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설 vs 너의 소설
조쉬는 이미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뜨겁게 한국에서 사랑을 받은 적은 없었다. 출판사에서 요청한 사인회와 작가와의 만남은 열 개가 넘었다. 그나마도 더 많이 요청한 것을 에이전시를 통해 자른 것이 그 정도였다. 자신의 소설이 이렇게나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니. 미국에서보다도 더 많은 인기를 얻은 터라 조쉬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가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자신의 소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흥분되게 만든 것일까? 한국에 들어오기 전만 하더라도, 아니 기자들을 만나 이 질문을 받기 전만 하더라도 조쉬는 자신의 소설이 잘못 번역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조쉬 작가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쉬 작가님의 책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로 벌써 두 달 동안 그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어떤 부분이 한국 독자들을 이렇게 매료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사실 저도 그것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 독자들과는 많은 만남을 해보지 않은 터라, 어떤 부분이 한국 독자들을 이렇게 흥분시켰는지 직접 듣고 싶어 이렇게 한국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조쉬 작가님의 이번 소설 <아무도 없었다>의 주인공 말론의 캐릭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말론이 사랑하는 조아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그 과정과 그의 대사가 한국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조쉬 작가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조쉬 작가님?"
조쉬는 기자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그 기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통역을 해주는 통역가 역시 살짝 귀띔으로 정말 그 부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조쉬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자신의 소설 속에도 말론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말론은 지금 저 기자가 이야기한 대로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 누구보다도 찌질한 인물로 묘사한 터였다. 그런 말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지금 기자가 이야기하는 '말론'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말론'과는 달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질문이 뭐였죠?"
"조쉬 작가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물었습니다. 말론처럼 말이죠."
"아... 저는 아직 한 번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어본 적은 없습니다. 말론처럼 말이죠."
그 뒤로 조쉬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서둘로 기자회견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통역을 맡아준 통역가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소설을 요약해달라 부탁했다. 통역가는 조쉬의 질문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조쉬는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해서 그렇다며 핑계를 댔다. 한국에서 자신의 책이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궁금하다며.
"한국에서 <아무도 없었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카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어요. 하지만 말론이 사랑했던 조아나가 사실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반전 때문에 더욱더 화제가 되었죠. 말론이 사랑했던 조아나가 가상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소설 맨 뒷장에 가야 밝혀지잖아요. 그래서 작가님 책은, 사람들이 최소 두 번씩은 읽어요. 자신이 놓쳤던 부분들을 맞춰가며 다시 읽는 거죠. 정말 작가의 상상력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저 역시 감탄했어요."
"조아나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고요?"
"네? 네. 소설 맨 뒷장에 나오잖아요. 어머, 제가 모르는 또 다른 반전이 있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제 다른 소설과 순간 착각했네요. 고맙습니다.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
쿵.
조쉬는 방문을 닫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소설이 잘못 번역됐다. 아니, 이건 완전히 다른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만 같을 뿐, 소설의 내용도 캐릭터의 성격도 모든 것들이 달랐다.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하지? 이 사실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지? 아니, 소설이 잘못 번역됐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조쉬는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다. 우선 소설을 읽어야 한다. 이 소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가장 찌질했던 말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인물로 변하고, 그런 말론을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인물로 나오는 조아나가 가상인물로 변한 <아무도 없다> 한국어판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만나야 한다. 이 소설을 번역한 번역가를.