이 상황을 이해하느라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여자는 다시 시계 케이스를 가방 속으로 집어넣으며 알겠다는 듯이 동진에게 실례가 많았다는 인사와 함께 방금 전 딸랑거리며 들어왔던 그 문으로 나가려 했다.


“잠… 잠깐만요.”


동진의 목소리에 여자는 의아한 듯이 뒤돌아섰다.


“왜 시계의 영정사진을 찍으려는 거예요?”


여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게 숨을 내쉬고 동진의 물음에 대답했다.


“시계가 죽어가니까요.”

“네?”

“지금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단지 이 시계의 영정사진을 찍어서 시계가 죽은 후에도 간직하고 싶을 뿐이에요.”

“찍어드릴게요. 그런데 궁금해서요. 시계를 그냥 보관하면 되잖아요. 아예 망가졌다고 하더라도 보관하면 되는데 왜 굳이 영정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건지 궁금해서 그래요."

“맞아요, 내가 보관해도 돼요. 하지만 나는 물건에게도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 영정사진을 찍고 그리고 시계를 모두 분해시켜서 새로운 곳에서 태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동진으로서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물건에게 새 생명을 주기 위해 지금의 삶을 종료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하여 물건에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동진으로써는 이해되지 않았다.


“여기에 오기 전에 정말 많은 사진관에 찾아갔어요. 그런데 다들 저를 이상한 여자로만 취급해서 결국 한 군데서도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물론 제가 그냥 찍어도 되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요.”


여자는 시계 케이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물건도 다른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다고 동진은 생각했다. 분명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으리라.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는 동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동진과 동진이 가리키는 곳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동진은 시계의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계 케이스에 그대로 담아서 찍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동진은 어리둥절한 여자에게 시계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동진에게 시계 케이스에 담긴 검정 손목시계를 동진에게 전달했다.


“왜… 찍어주시는 거예요?”


모두가 이상한 여자라며 받아주지도 않았다. 다들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동진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봤지만.


“안 찍어야 될 이유가 없어서요. 이미 찍어야 되는 이유도 충분히 들었고.”


동진은 시계를 원목 나무 의자 위에 두고 이리저리 각도를 맞춰가며 대답했다. 수척했던 여자의 표정에도 잠시 생기가 돌았다. 시계의 영정사진을 찍는 동안 사진관의 공기가 제법 무거웠다. 여자 역시 카메라에 찍히는 시계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헤어져야 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다시는 못 볼 사람과 이별하는 사람처럼 무거웠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시계와 함께 하셨어요?”


동진은 카메라에 담긴 시계의 모습을 체크하며 여자에게 물었다. 시선은 카메라에 향했지만, 질문은 여자에게 향했다.


“사실 그 시계의 원래 주인은 저희 할머니예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품으로 남기신 거였는데, 그 시계를 고모한테 받았어요. 그때가 스무 살 때였으니까, 벌써 십 년 정도 됐네요.”

“오래 차셨네요.”

“네. 차고 있으면 할머니 생각이 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잔고장 없이 정말 오랫동안 찼어요. 그런데…”


동진은 말끝을 흐리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냥 느낌예요. 시계가 더 이상 저와 함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사진관을 돌아다닌 거예요. 늦기 전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을 때 찍어두고 싶어서.”


동진은 말없이 여자를 바라봤다.


“같이 찍으실래요?”

“네?”

“시계랑요. 시계 사진은 다 찍었는데, 헤어지기 전에 같이 사진을 찍어보시는 건 어떨까 하구요.”


여자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은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리 오세요. 여기 의자에 앉으셔서 시계를 들어주시면 돼요. 손목에 차주셔도 좋고.”


여자는 조심히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겨, 시계가 혼자 앉아있는 원목의자 가까이 다가왔다. 시계 케이스를 그대로 들어 의자에 앉고는 무릎에 시계를 올려놓았다. 여자가 입은 검정 목폴라가 여자를 더욱 수척해 보이게 만들었지만, 시계와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자 찍습니다.”


여자는 웃었고, 시계는 무겁게 시침을 1초 간격으로 옮기고 있었다. 모든 시간의 무게가 그 시침에 붙어있다는 듯이. 아주 무겁게 1초, 1초를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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